인간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려면 지금 여기 있는 인간과는 특정한 분리가 필요하다

1. 합주행위

젠ㄷㅓ가 욕망하는 게 뭘까? 이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존재를 구성하는 사회적 규범이 우리의 개별 인간됨에서 비롯되지 않은 욕망을 수반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조금은 덜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11

사람은 그의 인종, 그 인종에 대한 이해 가능성, 그 사람의 형태, 그 형태에 대한 인식 가능성, 그의 성별, 그 성별에 대한 지각적 검증, 그가 속한 민족, 그 민족에 대한 범주적 이해에 따라 다르게 생각된다. 12

인식가능성은 지배적 사회 규범에 따라 인정을 받은 결과로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면, 인식 가능성에 못 미친다는 것에도 장점은 있다. 정말 내 선택이 혐오할 만한 것이고 나에게는 특정한 일단의 규범 안에서 인정을 받겠다는 욕망이 없다면, 내가 생존한다는 의미는 인정을 부여하는 이런 규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에 달려 있게 된다. 13

내가 행위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내 행위의 조건은 부분적으로 내 존재의 조건이기도 하다. 나의 행위가 내게 행해진 행위에 달려 있다면, 아니 그보다도 규범이 내게 작동한 방식에 달려 있다면 내가 ‘나‘로서 지속될 가능성은 내게 행해진 것과 밀접히 관련될 수 있는 나의 존재에 달려 있다./그런 패러독스만이 행위 주체성이 가능해지는 조건이라는 뜻일 뿐이다. 13

인간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려면 지금 여기 있는 인간과는 특정한 분리가 필요하다/여기가 바로 비평이 등장하는 지점이다. 이때 비평은 다른 삶의 양식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 삶이 규제받는 관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14

결혼이 친족 관계를 결정하게 되면 결혼 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친족 유대를 세우려는 시도는 거의 불법적이거나 존속 불가능한 것이 되고, 그래서 친족 범주 자체가 가족으로 붕괴된다. 결혼 유대가 섹슈얼리티와 친족을 조직하는 독점적 방식으로 존재하는 한, 성적 소수자 사회 속에서 가능한 친족을 만드는 지속적 사회 유대는 인정받지도 못하고 존속하지도 못한다는 위협을 받을 것이다. 17

실제로 ㄱㅐ개인들은 어떤 신체, 어떤 젠더를 가지고 유지할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사회적 지원 제도에 의존한다. 그래서 자기결정은, 행위 주체의 활동을 지원해주고 또 가능케 해주는 사회 세계의 맥락에 놓일 때만 가능한 개념이 된다./자기 힘으로 젠더를 주장하는 행위를 가능하게 ㅎㅏ고 또 지원해주는 사회 규범이 존재하는 한에서만 우리는 ‘자기만의‘ 젠더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다. 19
인식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삶이 아니듯, 인식 범주에서 살아낼 수 없는 규제가 생기는 삶도 수용할 대안은 못 된다/입장의 차이, 욕망의 차이는 윤ㄹㅣ적 반사 작용이 되어 보편화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21

젠ㄷㅓ를 역사적 범주로 이해한다는 것은, 몸을 문화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여겨지는 젠더가 계속 수정될 수 있게 열려 있으며 (인터섹스 운동이 분명히 밝혔듯) ‘신체anatomy’와 ‘성‘은 문화적 틀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23

인종이나 민족적 차이가 일차적인 것이 아니듯 성차도 더 이상 일차적인 것이 아니며, 그것이 표명된 인종적이거나 민족적인 틀 바깥에서 성차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옳다. 24

인간적 삶human life – 인간적이 그저 삶만 수식하는 게 아니라 삶은 인간을 인간적이지 않아면서 살아 있는 것과 연결한다./자신이 아닌 것과 맺는 관계가 살아 있는 인간 존재를 구성하므로, 인간은 그런 것들을 확립하려는 노력 속에서 인간의 경계를 넘게 된다/삶의 가능성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해 살아있는 존재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런 역설은 살 만한 삶의 문제와 인간적 삶의 위상을 분리할 것을 요구한다. 27

인간 범주가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며 또 광범위한 소수자들을 배제해야만 작동된다는 말은, 그런 범주에서 배제된 자들이 그 범주에 대해, 그 범주에서 말하는 ㅂㅏ로 그 지점에서 ‘인간‘ 범주에 ㄷㅐ한 새로운 표명을 시작할 것임을 의미한다. 29

정신분석학-성행위를 나누는 부모가 이성애 관계도 아니고 재생산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새로운 심리적 지형이 필요할 것이다./남성 여성의 이분 구조가 아닌 상황은 유아가 등장하는 사회 심리적 유형, 친족 층위의 변화, 인간이 ㅌㅐ어나고 양육되는 사회적 조건을 다시 숙고해볼 것을 요구하면서, 사회 분석과 심리 분석이 만나는 장소를 열어낼 뿐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분석의 새 영역을 열어낼 것이다. 30

나라는 존재가 언제나 내가 만든 적 없는 규범으로 구성된다면, 나는 이런 구성이 일어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정동affect과 욕망을 연출하고 구성하는 것은 규범이 나만의 가장 고유한 속성이라고 느껴지는 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이다. 31

젠더라는 것이 내 것이 되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섹슈얼리티 또한 어떤 특정한 ‘나‘의 박탈을 포함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게 나의 정치적 주장에 종지부를 찍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단지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할 때, 그 사람은 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33

2.

젠ㄷㅓ ㅎㅓ물기는 14년 전의 책 젠더 트러블과 달라졌다. 첫째, 나에서 우리로 존재의 인식론이 확대되었고, 둘째, 이론적 정교함에서 현실적 정치성으로 선회해 사회적 소수자에 ㄷㅐ한 ‘정치윤리적 성찰‘을 전개했으며, 마지막으로 다문화 ㅅㅣ대에 ㅊㅏ이를 수용하는 올바른 방식으로서 ‘문화번역‘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391

젠더 허물기는 여성이면서 사회적 소수자로, 또 성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현실의 사회, 문화, 역사, 지역적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정체성을 논의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 번역이라는 현실적 ㅅㅏㄹㅁ의 정치성이 주창되는 지점이다. 392

제도권 철학이나 규범적 젠터라는 안정된 제도나 확정된 의미가 기존의 고정된 규제에서 자유로울 때 새로운 해석과 의미가 열릴 수 있다. 정통 철학, 규범적 젠더만을 고집하는 것은 억압과 폭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그로부터의 자유와 타자성과의 소통은 비억압적이고 비폭력적인 미래로 향할 가능성을 연다. 393

문화 번역은 보편성 개념에서 배제된 것으로부터 역사적이고 우연적인 자기 정의를 발견하는 언어도단이나 수행 모순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열린 보편성으로 재소환되어 자기 안의 ㅇㅠ령인 타자를 포함할 가능성, 반토대주의적인 의미에서의 ‘구성적 외부‘가 될 잠재성으로 제시된다. 394

‘비평성‘이란 사유 실험, 에포케, 의지 행위를 통해 도달할 수는 없지만 토대 자체의 열개와 파열을 거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397

볕뉘

0. 세벽 세시 - ..잠들어 있는 새들을/꿈의 얼룩고양이가 덮친다/늙은 세일즈맨은 잠옷차림에 서류를 들고/축축하거 거대한 버섯들 사이로 갈팡질팡 걸어다닌다....네시의 기차가 오기 전에/쓰레기들이 은빛 레일 밖으로 치워진다. 진은영

1. 이른 잠, 한밤 중에 일어나 네시가 오기 전 잠을 청하지만 뒤척인다. 막 읽기를 끝낸 연유는 아닌 것 같다. 주디스버틀러의 ‘수행성‘, ‘정체성은 없다‘라는 말이 맴돌면서도 정확히 박히지를 않았는데, 이 책의 요지로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하지만 급하게 읽으려하지 않는다. 열어둔 책들 사이로 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마음의 잔상에 남아 더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 몇 권의 책들을 열어두었다. 가벼운 책부터, 주제가 있는 책들, 이렇게 철학가이자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책들. 심히 무겁고 버겁다. 그래서 가벼운 책들이 많이 필요하다. 잡지같은 책들을 곁에 열어둔다. 좀더 딱딱하고 힘겨운 책들을 읽기 위함이다. 많이 왔다. 보들레를도 읽어야 한다. 저기 한켠에 미뤄둔 파리의 우울에 말을 건네는 이가 있어 몇 꼭지를 읽어두었다. 랭보, 장 주네. 무거운가 가벼운가...아무래도 무거운 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그렇지 가벼운 봄. 봄이 곁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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