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쌍
육체는 아프지 않다
정신은 직유적인 기교로 고함친다
분화구가 비명을 질렀다
역겨움은 진지함
역겨움에도 운율이 있다
미학적인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육체는 싸우지 않는다
함께 나서지 않겠다고 두 다리가
협정한 방식으로 삶을 견딘다
정신은 보조형용사 "싶다"로 옥신각신한다
모래가 얼굴을 뭉갰다
아픔은 조롱
아픔에도 격조가 있다
고전적인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육체는 독이 없다
정신은 통일되지 않은 플롯으로 수없이 죽는다
눈물이 행방을 감춘다
견딤은 암장
견딤에도 풍자가 있다
시대적인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060629 오후 친구 부친상 소식이다. 몇몇 약속은 취소하였고, 조금 일찍 나서 버스를 타려하니 막 출발하고 만다. 남은 시간 40여분, 물과 요깃거리, 좀 돌아다녀 피곤한데, 딱딱한 책만 가방에 들어있다. 덥고 습한 여름, 상가 2층에 서점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발견해낸다. 시집 한,두권이면 몸도 꿀꿀한데 일용할 양식은 되겠다싶다.
좌석에 기대어보지만 넘기는 시편 들 속에 졸음이 떨어진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계만큼. 그렇게 몇차례 병원을 잘못 찾아 헤매며 상가에 도착해 친구들과 밀린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들을 한다. 세파에 시달려가며 세상의 독을 제몸에 발라 제것으로 만든는 것이 너무들 원색적이어서, 여러 가치의 공유가 불가하다고 자신을 다그치는 모습들이 들어온다.
(역겨움- 아픔- 견딤)만 남아, 세상과 손가락질 하는 놈으로 더 광분하는 일상에, (운율-격조-풍자) 하나 잃고, 제 몸에 그것이 덕지덕지 붙어있음도 몰라, 돈많은 천박함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상가집에 이야길 나누다 막차타고 있는 그때쯤, 친구넘은 '넘 차카게 살지 말라'는 충고다. 그리고 막차타는 동네 후배들을 만났다. 돌아오니 비는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