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제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1.
“아빤 왠 늘 바빠? 회사에서 할 일이 많아서. 왜 일이 많은데? 아빠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니까. 아빠가 안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나랑 놀 시간이 많을 거 아니야. 음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과 필요 없는 사람이 있어. 필요한 사람은 다른 사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필요없는 사람은 도움이 되질 않는 사람이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 남에게 도움 되는 사람요. 그래 그러니까 아빠도 필요한 사람이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지. 그래야 좋은 ㅅㅏ람? 응, 그러니까 너도 ㅋㅓ서 꼭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해.”

2.
하지만 이제는 아내를 이해하고 있었다. 왜 그녀가 아이에게 그토록 열정적으로 ㅁㅐ달렸는지, 왜 그녀가 ㅇㅏ이의 삶에 모든 것을 투사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한때 이 부장이 느꼈던 것과 같은 공허함 때문이었다. 몸을 지니고 있는, 몸이 품고 있는 즐거움의 가능성을 경험해 보지 못했으므로, 결코 채워지지 못하는 ㅎㅓ기 같은 것이 그녀 안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때문에 계속 무언가 집중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97

3.
엄밀히 말해서 의무에 치여 사는 삶이 꼭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아무 생각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름의 즐거움도 있었다. 어긋나지 않고 정리된 보도블록을 보거나, 틈 하나 없이 정리된 책꽂이를 볼 때 느껴지는 변태적이기까지 한 충만함을 이 부장은 분명히 즐겼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101

4.
“근대란 말이야, 대단한 게 아니라 딱 두가지가 발전한거라고. 개인의 자유를 인정해 준 것과 개인의 욕망을 긍정해주는 거. 그게 전부야”...드라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일은 근대사회에 부합하는 행위인 셈이었다. 근대의 관점에서 자신은 부도덕한 것도, 변태도 아니었다. 118-119

5.
오직 고통이 주는 아픔과 쾌락의 전율만이 그곳에 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했다. 이 부장은 비로소 자신을 지배하던 허기와 상실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 안에서는 자신이 부재했다. 오르가슴이, 전립선의 통증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비로소 절감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이 부장은 무엇이 자신을 고양시켜 주었고, ㅈㅏ신이 하는 이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비로소 이해했다. 156

6.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남편의 안정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한 노력 위에 서 있는지를.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 주눅 든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ㅇㅏ갈수록 실망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남편을 미워할 수 없었다. 겉보기엔 멀쩡한 안정을 위해 남편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볕뉘.

0. 자기계발의 슬로건들이 굵은 고딕체로 쓰여있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 ‘윈윈을 생각하라‘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시너지를 내라‘‘끊임없이 쇄신하라‘ 이런 경구에도 불구하고 짤릴 수 밖에 없다란 메세지를 주는 것일까. 곳곳의 부비트랩들과 장치들.

1. 굳이 마지막 장면을 그리 설정했을까. 그래도..그래도 그것이 맞다. 백일하에 드러나야 한다고..그래야 겨우 정신차린다고....전근대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했다고...우리의 삶이란 것은 있기보다는 생존해지는거라고...살아지지 않으려면 그래도 자신의 오르가슴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온통 외로움과 허기와 공허감에 넘치는 이들로 흥건하다고 . . .삶의 상상을 바꾸라고 ㆍㆍㆍ

2. 아직 [문근영은 위험해]가 도착하지 않았다. 멋지고 대단하다 싶다. 책갈피로 소개받은 회사 3부작이 더 궁금해진다.

3.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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