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너지는 선의 떨림 – 근대사회는 결코 시간에 따라 진화하지 않는다. 많은 일은 예전에 이미 있었고 지금에 와서 더 심해진 것이다 35

자아분열을 이해한 결과 이성적 차원에서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토대 위에서 수립된 ‘역사적 중간물‘의식이 형성되었다. 이런 의식은 자신을 역사의 과정 속에 놓인 평범한 과도기적 인물로 ‘환원‘시킴으로써 세계를 이해하고 느끼는 독특한 방식을 수립한다. ‘중간물‘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역사와 가치, 경험과 비판, 계몽과 계몽 초월 등의 조화 및 절충이 아닌 병존과 투쟁을 상징한다. 17

루쉰은 개체만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충돌, 가령 죽음, 고독, 절망, 불안, 두려움, 당혹감, 죄의식, 공포 등을 사회문화적 문제에 대한 탐색과 긴밀하게 결합시켜 개체 생존에 대해 동시대인이 범접할 수 없는 깊은 이해에 도달했다. ‘절망에 반항‘하는 그의 인생철학은 일반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닌 ‘절망‘에 맞선 생존태도를 제공한다. 19

왕후이의 루쉰 연구가 여느 사람들과 다른 이유가 출발점이 1907~1908년의 사상, 특히 그와 슈티르터, 니체 그리고 그들이 문학에서 보여주는 것과 관계있기 때문이다. 25 그는 왜 변혁을 추구하고 과학을 창조하며 휴머니즘을 주장하고 공화혁명과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동시에 프랑스혁명과 자유평등 원칙에 대해서는 깊이 회의하고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집체성에 ㄷㅐ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국가-사회-보편주의 윤리와 이타주의 원칙을 결연히 부정했는가? 왜 이 위대한 사상가가 니체식 초인, ㅂㅏ이런식 영웅, 슈티르너식 유일자에 열광했는가? 왜 이 진화론자가 역사는 편향되거나 윤회하는 과정이라고 여겼는가? 왜 ‘인생을 우ㅣ하고‘‘국민성을 ㄱㅐ조‘하는 것을 취지로 한 그의 문학 창작이 ‘안드레예프식 음산함‘과 현실세계에 대한 단절로 가득 찼는가? 왜 이 현실주의 소설가가 들풀과 같은 실존주의적 작품을 썼는가? 26

혁신가와 수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우리와 서양을 대비시키는 문화서술이다. 그 대비 속에서 ‘우리문화‘나‘중국문환‘, 그리고 ‘다른 문화-주로 서양‘를 추상적 특징으로 ㄱㅡ려낸 뒤 그들 각자의 문화전략을 수립하게 했다.....루쉰은 전통을 ㅂㅣ판하는 동시에 오직 새로운 것만을 따르는 ‘신당‘도 격렬히 ㅂㅣ판했으며 줏대 없는 매판 또한 비판했다. 루쉰의 문화 비평에서 핵심은 사람들이 익숙해져서 장착된 보편적 신념과 도덕 배후에 있는 역사적 관계를 폭로하는 것ㅇㅔ 있다. ㅇㅣ것은 지배와 피지배, 통치와 비통치의 사회 모델과 떨어진 적이 없는 역사적 관계다. 34

카니발 언어는 독특한 역방향, 반대 방향, 전도의 논리를 따르고 위아래가 부단히 자리를 바꾸는 논리를 ㄸㅏ른다. 그리고 각종 형식의 극적 모방, 해학적 가색, 희롱, 폄하, 모독, 익상을 이용해 어떤 ㄷㅐ상에게 면류관을 씌우거나 박탈한다...바흐친은 민간 공연의 강렬한 감정 표현이 결코 단순한 부정이 아니고 그 속에 재생과 갱신이 있으며 저주를 통해 적을 사지에 몰아넣었다가 재생시키려는 바람, 세계와 자아 모두에 대한 부정을 담고 있음을 발견했다. 37

나는 지금까지도 분명히 기억한다. 고향에 있을 때 ‘하등인‘들과 함께 이 귀신이면서 사람이고 이성이면서 감정이며 무서우면서 사랑스러운 무상을 언제나 즐겁게 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떠오르는 울음과 웃음, 입에서 나오면 무뚝뚝한 말과 익살스런 말.....들을 감상했다.(작품 무상) 38

루쉰은 어떤 형식, 범위에 존재하는 권력관계와 억압도 거부했다. 민족의 억압, 계급의 억압,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 어린이에 ㄷㅐ한 노인의 억압, 지식의 억압, 약자에 ㄷㅐ한 강자의 억압, 개인에 대한 사회의 억압 등....루쉰에게선 인간의 내재성, 복잡성, 심층성에 대한 이해를 살피려해야 한다. 38-39

중국에는 지금까지 실패한 영웅이 적고 질긴 반항이 적고 단신으로 싸우는 무인이 적다. 반역자를 애도하는 조문객이 적다. ( 작품 이것과 저것 )
4000년 동안 사람을 잡아먹은 이력이 있는 나는 애초에는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똑똑히 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보기 어렵다. (작품 광인일기)
아아, 아아, 나는 싫다. 차라리 무지(몸 둘 데가 없는 곳)에서 방황하겠다.(작품 그림자의 고별)

이 혁명가의 형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스스로 조소, 비판, 공격받는 대상 바깥에 서서 자신과 대상을 대립시키지 않고 본인을 그 대상의 일부로 귀결시켰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정되는 것은 이 세계의 일부 현상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이며 그의 반대자도 포함한다. 이것은 변동하는 세계다. 혁명가도 이 변동하는 세계의 일부다. 따라서 혁명가의 세상에 대한 공격-조소-비판은 반성적 성격을 띤다. 42

2.

누가 이 구불구불한 생에 주석을 달 수 있단 말인가


죽은 몸이 손톱을 밀어내는 힘으로 풀들이 자란다

고통보다, 통증보다 분명한 고독이 있을까
짙푸르게 자라나는 풀숲을 볼 때마다
털이 자라나는 집중된 느낌, 두렵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은 밤의 풀숲으로 세차게 빗방울이 든다
기도 같고 통곡 같고 절규 같은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풀숲 어디, 누가 누워서 살을 녹이고 있을 것 같다.

영혼의 쌍둥이처럼 주검의 얼굴에
가만히 얼굴을 포개어보는 것은 검은 빗방울.

나는 그대가 말하지 않은 것을 듣고
눈을 감고야 그대를 본다

여름의 위대함이 곰팡이를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살아 있는 몸이 짜낸 눈물이 지상으로 스미듯
우리는 소속과 가입을 통해서만 우리 자신을 이동시킨다.

3.

“예전에는 방망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 쓸고 닦고 다 했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기가 물걸레 들고 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요....저 의사는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ㅇㅖ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ㄷㅐ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149


볕뉘

0. 어제 남겨둔 이현승시인의 시를 담는다. 생활이라는 생각이라는 시의 집은 고인이 된 구본주 조각가를 떠오르게 한다. 권고사직을 제안받은 김부장은 말한다 늙는다는 것 사실 맷집도 달리는 것이라고...바늘같은 비를 맞고 화산재를 덮어쓴 듯한 눈초리.........가 잠긴다. 어ㅉㅓ다 루쉰이 손 안에 다시 잡혔다. 몇몇 질문들에서 저자가 다케우치 요시미, 윤여일과 또 다른 시선으로 불러내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그가 끊임없이 잡아내려한 것은 생활에서 스러지는 것이나 치이는 것들이다. 늘 그 여분들은 없어질 수 없다. 한 삶의 편린은 그저 지나가는 것으로 치부하고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다 삶을 다 지운다. 루쉰이 경계한 것은 그런 것들이리라 일상의 일상....삶의 삶을 삶답게 ㅎㅏ지 못하는 것들은 다 아니라고 말이다. 어떤 좋은 사회라는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 이런 삶의 씨라는 것이 있다면 다음 삶에서 버려지는 것들 목 잘리우는 시공간이 조금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긴 하지만 절망에 ㄱㅏ까운 희망이다.

1.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몇 편 읽다가 82년생 김지영을 펼쳤다. 며칠전에 본 후장사실주의스럽게 글을 쓴 줄은 몰랐다.가 중간쯤 넘어가면서 그래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읽은 한국은 싫어를 다소 낮게 평가를 한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최근 그 작가가 받은 상금으로 괜찮은 작품과 ㅂㅣ평으로 작가들을 다시 만나게 한다는 ㅅㅏ실을 자세히 들어 무척 ㅅㅔ심하고 진지한 인상을 되받았다. 문단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문화적 울림이 커졌으면 싶다.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고 싶어 지름신 ㄱㅣ운을 그냥 두었다. 공감보다 찔림이 많은 소설이다. 이미 중장년남성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지금의 처신들로 인해 죽ㅇㅓ나가는 식인의 문화는 가까운 곳으로부터 ㅇㅕ전할 것ㅇㅣ다.

2. 사유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다란 말과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형평의 그물에 걸린 자아로 다시 진척시켜가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라고 아주 자세하고 세심한 아니라고 함께 말할 수 있을까. 좋은 책들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지금, 사회적 연민과 세세한 상상력이 그래도 ‘닫힌 나‘를 열어줄 수 있을까 ‘닫힌 세대의 사ㄹㅁ‘을 서로 영향을 ㅁㅣ칠 수 있을까. 일생일대의 상상뿐만 아니라 일생이대의 상상은 ㄱㅏ능할 수 있을까.


일생일대의 상상(이현승)-가령 이런 ㅅㅏㅇ상,/내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돼지 사료가 되고/돼지들이 내 쓰레기 손의 유리 조각을 삼키는// 가령 이런 말,/나는 인생에는 관심이 없지만 돈은 좀 많았으면 좋겠다같은,//선망이란 언제나 현실의 반대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서/욕망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을 ㅎㅑㅇ해 자라나는 손가락이라서/밤마다 이가 자라는 쥐처럼/손끝이 가렵다/가려워서 부끄럽다//세상엔 죄 안 지은 ㅈㅏ들이 더 많이 회개하고/그래서 ㄱㅏ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하고/상처 많은 사람들이 남의 고통에 더 아파한다./두개 남은 사과 조각을 향해 모여든/세개의 손처럼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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