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순전
박영근 지음 / 실천문학사 / 1993년 12월

후기

이 시집이 씌어지는 동안 나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것은 절망의 포즈들이었다. 변화한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을 함께 바라보려는 인내와 통찰력 없이, 자본의 논리에 그대로 한몸이 된 지식인 언론의 예단과 흥분속에 자신을 맡기는 모습들이야말로 운동의 침체와 함께 벽이었다. 벗들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내 안에 그 포즈들 완강한 바 있었고 그 벽에 갇혀 비틀거렸으니까. 참으로, 그런 과장 없이, 변화해가는 현실과 변할 수 없는 현실운동의 진보적 지향 사이에 긴장으로 자신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문학하는 일의 자세가 아니던가.(하략)                                     1993년 가을 박 영 근


며칠 전, 시인의 죽음을 신문으로 접했다. <취업공고판 앞에서>의 흐릿한 기억, 그리고 몇편의 시집 가운데 <김미순전>이 남아있어, 잔 생각들이 가시지 않아 찾아본다.  술과 함께 세상을 접었다는 소식이 안타까운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녹여내고 멱살까지 잡아가며 부대끼었을 (몸-맘)고생이 기어들어와 어쩔줄 모르겠다. 세상은 자판기처럼 점점 ㅃㅏ르게 제 것에 맞는 놈만 찍어내려 아둥바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3년전 시집 속, 시인의 후기를 보며, 그가 접한 현실은, 지금은 오히려 더 깊은 벽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꿰뚫은 시인들, 시로 물러서지 않고, 굳굳하게,  더욱 건강하게 보란 듯이 잘 살았으면 한다.  정말 잘..

문외한 독자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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