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록 - 수채화 도록의 몇 작품을 옮겨본다. 배경을 칠하고 말리는 사이. 깊이가 느껴지지 않자 올리버그린과 탁색을 섞고 날렵한 터치로 수정을 받았다. 시작이 반일 것이다. 바탕에 새기고 올린다는 건은 절반의 자신감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깊은 심도를 느낄 수 있길 바랬는데 얕고 가벼운 색으로 칠하기만 했나보다. 아무 것도 도드라지지 못하게 말이다. 화폭 위에서만 날개짓만 했나보다. 날개가 마치 녹아버려 접힌 듯이 말이다.

적요.

낮 두시 한여름 태양의 적요를 견디기 힘들다.

비라도
나리려나 심장을 향한 납빛을 식힐 수 있으려나.

2.

 

적요 - 서운함의 목록을 셈해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본다. 그리고 가능한 멀리서 지켜본다. 아무래도 나대었나보다. 멀리 희미하게 둔다. 안개가 짙다. 무진이다.

기행이다. 짓이다. 서러움도 서운함도 눈으론 볼 수 없다. 껌벅껌벅 눈뜬 앞도 가늠할 순 없다. 적요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 것도 없다. 좀더 밝은 등대. 좀더 강렬한 태양. 좀더 활활탈 불덤불. 부산.

부산이다. 바람이다. 비다. 안개도 걷히고 등대도 보이고 비바람이 걷잡을 수 없다. 지금 앞에 서있어야 할 것은 바람비다. 비바램이다.

비의 적요.

 

발. 막차, 아니 오늘 첫차. 기제사에 다녀가는 길. 한낮의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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