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시인, 소설가 오수연·전성태가 2004년 2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최소한의 인권 보장에서 차별받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사연을 인터뷰한 것이다.
스스로도 이라크 파견 작가, 탈학교 청소년, 방북 이후 보안관찰처분 등의 이력을 갖고 있는 지은이들은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 일반적인 범주의 인권 문제들 이외에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냈다. 사실상 '타율학습'이 되어버린 고등학교 자율학습 문제와 문회적 소외를 겪고 있는 농촌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천국의 계단' 등의 드라마로 상징되는 한류에 대한 환상을 품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지만 제대로 된 아내/며느리 대접도 받지 못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문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외 진폐증에 걸려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광부들과 1970년대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무슬림, 노인, 미혼모 등의 문제에도 주목했다. 각 인터뷰 대상자들의 일상을 생생한 사진으로 곁들였고, '못다한 이야기' 꼭지를 통해 지은이들의 후일담을담았다.

(알라딘 책소개에서)
노동은 있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봉급도 그래요. 입사한 햇수도 같고, 한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 봉급과 비정규직 봉급은 하늘과 땅이에요. 우리 같은 비정규직은 150만 원에서 200만 원 받지만 정규직은 350만 원에서 400만 원 받거든요."
월급 봉투의 차액을 미처 계산하기도 전에, 너무 억울하다는 붙임말을 채 듣기도 전에, 동료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다소곳이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입을 열면서 분위기는 더욱 우울해졌다. 2년차로 접어든다는 그는 목이 메는지 이야기를 꺼내려다 눈물부터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정규직은 간식도 제과점 빵이 나오는데 비정규직은 구멍가게 빵이 나와요. 차라리 안 보면 좋겠는데 한 라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그때 심정이 어떻겠어요. 그런 날은 집에 들어가면 잠이..."
아주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식 둘을 가르치기 위해 신용카드를 긁어 신용카드로 막으면서 겨우겨우 생활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건 그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거나 다름없어 보였다.
어느 날인가는 출근해서 보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가서 보니 업체가 바뀌어 있었다. 바뀐 건 주인만이 아니었다. 전화 한 통 없이 업체가 바뀌자 6년의 공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열심히 일해서 쌓아 놓은 시급도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본문 19~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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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은 적선의 시선, 선망의 시선 - 내려보거나 올려다보는 시선과 인연이 멀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서 출발해야지, 앞뒤에 이유나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내몸과 마음의 경계는 꼭꼭 묶여있다. 나의 일상엔 온갖 것이 드리워져 있는데, 내몸에 들어와 있지도 않아 아프지도 않고, 뒤돌아서면 잊혀질 듯하다. '내자식'만큼 '내 주식?' '만큼 간절함은 언제나 몸속에 묻어날까? '머리'속으로만 유통되는 내'아픔'에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