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란 무엇인가?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기술이란 무엇인가? 너무도 빠른 세상, 과학기술의 변화에 밀려사는 것이 ‘지금의 우리’이겠죠? GMO, 가습기 살균제, 원전폐해까지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는데도, 왜 우리 의식은 마치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은 믿음이 되풀이되는 것일까요?
우리의 기존 관념은 어쩌면 압축성장을 해온 이땅의 자본주의 역사와 닮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삶에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도록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 것은 아닐까요? 철도, 비행기, 자동차, 조선, 우주선, 텔레비전, 가전, 자동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등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것들 대부분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담보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소개드릴 책. 맞아요. 1990년대 중반. 과학기술의 대중화보다 현실의 문제를 살피고 바꾸려 한 ‘과학기술자운동’, ‘과학기술운동’의 흐름에 새로운 관점을 보탠 책이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은 스스로 독립하여 자율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것이 주제죠.
과학기술학은 편의상 제1세대(1920∼1960년대), 제2세대(1970∼1990년대), 제3세대(2000년대이후)를 거쳐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 과학에 대한 선입견은 제1세대의 사고라고 볼 수 있어요. 과학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다. 사회로부터 자율적이라는 데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표준적인 과학관이나 계몽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2년 출간되었죠. 과학혁명이라는 것도 사회적인 사고나 관성이 바뀌어야 변화한다는 것. DDT로 인해 봄에 새들이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과학은 과학만으로 볼 수 없다는 사고전환을 요구했죠. 제2세대가 되어서야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은 과학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에요.
현대사회의 위험은 예측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고 여기시나요?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과 시민의 입장 차이는 왜 갈수록 커지는 것일까요? 제1, 2세대까지는 합리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확률과 통계, 과학에 근거한 보험이라는 것으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는 이런 위험에 대한 사고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줍니다.
제3세대 과학기술은 자동화에 일자리도 없어지는 사람이 우선인지, 자연과 사회와 한몸이어서 동시에 품고 문제해결을 할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 역시 선입견을 바꿀 각오를 하지 않으면 ‘과학기술’의 문제를 영원히 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하면서 말이죠. 이런 사유의 물꼬가 트였으면 하고 이 책을 권면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