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과 학생들과 나는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를 읽었다. 문학 작품들과의 연결 고리 속에서 우리는 동정과 자비, 공적 판단에서 감정의 역할, 그리고 나와 다른 타인이 처한 상황을 상상하는 데 필요한 것 등에 토론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텍스크가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 몇몇 경우에는 존엄성과 개별성을 부여받은 그 자체 목적으로서의 인간을, 또 다른 경우에는 모호하고 식별불가능한 단위로서의 인간을, 혹은 타인의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서의 인간 등에 대해 논했다. 13

 

그럼에도우리 대부분은 그 소설 속의 이름을 아는 장소들에 대해 나의 집에서 10구역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어떠한지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라고 주인공 비거 토마스에게 말하는 극 중 인물 메리 돌턴과 같은 입장이었다. 라이트의 소설 속에서 비거 코마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서서 그는 자신이 살인을 한 이유에 대해 결코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죽였는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를 해명하려면 자신의 삶 전부를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14

 

애덤 스미스가 쓴 [도덕 감정론]은 이 책의 기획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비록 이러한 감정들이 한계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고, 윤리적 추론에 있어 감정의 역할은 엄밀하게 제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감정들은 분명-부분적일지라도-사회정의에 대한 강렬한 비전을 내포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17

 

헨리 제임스가 말했듯, 공적인 삶에 있어서 문학적 상상력의 과제는 그 어떠한 것보다 더 나은 기쁨이 없을 때, 최상의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고귀하고, 구현 가능한 경우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최상의 것이 보편적으로 수용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유지되길 희망하고, 추한 것 옆에 아름다운 것이 있듯, 조악함과 둔감함 옆에 있음으로써 이것이 그 자체 목적으로서의 인간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잇기를 바란다. 이런 식으로 상상력을 함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정의로 이어지는 필수적인 가교를 잃게 될 것이다. ‘공상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다. 20

 

문예가는 자신의 시대와 영토의 형평을 맞추는 자라는 월트 휘트먼의 말을 해석하면서, 나는 공상과 민주적 평등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제안하고자 한다. 31

 

일반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 놀이는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서 장르의 구조 자체에 내재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소설은 상대주의적이지 않으면서, 맥락 의존적이고 윤리적인 추론의 한 양식에 대한 패러다임을 구축한다. 이는 우리가 상상력을 통해 진입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관련된 인간 번영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을 제시함으로써, 잠재적으로 보편화 가능한 구체적인 처방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다. , 단일한 문화 내에서 혹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적 추론의 소중한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9

 

만약 우리가 독서를 이러한 방식, 즉 자신만의 몰입된 상상을 더욱 객관적인(그리고 상호적인) 비판적 고찰과 결합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왜 우리가 그 속에서 민주주의 사회 내의 공적 추론에 아주 적합한 활동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간파하는 것이다.(부스에 따르면, 독서 행위와 읽은 내용에 대한 평가가 윤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몰입과 비판적 대화 모두를 필요로 하며, 자신만의 경험 및 다른 독자들의 반응과 논쟁 모두를 통해 읽은 내용을 비교해보는 태도 안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40

 

디킨스는 공상이라는 부드러운 빛을 통해우리가 이성과 조우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지, 스스로를 공상속에 가두거나 곡마단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디킨스는 경제학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총체적인 회의를 갖고 있었다.....경제학은 소설이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지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경제학은 보다 복합적이면서 철학적으로 타당한 토대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44-45

 

현대의 합리적 선택 이론은 고전주의 이론이 (규범적으로) 합리적인 것의 전형으로 주장해왔던 이타주의적 선택의 유형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54

 

토머스 그래드그라인드입니다. 여러분, 현실적인 인간. 사실과 계산의 인간. 둘 더하기 둘은 넷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이며, 넷 이외의 다른 숫자를 생각하도록 설득될 수 없는 인간. 토머스 그래드그라인드입니다, 여러분. 누가 뭐라 하건, 토머스, 토머스 그래드그라인드, 자와 저울, 구구표를 주머니에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인간성의 어떤 쪼가리라도 무게를 달고 치수를 재고 그 결과를 여러분에게 정확히 알려줍니다. 그건 그저 숫자의 문제이고 간단한 산술의 문젭니다. ” 61

 

인간에 대한 자료를 도표 형식에 맞추어 넣었다. 경제적 사유는 인간 존재의 삶을 정해진 해답이 있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수학 문제로 쉽게 간주한다. 삶의 선택에 있어서 곤혹과 고통,뒤얽힌 사랑, 죽음이라는 기이하고 끔찍한 사실과의 씨름 등 각각의 삶에 스민 신비와 복잡함은 무시하면서 말이다. 발랄한 사실 계산법에 근거한 사유는 마치 이러한 것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는 듯이, 아니면 마치 운명을 석판 위에서 결정지을 수 있다는 듯이삶의 표면을 따라 부유한다. 66

 

달의 분화구를 얼굴로 생각하는 것, 별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등은 경제학의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상상력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소설이 말하듯, 거기에는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이 있고, 이 너그러움은 더 큰 삶의 너그러움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93

 

로스쿨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의 이 지점에 이르렀을 때, 공상에 대한 나의 분석을 언급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동요에 대해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왜 디킨스는 동요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요?” 나는 교실 두 번째 줄에 앉은 검은 머리의 한 학생에 물어보았다..95

 

오직 움직이는 물리적 대상으로만 신체를 보는 것은 빈곤한 성생활을 낳는다. 바로 이것이 대상화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의 근본에 놓여 있는 사유이다. 대상화란 성적 파트너를 사물과 같이 바라보는 경향으로 결국 개인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공리주의자들이 남근적이면서 군사적인 언어로 묘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감각적이고, 활동적이며, 음악적인 것들에 대해 무자비한 위협을 가하는 공격적인 무기와 같이 그려지고는 한다. 97

 

오로지 유용함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사물을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가 다른인간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형식이 은유적 상상력을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믿는 능력일뿐만 아니라, 공상 속에서 구축한 무언가를 그것 이상의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하고 즐거운 것으로 여기는 능력과 같다. 그러므로 유희와 재미는 인간 삶에서 단순한 부속물이나 보충물이 아니라, 삶의 핵심 요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소설 속에서 발견하는 독자의 기쁨은 실제 삶에서 다양한 종류의 도덕적 활동을 위한 준비로서 보다 깊은 도덕적 차원을 갖는다. 101

 

만약 우리가 그것의 유용성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우리가 제어할 수 있어야지, 이것이 우리를 장악해서는 결코 안 된다. 또한 이 방식의 지지자들은 경제학이 인간의 숙고된 행동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지 스티글러가 언급했듯, “인간의 모든 신중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행동은 경제학의 원리를 따르기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화된 모델이 주로 쉽게 장악하고, 이것이 현실의 전체인 양 보게 만드는 편리함을 늘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에 맞서야 한다. 110

 

효용을 척도로 다루는 입장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발전의 영역을 다루는 일련의 경제학자와 철학자 집단으로 하여금 삶의 질을 측정할 때 부유함이나 효용에 근거하기보다, 인간의 기능과 역량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접근하는 방식을 옹호하게끔 만들었다.(아마르티아 센의 경제학) 117

 

독자 여러분! 여러분과 나의 인생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지 안 벌어질지는 여러분과 나에게 달렸습니다. 그런 일이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도록 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난롯가에 앉아서 재가 하얗게 식어가는 광경을 지켜볼 것입니다.”.....소설이 주장하는 바는 시민의식의 이론과 실천 모두에 있어 문학적 상상력이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119

 

시적 정의 1,2장에서

 

볕뉘.

 

1.

  마사 너스바움, 챙겨볼 책들이 늘었네요. 미루어두다가 지금에서야 봅니다. 역시 대단하네요. 아마르티아 센, 도덕감정론과 섞어 읽으시면 좋을 듯요.

 

 

2. 타인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합니다. 삶을 나누는 방법으로서 소설 읽기. 어쩌면 우리는 우리 바로 곁의 삶을 추측만하지 느낄 수 없어요.  지금 우리 삶을 잘 드러내는 산문, 소설을 함께 읽고 나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네요. 읽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이에 방점이 있겠죠. 다른 시선을 체감하는 것까지가 한묶음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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