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진전될수록 초기 정보는 물론 수정·보완되지만, 수정된 정보도 본질적으로 여러 참여자들이 처음 취한 입장과 어긋나지 않고 심지어 그 토대 위에서 발전되기도 한다. 참여자들이 주고받을 노선의 선택은 만남 초기에 정하기가 쉽지, 일단 상호작용이 진행되고 나면 도중에 변경하기란 쉽지 않다. 22
개인이 처음에 투영한 상황 정의가 그의 후속 협력 활동을 계획하게 한다는 행동의 관점을 강조하려면, 상황 정의에 독특한 도덕적 성격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상황 정의에 담긴 도덕적 성격이다. 어떤 사회적 특성을 지닌 사람이든 타인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존중과 대우를 받을 도덕적 권리가 있음을 보장하는 원리에 다라 사회가 조직된다. 이와 관련된 두 번째 원리도 있다. 자신이 어떤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거나 명시하는 사람은 스스로 그 주장과 일치하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원리다. 24
상호작용(대면 상호작용)은 개인들이 마주 보는 자리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행동을 말한다. 한 상호작용은 한 시점에 개인들이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만남 emcounter'이라는 용어를 써도 무방하다. ’공연performance'이라는 말은, 한 시점에 한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모든 행동으로 정의하겠다. 특정 참여자와 그의 공연을 기준으로 삼으면, 그 공연에 기여하는 관객·관찰자·동료들이 벌이는 또 다른 공연도 다룰 수 있다. 공연에서 전개되는 미리 정해진 행동 유형과 다른 시점에 연출했던 행동 유형을 ‘배역 part' 또는 ’배역 연기 routine'라 칭하겠다. 이들 상황적 용어는 통상 쓰는 구조적 용어와 쉽게 연결된다. 27
앞무대는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제를 맡은 사람이 매우 상이한 여러 앞무대 가운데서 적합한 유형을 선택해야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군대 조직에서는 과제 수행에 필요한 권위와 기량이 한 계급에는 그들의 앞무대에 비해 넘치고 다음 계급에는 그들의 앞무대에 비해 처지는 임무가 생기곤 한다. 계급별로 앞무대의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임무도 ‘계급에 넘치거나’ 미흡하게 되는 셈이다. 43
“경청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학생은 눈으로 선생을 응시하고, 귀는 사방으로 열어둔다. 그렇게 경청하는 학생 연기를 하느라고 진을 뺀 나머지 그는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처럼 사람들은 종종 표현을 택할지 아니면 행위를 택할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과제를 잘 해낼 시간과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과제에 집중하느라고 잘하는 모습을 연출할 능력이 없을 수 있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조직에서는 극화 기능을 업무 담당자가 아니라 업무의 의미 표현을 전담하는 전문가에게 공식적으로 위임한다고 한다. 49
귀족청년의 덕목 - 그는 자신의 모든 말과 움직임이 주목받기 때문에 평상시 행동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이고 사소한 임무라도 엄격하게 예절을 지키며 행하는 법을 익힌다. 자기가 얼마나 관찰당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성향에 호감을 보이는지 의식하기 때문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유와 고귀함이 저절로 배어 나오게 행동한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 몸가짐, 품행은 모두 그의 탁월함과 우아하고 고상한 감각을 보여주는 징표로서,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지닐 수 없는 소양이다. 이런 소양이 그의 권위에 사람들을 손쉽게 굴복시키고 사람들의 성향을 그의 입맛대로 다스릴 수 있는 기술이다. 50
사실상 사람에게는 자기가 존중하는 집단의 수만큼 많은 사회적 자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대개 상대하는 집단에 따라 자기의 각기 다른 면을 보여준다. 부모와 선생님들 앞에서는 얌전하기 짝이 없지만 ‘거친’ 제 또래 친구들 앞에서는 불량배처럼 욕설을 내뱉고 건들대며 걷는 청소년이 많다. 우리는 자식을 클럽 친구 대하듯, 고객을 고용 노동자 대하듯, 상사나 고용주를 친한 친구 대하듯 하지는 않는다. 68
사람의 인성은 성스러운 것이다. 인성을 침해하지 않고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선이다. 93
볕뉘. 기대하고 있던 책인데 이제서야 번역되어 나왔다. 읽고 있는데 파본이다. 교환신청을 해두었다. 읽은 만큼 밑줄을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