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 며칠 일본 규슈를 다녀오다. 흐리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사전 지식은 가급적 없이 느낌이 가는대로 두었다. 바쇼, 17세기 시작은 무수한 여행을 통한 하이쿠가 오히려 경쾌하고 날렵하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흐름이자 메이지유신의 배후지 나가사키 출도(데지마)의 화려함은 유려하다 싶다. 첫날의 호들갑은 이내 무너진다. 나가사키 원폭투하 지점의 평화기념관...그리고 자료관에서 차마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보고싶지 않았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무라이들 47명 가운데 구마모토 출신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 기자출신부터 첩보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다. 평화운동가들의 진실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을 육성으로 듣다보니 외로움들만 가득 묻어난다. 길거리의 가루수들은 한치도 벗어남이 없이 정원의 분재처럼 길들여져 있다. 이성이 닿는 곳은 모두 관리하려는 듯 허점이 없다. 일반가옥과 가로수를 끊임없이 화두처럼 보고 또 본다. 왜 그런 것일까. 왜. 마지막날 동료들과 뒤풀이가 진했다. 간신히 일어나 살피니 옷을 입은 채 잠이 들었다. 동전들이 흩어져있고 스마트폰이 없다. 출발이 얼마남지 않았다. 프런트에 키를 맡기자 동전지갑과 폰을 챙겨준다.  지나침의 경계가 낳는 것이 무엇일까 아직 이르다 더 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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