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인터뷰 약자들의 싸움은 패배해서는 안 된다

 

언제부턴가 진보가 센 언어, 센 주장, 급진적인 태도, 과격한 행동 이런 것들이 마치 우리의 주장을 잘 알려낼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질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건 타인과 사물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즉 공감능력=알린스키는 그걸 상상력이라고 했는데-이죠. 그게 고갈되는 순간 예의는 없어지고, 과격해지고, 가벼운 조롱을 일삼게 되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동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죠. 동정심이 아니라 진짜 공감, 이 차이를 넘어가는 게 제일 중요한 태도라고 봅니다. 185-186

 

약자들의 싸움은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된다이게 제 좌우명입니다. 무조건 이길 때까지 달려드는 게 아니라 다치지 않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죠. 정치나 운동을 떠나 삶에 있어서 인간의 고통, 인간의 내면과 관련된 주제나 화두에 관심이 많아요. 정치도 인간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출발하는 거라 생각해요. 186

 

요즘 정치를 게임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경계해야 할 부분이죠. 정치는 게임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욕망, 기쁨과 슬픔, 여러 가치들, 그런 존재들이 다 모여서 하는 건데 마치 건조한 게임처럼 다뤄지죠. 미디어의 영향도 있어요. 정치를 예능처럼 다루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권력을 다루는 정치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관음증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187

 

진보정당도 자기가 대변하는 게 명확해야 해요. 그래서 당사자 단체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이 정치인을 배출하고 정치적으로 결속하기도 하고 다른 정당과도 네트워킹 할 때 진짜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안 되니까 대의민주주의는 우리 우리 갈등과 동떨어진 느낌으로 머물러 있고, 정치가 멀어지는 등의 현상들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요. 190

 

편의점 사장님들은 가족노동을 하는데 최저임금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편의점은 굳이 자영업이라 불러야할까. 자영업자들의 평균소득이 아마 비정규노동자보다 낮은 걸로 알고 있어요. 학자들의 영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노동자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제는 진보진영도 자영업을 전통적인 시장의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고요. 사장님들 아닌 거죠....노동의 범위와 폭을 넓히고 일반문제로 보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195

 

예전에는 알바를 노동이라 안 봤어요. 사회경험으로 봤죠. 그래서 알바생이라 불렸고요. 지금은 알바가 시간제 노동이 되었어요. 점점 노동의 범위를 넗혀가는 것, ‘노동이 특별하다. 노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노동을 일반적인 용어로 넓혀가는 게 우리의 힘을 크게 하고 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꿔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195

 

아주 작더라도 구체적인, 물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좋아해요.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적어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고,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196

 

한국의 분쟁지도

 

이 코너는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권력과 자본, 혹은 시민사회 내부의 문제들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의 이야기들 즉 전황을 들어봅니다...무엇보다 이 기획이 지향하는 것은 우선적이고, 즉각적인 그리고 가장 예민한 고통의 연대입니다. 고통의 연대, 그것은 가장 강력하고 윤리적인 연대일 것입니다. 199

 

어디에서든 강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다음카페 구럼비야 사랑해와 페이스북 그룹 강정사람들에서 강정 소식을 자주 만나주길 바란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강정마을의 소식을 매달 발행되는 마을신문 강정이야기로 받아볼 수도 있다. , 모든 강정의 평화활동 자립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강정평화상단 협동조합을 알리고 강정의 귤을 구입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 활동가들을 후원하는 강정친구들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215

 

조복현의 경제읽기

 

현실의 실정적 경제질서는 많은 경우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철학적 기초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경제질서는 처음부터 기득권자들의 형성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이익을 고려하여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된다. 또 이러한 활동이 정당화되도록 철학적 기초도 정립된다. 220

 

오늘날 현실경제 사회가 유토피아경제 사회와는 거리가 멀도록 제도화되어 있는 데는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의 영향이 매우 크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처럼 유토피아 경제사회와는 거리가 먼 무한의 경쟁과 빈부격차, 미래의 불안만을 낳는 경제질서를 옹호하고 주장하게 되었을까? 사실은 이들도 자신들의 사상이 유토피아 경제사회를 향한 보다 더 우수한 정책과 철학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221

 

스미스의 주장이 개인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덕감정론에서 그는 모든 사람의 정의의 감정에 의해 지지될 수 있는 자유의 합리적 체계에 의해 성립된 사회를 이상적 사회로 상정하고, 이러한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면서도 질서와 번영이 유지된다고 생각했다....스미스는 자유로운 개인의 천성에는 이기심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개인은 이기심 외에도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인 동감을 갖는다....이상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상호동감의 범위 내에서 억누르도록 강제할 정의의 덕또는 정의의 법이 필요하다. 정의의 감정에 의해 지지되는 자유란 곧 이러한 정의의 법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를 의미한다. 222

 

케인스는 개인들은 모두가 똑같이 경제활동에서 자유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 공공의 이익에 유리하도록 작동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어욱이 개인들은 너무 무지하고 허약하여 그들 개인의 목표마저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개인은 오히려 어떤 사회적 단위를 구성하여 행동할 때 훨씬 더 똑똑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 이상적인 경제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질서는 자유방임과 경쟁을 강조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가 아니라, 국가가 불안정한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리시장 경제질서라고 주장한다....이성을 가진 정부가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경제활동의 일부를 관리하는 관리시장 경제가 유토피아의 경제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23

 

1970년대 초부터 산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산업계의 노동계에 대한 반격이 거세게 일어났다.....당시의 노사타협과 정부 경제정책은 불확실성과 무지에 대응하면서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심을 동감의 한도 내로 제한하려는 사회질서였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1970년대 초에 이르면 이러한 동감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고, 개인적 집단적 이기심이 더 크게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225

 

하이에크노예의 길에서 사회주의나 집산주의가, 그리고 케인스주의적 국가개입주의가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경제활동에 대한 계획과 명령은 결국 모든 국민을 국가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225

 

프리드먼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과 이 자유의 달성을 위한 시장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정부개입은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억제하고 순응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경기를 안정시키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다고 하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사실상 효과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226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에 의해 제창되고, 루카스와 파머 등에 의해 강화된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시장근본주의는 현대 경제질서의 철학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사조를 보통 신자유주의라고 칭한다. 대공황 이전의 자유주의에 대비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경제적 의사결정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유토피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사결정의 자유는 자유시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8

 

현재의 경제생활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의 유토피아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을 믿지 못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정부개입의 잘못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이 간과한 개인들의 선택할 자유의 차등의사결정에서의 비합리성’, 그리고 시장의 불완전성미래에 대한 무지때문일까? 우리는 후자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후자의 세계에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말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게 되면, 그들의 본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관계없이, 기득권자나 시장에서의 강자가 더 많은 자유와 이익을 누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신자유주의 철학이 나름대로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 할지라도 현실세계에 대한 잘못된 가정 하에 구축된 철학과 경제질서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고, 기득권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협애한 철학으로 전락하고 말 수도 있다. 230

 

볕뉘

 

1. 조성주 인터뷰는 따듯하면서 세밀하게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부드럽고 자신도 남도 작은 교점을 가지면서 한걸음 나아가려는 몸짓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해법으로 당사자주의를 주장하기도  한다. 눈여겨볼 만하다 싶다.

 

2. 고통의 연대, 윤리의 연대로서 만든 한국의 분쟁지도를 통해 지역의 문제가 어떻게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보여준다. 그리고 작은 실천 방법도 잊지 않는다.

 

3. 조복현의 경제읽기는 굵고 간결하다. 그리고 묵직하다. 쟁점을 품고 있으면서도 말을 아끼신다. 후속이 더 기대된다. 간결 명확한 "신자유주의"라...후속작으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프랜차이즈 등등 모세혈관같은 신자유주의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지점과 그 구조가 만들어내는 인상군상들에 대한 모습들이 그려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관조하는데 머무르지 않을 것 같다. 발 딛는 곳에서 새로운 모색을 가능성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 이상 통독자로 첫 단평이자 느낌을 실어놓는다.  서재에 한 권 두고 시간나는대로 읽어도 어느 책들보다 색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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