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주의

 

싫어하면서 배운다를 너머서 국민들 사이에 정치적 우정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그리고 그 조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공화주의의 문제의식이다. 서문 11-14

 

루소 자유로운 인민은 복종은 하지만 예종은 하지 않으며, 지도자는 두지만 주인은 두지 않는다. 자유로운 인민은 오직 법에만 복종하며, 타인에게 예종하도록 강제될 수는 없는데, 이것은 법의 힘 때문이다.” 17

 

노예를 두지 않은 최초의 공화국들이 중세 말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아직 완전한 시민권은 시민들 중 소수의 특권층만 누리고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피렌체, 베네치아, 제노바, 피사,루카, 시에나와 기타 몇몇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성벽 안에는 군주도 왕도 없이 시민들이 하나의 법제도 아래에서 함께 어울려 살았다. 바로 이 성벽과 공회당 안에서, 그리고 법률가, 역사가, 정치사상가들의 서재 안에서 근대적인 공화주의의 사상이 태어났다. 33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그들이 말하는 자기 통치의 원리, 즉 자치의 원리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로마법의 원리에서 도출해냈다. 모두 그러한 의사결정에 똑같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공공선의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공화주의자들의 생각이었다. 35

 

공화주의는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론체계였다기보다는 헌법적 제약 속에서 운영되는 대의제적 자기 통치에 관한 이론체계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38

 

자유주의에는 공화주의에서 볼 수 없는 창작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자연적인(양도불가능한 또는 생래적인) 인간의 권리라는 독특한 개념이다. 이 자연권 이론은 자유주의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것인데, 명백한 이론적 약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떠한 권리도 오직 법과 관습에 의해서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권리는 역사적인 것이지 자연적인 것이 아니며, 법과 관습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 때 그것은 도덕적 요청 정도로 불려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마키아벨리는 후세의 사상가들과 달리 자연권 개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유만이 개인들이 누릴 수 있는 선이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이러한 자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좋은 청치제도와 군사제도를 갖추어야하며, 개인들이 충분히 시민적비르투를 체화하고 있어야 하며, 또한 운에 달린 것이긴 하지만 힘세고도 공격적인 국가들이 너무 가까이 있지 않아야 한다. 40-41

 

공화주의는 우리가 타인에 예속되지 않을 때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자유주의는 우리가 외부의 간섭에서 벗어날 때 자유롭다고 한다....고전적 공화주의 사상가들의 주장은 요컨대 예속이 간섭보다 자유에 대한 훨씬 고통스러운 침해라는 것이다...자유라는 것이 우리가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생래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거나 우리가 공공 회의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기만 하면 그대로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노력을 해야만 가지게 되면, 또 그만큼 합당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신, 바로 이런 정신을 진작시킨다. 44-47

 

공화주의는 정치적 자유의 사상일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유의 실현과 유지에 꼭 필요한 열정들에 대한 이론이기도 하다. 공화주의 사상가들이 수세기에 걸쳐 변함없이 이야기해 오고 있는 지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오직 시민들이 시민적 비르쿠라 불리는 품성을 가지고있는 곳에서만 자유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적 비르투란 숭무적이면서도 웅장하고 금욕적인 덕성이 아니라, 상업적 공화국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세련되면서 평범하고 관용적인 덕성이다. 그것은 엄격성과 유머, 정직과 융통성, 무거움과 가벼움 등을 조화롭게 가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마키아벨 리가 그의 전저작과 전생애를 통해 우리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다. 49-50

 

공화주의적 애국자들에게 있어서 나라사랑은 계속해서 불어넣어야 하며, 또한 정치적 수단에 의해 끊임없이 강화되어야 하는 인공적인 열정인 데 반해 민족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문화적 오염, 문화적 동화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자연스러운 생래적 감정이다. 54

 

정치사상은(또는 정치철학) 철학이나 법학과 같은 사이언스(학문)’에 속하는 분과가 아니라 레토릭’(말하는기술 또는 수사학)에 속하는 분과라는 점이다. 오늘날은 저작활동을 하고 논문을 쓰지만 마키아벨리나 다른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정치사상을 말하는 기술에 속하는 활동으로 이해했고, 그렇게 실천했다. 즉 그들은 단지 독자들의 합리적 이성적 동의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까지 움직여냄으로써 어떤 정치적 아이디어에 대해 그 독자들에게 찬반을 설득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서 저술활동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성을 말하는 기술로써 보강하고자, 라치오ratio'오라치오oratio'로써 보강하고자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은 모범사례, 비유, 실제 이야기, 격정적 권고 등 고전 레토릭의 모든 수단들을 즐겨 동원했다. 59

 

고전적 공화주의자들은 공공 회의장에서 실제로벌어지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성적 논의가 아니라, 서로 당파적 입장에 서서 레토릭의 여러 기법들을 총동원해 가면서 갑론을박하는 것이라고 믿었다.....무엇보다도 듣는 사람들의 열정, 감정을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필립 페팃이 잘 지적하였듯이, 합리와 이성의 공화국이 아니라 수사와 웅변의 공화국이다....17세기까지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던 말하는기술에 입각한 정치사상하기가 복원되어야한다고 믿는 주된 이유는 그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에 있다...60-61

 

2장 자유의 새로운 이상향

 

간섭 또는 방해를 받는다는 것과 예속되거나 사적 주종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의 차이 시민들이 법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독재자나 과두지배계급에 의해 핍박받는 경우, 여성이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면서도 전혀 저항할 수 없거나 사후적으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근로자들이 고용주나 감독자의 크고 작은 횡포 아래 놓여지게 되는 경우, 퇴직자가 자신이 당영히 받을 권리가 있는 연금을 수령함에 있어서 담당공무원의 변덕에 좌우되는 경우, 환자가 건강을 되찾는 것이 의사의 호의에 달린 경우, 젊은 학자들의 직업적 미래가 연구성과의 질이 아니라 선배 학자의 변덕에 좌우되는 경우, 시민이 검사의 자의적인 말 한마디에 의해 언제라도 감옥에 수감될 수 있는 경우 등 이 모든 경우에서 간섭은 보이지 않는다....위의 예와 같이 예속상태에 있는 사람들은(그들이 아내이건, 근로자건, 퇴직자건,병자건, 또는 젊은 학자건 간에) 우리가 자유를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또는 방해나 제한으로부터의 자유로 이해하는 경우, 한마디로 100퍼센트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잇다. 하지만 이들은 타인의 자의에 노출되어 있고, 따라서 프라우투스가 자신의 희극에서 묘사한 노예들의 삶과 같은 그런 예속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92-93

 

예속을 파가노는 자유의 부정과 그것이 가져오는 공포라고 정의했다. “폭압적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더라고 여전히 자유에 대한 공격이 된다. 자유는 너무나도 상하기 쉬워서 약간의 그림자만으로도 그 색이 어두워지고, 살짝만 입김이 닿아도 뿌옇게 그 투명함을 잃는다. 다른 사람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나에게 폭압을 가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나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공포는 자유가 솟아나는 그 샘 자체를 파괴한다. 그것은 강물이 흘러나오는 발원에 깊숙이 퍼뜨린 독이다.” 94 “인민의 정치적 자유는 자신의 안전을 믿는데서 나오는 마음의 안정상태이다. 이러한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정치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95

 

4장 공화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자유주의는 자신의 핵심 원리인 자유의 이름으로 비판받았던 적은 (형식적 자유가 아닌 진정한자유 또는 실체적자유의 이름으로 도전 받았던 적을 제외한다면)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자유주의자들은 힘센 자들의 주종적 지배에 맞서 싸우려 할 때, 이러한 목적에 걸맞지 않는 그들의 자유 개념, 간섭의 부재라는 의미의 자유 개념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 대신 정의나 평등 같은 다른 이상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125-6

 

공동체의 최고의 목적은 자유주의자들이 개별 구성원들의 생명, 자유, 소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키케로가 의무론에서 이미 사람들이 자연적 자유를 포기하고 정치공동체를 만들게 된 제일 이유는 바로 소유의 안전이었다고 주장한다. 마키아벨리도 공동의 편익이 자신의 것들을 자유롭고 걱정없이 향유하고, 자기 아내와 자식들의 명예가 침해받을까 걱정하지 않으며,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이 유토피아 담론에 맞서 사회갈등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유익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혁신적인 생각은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에 처음 등장하는데, 그는 민중파와 귀족파 간의 사회갈등이 로마를 자유롭게 유지한 첫 번째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다양성을 옹호한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야지 남의 방식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구절을 더 새겨야할 것이다. 127-9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는 원작과 개작의 관계다.

 

역사적으로 자유주의의 가장 쓸 만한 교리적 원리들은 공화주의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었고, 자유주의가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원리들은 시간이라는 시험을 그리 잘 견뎌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이론에서 정치적 자유에 대한 공화주의적 관점을 상실해버렸고 예속상태를 제거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131-2

 

마키아벨리를 필두로 하는 고전적 공화주의자들은 자유주의와 달리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생래적이거나 자연적인 권리에 대해서는 더더욱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적 권리 개념은 공화주의가 말하는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삶의 이상이 완벽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토크빌은 어느 개인도 비르투가 없이는 훌륭해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나라도 권리에 대한 존중 없이는 위대해질 수 없다. 심지어 권리에 대한 존중과 비르투 어느 하나가 빠져서는 사회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도대체 강제력 하나만으로 뭉쳐놓은, 이성과 지성을 가진 존재들의 조직이라는게 무엇이란 말인가?” 135

 

자유라는 이상을 단지 간섭의 부재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일정한 사회적 의무들 자선기관에 기부하기, 사회연대 프로그램 후원하기, 주요 시민사회 단체에 참여하기 등 을 이행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행동이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믿거나, 이러한 행동을 통해 공동체가 좀더 품위 있고 평온해질 수 있다고 믿거나 또는 공익에 봉사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오만한 통치자, 오만한 시민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을 설득하여 공익을 위해 돈을 내거나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하도록 하는 법률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것을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자유는 간섭의 부재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기술했듯이 봉사의 면제이기도 하다...하지만 공화주의적 이상을 받아들인 시민은 공공 봉사 의무를 자유의 필연적 동반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136-7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시민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자치적인 종족-문화 공동체에 소속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레스 푸브리카또는 키비타스의 멤버십에 따르는 여러 시민적 정치적 권리들을 행사한다는데 있다고 믿었다..공화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공공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인데, 공동체주의자들은 도덕적 선 관념을 공유함으로써 이것을 강화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138-9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공화국의 공적 삶에 참여하는 것은 자유를 유지하고 시민들에게 시민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중요하며, 따라서 그것은 모든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권장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공화국의 주된 가치나 목적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유를 지키고 최고의 시민들을 선발하여 책무를 맡기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직접 참여 여부보다는 통치와 결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공공선에 진정으로 봉사하려 하느냐 여부이다. 140

 

공화주의적 평등은 단지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평등만으로 이루어져 있진 않다..모든 시민들에게 존엄과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들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다...어는 시민도 가난을 이유로 공적인 명예로부터 배제되거나 오명을 얻게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느 누구도 자신을 팔아버려야 할 정도로 가난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도 사적인 혜택들을 미끼로 다른 시민들의 굴종을 사버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140-141

 

공적(그리고 사적) 구호(자선)는 아무리 칭찬할 만한 경우라 하더라도 시민적 삶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아프거나 늙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 공화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려 노력하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방식이다. 따라서 공화국은 동정행위로서가 아니라 시민이 가진 당연한 권리에 따라 그러한 구호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화국은 시민들을 도와야 하는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또한 그 의무를 다른 사적 개인들에게 떠 넘겨서도 안 된다...“기독교적 자비는 배고픈자들을 발견하면 그들을 먹였고, 헐벗은 자들을 보면 그들을 입혔으며, 아픈 자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그 가난과 헐벗음의 원인들을 어떻게 제거할까에 대한 사고는 전혀 없었다.“ 142-143

 

공화주의적 덕성

 

몽테스큐는 시민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쾌락에서 헤어나게 되면 그들은 공동체를 사랑하게 되는데, 이는 수도원의 금욕생활을 통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열정의 분출구가 막혀버린 수도사들이 자신의 종단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민들은 엄격하고 검약하게 살도록 해야 한다...이와같이 몽테스큐는 물적 탐욕과 정치적 야심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사적 이익 추구 역시 시민적 덕성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보았으며, 시민적 덕성이 꽃피는 이상적인 토양은 엄격하고 검약하게 살아가는 작은 공화국이라고 믿었다. 147-8

 

피렌체 공화국의 통령을 역임했던 살루타티는 카토의 대리석 같은 엄격함을 닮을 필요가 없는데, 그는 공화국에 봉사했는지 몰라도 자신의 가족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고 한다...15세기 피렌체 공화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시민적 덕성은 사생활의 포기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것은 사생활을 즐겁고 안전하게 만드는 사생활의 주춧돌이었다...알베르티는 가정에 관하여 제3권에 이렇게 말한다. “ 자네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좋은 시민은 평온함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평온함보다는 다른 좋은 사람들의 평온함을 더욱 존중한다고 말하겠네. 좋은 시민은 개인적 쾌락을 즐기지만, 자신의 쾌락보다는 다른 시민동료들의 사적 쾌락을 더욱 존중할걸세. 좋은 시민은 자기 가정의 화합, 안녕, 평화, 그리고 평온함을 바라지만 자기 고장과 공화국의 화합, 안녕, 평화, 그리고 평온함을 더더욱 기대하네.” 149-151

 

시민적 덕성도 부와 완전히 양립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신사에게 있어서부는 덕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물론 덕이 없이는 부는 여전히 약하며 불완전한 것일 뿐이다....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보면 부패하지 않은 시민들은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 중 어느 것도 희생하지 않으며, “양자를 견줘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양자 모두 놀랍게 성장하게 된다.” 덕성을 지닌 시민들은 자유를 만끽하는 삶에서 나오는 평안을 사랑한다.....영광에 대한 갈증이 시민적 덕성에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믿었다....“세상의 영광을 얻고자 하는 군주라면 부패한 국가를 가지기를 바라는 것이 좋은데, 물론 그것은 카이사르처럼 더 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로물루스처럼 바로잡기 위해서이다.”라고 기술한다.....이러한 덕성은 개인들의 열정과 이익을 희생시킬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유와 사적인 사교생활에 안정된 정치적 토대와 도덕적 고양을 주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덕성은 세상살이에 있어서 다양성을 적극 포용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 세상의 실제 모습이며, 그래서 멋진 것이다. 공화국을 경험한 적이 없는 18세기 프랑스의 한 사상가가 시민적 덕성을 저 멀리 있는, 그리고 너무 이상적이고 빛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그래서 그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상상했던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화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것이 그렇게 엄격한 것이 아니라 좀더 가볍고 그래서 실현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 156-9

 

6장 공화주의적 애국

 

루소는 조국을 자유, 비르투와 연결짓는다. “자유없이 애국은 불가능하며, 비르투 없이 자유는 불가능하며, 시민들 없이 비르투는 불가능하다.” “자유와 진정한 시민이 없는 곳에서는 빠트리’, 즉 조국(나라)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고 단지 뻬이’, 즉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만을 논할 수 있다.” 169

 

조국을 구성하는 것은 성벽이나 사람들이 아니다. 조국을 구성하는 것은 법과 관습, 구성원들의 습관, 그리고 정치방식, 또 이런 것들로부터 나오게 되는 특정한 생활방식이다. 조국은 국가와 그 구성원들 간의 관계이며, 이러한 관계가 변하거나 끊어지게 되면 국가도 그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 170

 

토크빌 뉴 잉글랜드 지역 타운들에서 직접 목도한 애국심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애정은 권력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애국심은 정복당한 나라에는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다. 뉴 잉글랜드 사람들이 자신의 타운에 대해 애착하게 되는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구성원이며 또한 노고를 무릅쓰고라도 한번 운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자유롭고도 힘 있는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172

 

조국은 땅이 아니다. 땅은 그 토대에 불과하다. 조국은 이 토대 위에 건립한 이념이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사상이며, 그 땅의 자식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다. 당신의 형제 중 어는 하나라도 투표권이 없어 나라 일에 자신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바디 못한 채 고통받고 있는 한, 그리고 어는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한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가난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당신에게 당신이 가져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은 없다. 모두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바로 그 조국을 당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173

 

공공선이란 다름 아닌 우리 자신들이다. 그것과 우리를 묶는 것은 애국이니 우리를 낳고 고통과 눈물 속에서 보살펴 주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니 하는 그런 거창하기만 하고 내용이 없는 상투어가 아니다....생각해 보면 우리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것과 공공선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같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공공선을 내 것처럼 아껴야 하고, 그리고 그것을 가장 사랑스럽고 중요한 일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다른 일들이, 그리고 이 일들의 성사를 위한 조건들이 바로 이 하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80-181

 

볕뉘. 레토릭있게 두루 공화주의에 대해 느낌 수 있게 쓴 책.  예전에는 너무 쉽게 넘겨버렸는데, 저자의 의도까지 읽는다면  공화주의라는 원작에 자유주의는 개작에 불과하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생명, 소유,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키케로, 말키아벨리 등에서 충분히 이야기한 요소이다. 자유주의는 자유만을 이야기할 뿐, 힘센자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정의나 평등이라는 다른 수사를 덧대는 이론적인 강점도 없다고 일갈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