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두시간 넘게 택시로 달려온
친구.

십여년만의 만남이
급해 옆자리 눈총마저
받은 친구와 두시간여 독대.

살피지 못한
지난 격과 이력. 삶의 자본이
밟힌다. 원하는 답을 알면서도
앞뒤를 살피거나 늦추는 나이가 되어
슬프다.

눈치삶이 고수인 친구들은
어누룩한 내틈을 몇번씩이나 들낙거렸을텐데.

이번엔 그 마음 속을 빌려
뱀꼬리처럼 늘여터지는 불금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선술집마다 들려 마음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어제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새벽이다.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부모님은 밤새 서성거렸을테다.

아직도 허름한 당*개 국밥집에서
몸도 마음도 다독인 후, 집 문을 두드렸다.

갈지자같은 삶들이 구역구역 속에 들어와 동면할 뱀처럼 뒤엉켜. 그뒤로 며칠내내 단 한줄의 활자도 체해 한모금을 넘기질 못해.

뱀발.

 

1. 일터 동기들 모임이다. 임원을 단 친구도, 다른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도...애틋함이 남아 있고, 그래도 살아가는 원칙을 고수하는 이들이 많아 늘 모임은 활력이 넘친다. 성격도 다양하고 애정도 깊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드리고 급히 잡은 택시가 두시간이 더 걸렸단다. 택시요금도 만만치 않다. 같은 동네 방향으로 1,2차를 파한 후 택시로 함께 가는데 이번 역시 만만치 않다. 한강변은 불야성이어서 탄성만 질렀다. 그러다 허름한 연탄구이집을 발견해서 함께 내렸다. 고기와 김치만 팔았다. 주인장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조선족 말로 대전사람이라고 한다.

 

2. 일년에 한두번씩 만나 그들의 삶을 살피겠지. 참관도 참견도 얼씬거리지 못하는 어느 거리에서. 자식들 퇴로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할 아비들이 되어. 그래 날밤이든 날것이든 싱싱한게 뫔에 많이 좋다.

 

3. 한 친구는 자신이 일터 원칙을 지키느라 가까운 친구의 절실함이 닿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조금만 더 융통성이 있더라면 가까운 이들에게 모질게 못했을텐데하고 말했다.  교육을 되물어왔다. 그러다가 슬며시 삶의 이력이 담긴 얘기를 건넨다. 혹시나 다음에 만나면 좀더 깊은 이야기나, 열정이 느껴지는 얘길 나누었으면 더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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