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
지난 시간을 불러 세운다
등짐처럼 눈꺼풀이
내려와도
모질게 지나버린 시간을 채근한다
온몸이 쓸려내려갈
기세의 말들은 용케도 몸 속을
침식해 들어간다.
삭히면 삭힐수록 단어 하나하나
날을 세워 낚시바늘처럼 온몸을 되찌른다
뚝뚝 떨어진 시간을 불러 세웠다
흘러가버린 시간들 속,
몸에 박혀
심장 가까이 꽂힌
사금파리 같은 시간들을 거꾸로 세웠다
얼굴은 붉어지고
피는 거꾸로 솟고,
툭 불거진
혈관 가까이 실금같은
사기조각이 통증을 짓누른다
하늘은 흐리고
바다는 색을 잃어 슬프고
바람은 한겹한겹 온몸을
발가벗겨 체온을 내렸다
몸도 시간도
간당간당 깃발처럼 날린다
흘러올 시간들 속에
숨표처럼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