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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민아카데미가 펴낸 인문학 잡지 <상상> 2호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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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요?'

지난 2006년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피습직후 병상에서 깨어나 한 첫 마디다. 박 전 대표가 물은 것은 대전시장 선거 판도였다.

최근 출간된 <상상> 2호도 "대전은요?"라고 묻는다. <상상>은 대전이라는 공간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인문학 잡지다. 이번호 <상상>의 시선은 '2015 대전이라는 도시'다. 도시 '대전'의 탄생에서 부터 현재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분량(184쪽)에 비해 두툼한 주제의식을 품고 있다.

첫 페이지는 지역 노동 현장의 목소리다. 자동차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대한이연(대전시 대덕구) 노동자의 삶이다. 글쓴이 이정림(지속가능한 공동체 연구자)이 현장 노동자(엄연섭)를 사전 인터뷰하고 현장 탐방기를 실감나게 엮었다.

노조간부는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사회분위기로 인해 조직력이 약화될 것에 대한 불안"이라고 답한다. 최장집 교수가 말한 노동의 가치를 쓸모없게 만드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염려한 것이다.

대전은 아니지만 인근 충남 청양 비봉면 강정마을에서 현재진행형인 석면폐광산에 있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장 반대 주민의 사연은 가슴 시리다. 전진식 기자(한겨레 21)는 마을 주민인 이기태 할아버지와 같은 마을에 사는 10살 소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2011년 석면폐증 2급 진단을 받고 세숫대야에 한가득 피를 토해오다 지난해 12월 숨졌다. 같은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인 10살 소녀를 보는 마을 주민들은 폐기물처리장에서 날리는 먼지와 석면광산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전 기자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석화 청양군수, 관련 공무원들에게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더구나 그들의 고통에 단 1g이라도 책임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제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 나서줄 것을 희망한다"고. 독자들에게는 "희망버스 또는 마음을 보내 달라"고 제안한다.

일제강점기 때 찍은 옛 '소제호'(대전시 동구 소제동) 사진을 통해 들여다 본 '대전의 탄생'(고윤수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은 대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제호 주변에 살았던 우암 송시열과 일제강점기 때 소제호 입구에 만들어진 신사, 일본풍으로 변한 소제 공원은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 '대전'의 탄생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 재생'을 벌이고 있는 현재와 이어진다. 이상희(대전근대아카이브즈포럼 연구원)는 대전역 광장에서부터 옛 충남도청사까지 원도심의 역사를 속도감 있게 훑어 낸다. 그는 176억 여원이 투여된 '목척교 리모델링' 공사와 으능정이에 165억 원을 들여 만든 '스카이로드'를 께름하게 평한다.

이용원(월간 토마토 편집국장)은 한술 더 떠 '목척교'와 스카이로드를 대전시가 만들어낸 '도시 괴물'로 규정한다. 그는 "경관을 재구성해야 한다"면서도 "자본주의적 상상력이 아닌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경관을 바로 보는 시작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희는 "원도심을 역사와 문화, 개발이 서로 공존하는 문화중심 공간으로 재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에 대해서도 "도시재생이 부동산 개발의 또 다른 어휘로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충고하고 있다.

금홍섭(혁신자치포럼 운영위원장)의 '대전시의 무분별한 민자, 외자유치로 인한 사업 실패' 사례도 챙겨 볼만 하다. 갑천고속화도로 외자유치사업, 롯데테마파크 유치사업, 보문산 아쿠아월드 민간투자사업, 성북동 종합관광단지 외자유치사업 등을 사례로 혈세가 허투로 쓰고 있는 시정을 꼬집고 있다. 

송덕호(시민참여연구센터 과학문화위원)의 '과학 문화의 한계들'과 윤석진(충남대 국문과교수)의 '인문학과 과학기술, 그리고 문화산업'은 과학이 지역민을 위한 삶의 문화로 뿌리내리기 위한 조건과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화두를 제공한다.

지상대담 '경제문제 해결, 왜 어려운가'(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은 실업과 소득불평등, 경제불안정이라는 화두에 대한 서로 다른 경제학자들의 입장을 비교적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조 교수는 "경제이론이 교묘히 기득권층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수립되고 집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글로 맺음하고 있다.  

이 밖에 '대전 시티즌 널 위해 노래해'(김준태 축구여행가), '대전지역 학생인권을 이야기하다'(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스페이스 씨(얼마 전 문 닫은 대안 공간)를 통해 본 지역대안공간의 방향성'(김경량 대안문화공간 운영자)의 글은 행복한 대전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 고민을 안겨준다.    

'위화소설을 통해 본 중국이 현대'(신의연 서남대 중국학과 교수), '동아시아라는 화두의 여정'(윤여일 사회학자)의 글은 중국과 동아시아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신명식 발행인은 " 조금은 가난하고 조금은 넉넉한 사람들이 한발짝 씩 다가가서 어깨를 기대고 살아가는 꿈을 담고 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민아카데미가 연 2회 발간되는 <상상>은 지역을 기반한 인문잡지를 표방하며 향후 계간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잡지신청 및 문의/042-489-2130, tjca@hanmail.net)

태그:상상, 대전시민아카데미, 2호, 인문학잡지, 대전의 탄생

 

 

볕뉘.

 

1. 마을마다 잡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깊이'와 '넓이' 그리고 '마음'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렵더라도 꾸준히 해 볼 일이다. 상상구독 요청이 더 많이 들어오면 좋겠지만... ...년 2만원의 착한 가격으로 어줍잖은 글은 냉정히 편집해버리는 상상편집위원들과 편집장의 역할을 기대해보면 상상 3호는 정말 폐부를 깊숙히 찌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오마이뉴스의 허락을 얻어 전문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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