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나를 들어올린다
묵은지처럼
고무장갑으로
꺼내들자
한켠에 슬은 곰팡이로
주저한다.
말간 수돗물에 씻어야 하나
고무통에 맑은 물을 채우고
헹구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쭈뼛 털고
말아야 하나
묵은 나를 건져올린다
온전한 줄 알았는데
미쳐 들어올리지
않았더라면
시어버릴 줄
미처 보지않았으면
더 익혀야 되는지도
몰라
맛을 보는 내내
서툴다.
그 가을도
그 겨울도
다가올 봄바람에도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사람을 들이고
삶을 들이고
잘디잘은
소금간 한점에도
이리 묵은내가
풀풀날 수 있다는 걸
나를
툭툭
털어버리지 않으면
나를
술술
놓아버리지 않으면
시어버린다는 걸
염려와 시름이
왜간장처럼
묶인 나를
결박하고 말거라는 걸
지금 난
묵은지처럼
장독에 스치는 볕과 바람
추위와 더위
별과 달과 꽃을
다시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