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요리 흑역사(양념) - "화근이다. 이천원하는 도루묵은 국보다 어찌하다보니 매운탕으로 소화를 시켰는데(무려 두끼 반이나 함께해야했다.) 염가에 판매한다는 말에 솔깃하여 구입한 안동간고등어는 맑은 물에 해동하니 시간이 제법 걸린다. 한손이 남아있다. 저녁도 콩나물국, 계란김말이에 잘 챙겨먹고 과일 후식까지 배부르다. 그런데 어찌해야 하는지 콩나물국은 2인분, 맑게 기다리는 고등어는 자꾸 빤히 쳐다본다. 콩나물국을 따로 담아 냉동고에 넣어 후일을 기약하고, 냄비에 얕게 국물을 남기고, 남은 무를 크게 두조각씩 네 조각으로 나눠 올려둔다. 그리고 고등어를 네토막 내고, 파와 간장, 고춧가루, 마늘, 깨, 설탕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중탕처럼 끓는 고등어 위에 올린다. 아 그래 못먹지는 않겠다는 감이 온다. 나머지 한 마리는 다시 냉동고.... 단잠을 잔 하루 아침, 미리 준비한 아침 요리를 다시 데우고 시식을 해본다. 아~ 맛나다. 그런데 이건 간고등어였지. 간이 밴 간고등어... ... 밥을 한숟가락 큰입으로 넣을 만큼 한술 거기에 양념간고등어를 알맞게 올렸다.. 그래 맛있어야 한다. 너는!!!"
산포가 준다. 재현성, 정밀도는 높아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재미있어지는 중이다고 말한다. 재미나다. 제 시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일상의 질을 높이기도 하는 일이다. 살림의 문외한이었던 나는 공간이 살아있다는 말을 느낄 것 같다. 마음이 닿은 그 끝까지가 나의 살림공간이다. 마지막 설거지를 마치고 난 그 상쾌함이 와락하는 순간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일의 농도와 반복하는 나이브가 엄습하여 재미가 일로 변질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서 일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간, 나의 몫인 시간이 더 필요하다. 너의 몫인 새로움도 더 요긴하다.
1500원인 국자의 허리가 헐거워져 가끔 속을 보인다. 냄비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잘익을 세트 홈쇼핑에 눈길이 간다. 그래서 좋은 걸 사는구나. 오래가는 걸로, 그래서 꾸미고 싶어하는구나. 밤에 미리 아침을 준비하는 맞벌이 주부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신이 여자이든, 남자이든, 시공간을 살리고 있는 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