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멈퍼드 글을 읽다보면 그에겐 지독한 휴머니스트의 향기가 난다. 예술과 기술의 사이 그 심연의 강을 건널 수 있는 것일까? 어렵게만 느껴지는 기술, 그리고 도무지 길이와 방향도 알 수 없는 예술에 다시 말을 건넨다. 그리스의 테크네가 예술과 기술을 분리시키지 않았듯이 그 연원을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이 신의 위치에 어떻게 군림하게 되었는지, 예술이 어떻게 미를 넘어서 탐미에 빠지게 되었는지 살핀다. 학문의 길이 어떻게 갈라서게 된 것일까? 서로 모르쇠로만 일관하게 된 것은 어떤 연유일까? 안타깝게도 예술도 과학도, 기술도 사람의 온도, 삶의 온도로 되짚어보지 않은 사소한 분리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낳은, 삶이 낳은 기술과 예술이 사람을 짓누르고, 삶을 억압하며, 개인의 극단적인 병리를 작품 속에 가두어 놓고 만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강연록을 정리해 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입문서로, 전체성을 강조하는 그의 관점을 보기에 쉬우면서도 통찰력을 갖게 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기도 하다. 단 중요한 것은 지적인 관심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사귈 수 있다는 거만한 독서자의 입장이 필요하다. 예술이든 기술이든 당신과 당신의 삶, 우리의 삶으로 번역되거나 우리의 온도로 재해석되지 않았다는 전제를 갖는 마음자세가 필요하긴 하다.

 

과학과 예술, 지식과 몽상, 지적활동과 정서적 활동을 분리시키는 순수한 논리적 근거는 없다. 이는 편의의 문제에 불과하다. 모든 활동은 형식은 달라도 모두 혼동 상태에 있는 자신을 깨달은 인간이 거기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휴머니스트의 관점이라고 전한다. 예술과 기술에 머무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철학이든 문학이든 그가 말걸고 있는 것인 사람과 삶의 시선으로 일상에서 종합인이 될 것을 당신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제가 말하는 변화는 다름아닌 유기체와 인격 전체를 향한 관심의 변화입니다. 즉 가치의 전환입니다. 하나의 새로운 철학적 틀입니다. 새로운 생활습관입니다....우리가 하나의 철학을 수립하기 전까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철학이란 우리가 자연의 해석자이자 변형자로서,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의 창조자로서, 기계를 밀어내고 인간을 우주의 바로 중심으로 복귀시켜 이 사회를 재조정할 수 있는 철학입니다. 인간은 지금 여기에 있는 피조물일뿐 아니라 무한과 영혼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193-198

 

봄이 내리는 어느 날, 당신 손안에, 마음 안에 이 책의 한 구절이 들어온다면, 그래도 후회할 수 없는 한 나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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