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統)으로 사유하다

전체성에 대한 사유 - 우리가 보지 못하는 생각과 행동의 흔적들을 긁다

 

 

사람들은 여러 현상에 대해 알고싶어 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앞뒤가 확인되고 맥락이 짚어지면 그래그래 '이래서 이렇게 된 것이군' 하고 결론을 내린다. 여러 싸움들이나 여러 문제들, 가까운 것부터 먼 것까지 이렇게 판단의 근거를 갖게 되면 마음도 홀가분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러 경황들은 한가지의 원인만 갖고 있지 않다. 때로 중요한 원인이 판명되었어도 또 다른 부분이나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흔히 이런 사유습관은 이성적인 판단에 뿌리가 있다. 하지만 감정의 결들이 어떻게 흐르는지 잘 살피지 못한다.  비타민이나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의 기능적인 섭취만 강조한다거나 비료를 주면 그 농토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없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사유습관은 정답이 있는 문제나 단순화시키는 사고, 환원시키는 이론의 영향때문이기도 하다.


두번째, 기술에 대한 경도된 감정이다.  기술의 효용성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기술이 또 해결해주겠지 하는 판단이다.  이런 선입견은 기술이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보지 못하게 한다. '어 이건 아닌데' 라는 의문이 종합적이면서도 문제를 다시보는 통찰감각이기도 한데 더 발전시키지 않는다. '아 뭔가 깔끔한 맛이 없는데' 라는 것도 입체적으로 보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 종합감각에서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면 섣불린 한가지 결과로만 결론짓지 않을 수 있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서 용도 측면이 아니라 공간의 점유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드나들고 공간과 접촉하는 사람들이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살펴야 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감성과 감정을 바꾸거나 우연치 않게 바꿔버렸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번째, 대부분의 운영단위는 이런 해결에 익숙하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일들을 처리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있기도 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절적인 사유나 의사결정습관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기도 하고, 잘게잘게 쌓인 사소한 감정이나 습관, 문제로 인해 정작 뿌리마저 썩게 만들기도 하는 것은 대부분 경험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는 일들이나 사건들은 이런 매개물들을 다 가지고 있다.

 

마음이 같이 움직이는 단위는 일만, 감정만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렇게 흐를 수도 없다. 전체를 조망하거나 담으려는 노력은 단락된 사유의 한계를 풀어줄 것이다. 시간에 좀더 강한 사유의 뿌리를 만들어줄 것이다. 일과 이성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흐르는 감정의 물꼬를 유연하게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줄지 모른다. 그리고 관심의 깊이가 한곳이 아니라 여러곳에 분산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하거나 뒤늦게 발생하는 문제를 좀더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볕뉘.

 

1. 학문이나 전공의 위계는 이런 통찰을 주는 사유습관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일상에서부터 사건에 접근하는 문제, 해결해야하는 과제들. 이렇게 보면 융합이나 또 학제가 연결이라는 것도 좁은 사유나 노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나'라는 것도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날씨나 기분에 따라 끊임없이 변덕을 부린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쌓인 울화나 분노도 꿈의 가장자리로 들어와 감정의 날선부분을 비춰준다. 팀단위의 일로 뭉쳐진 그룹도 일과 감정들을 통째로 다루지 않아 심한 기복이 불편을 겪기도 하고, 팀자체가 와해되기도 한다. 시대의 감정이라는 것도, 시대의 분노라는 것도 사람을 여러 측면에서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조급한 해석과 조급한 판단에 맡기는 것보다 좀더 다양한 입장과 삶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실감을 경청할 때 좀더 나은 대안이 아니라 삶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2. 우리는 늘 시간이라는 재산이나 구장을 갖고 있는데, 프로축구가 아니라 동네축구처럼 공을 뺏는 것에만 혈안되어 있다.  조금 더 넓은 시야, 조금 넓은 안목, 조금 더 종합적인 호흡.  그것이 일도, 감정도, 아름다움도, 일상의 갑갑함을 풀어줄 근력을 만들어 줄 것이다. 오히려 사회와 세상에 통찰이라는 선물을 불쑥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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