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도망가지 않는다. 어떻게 남기고 헤아릴 것인가

 

 

음, 솔직한 바램이 있다. 오해하기 딱 좋은 말이긴 하다.  '왜?'를 알고 싶다. 모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점, 그리고 점이 모여 만들어지는 선.  왜 이어지고 연결되는지.  모임의 전후, 책이든 사람이든, 편하게 너라고 부르자. '너'를 만나기 전후 느낌이나 선입견은 어떤 맥락으로 흘러버린 것인지. 모임을 갖게 된 설명은 하지 못하지만 그 어떤 것. 이렇게 말하니 점점 어려워지고 곤란하기도 할 것이다. 도대체 뭐를 하라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기도 할 것이다.


대개 만남은 일회성으로 끝난다. 바쁜 세상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인기있는 강사를 더 찾는다. 만나고 대면하게 되는 순간 질문을 해두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으로 끝나기 대부분이다. 좋은 인상이었는지, 고민의 지점이 어디었는지 잊힌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분위기의 온도차이를 놓친다. 질문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강연을 듣고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너무도 단선적이며 소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참여자도 고민을 섞거나 궁금증을 이어나갈 길이 없다. 유명한 강사, 이름있는 이만 부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를 갖게 된다. 텍스트 강독 모임을 통해 여러 시선으로 읽어 텍스트라도 남게 하는 방법. 책을 사전에 읽고 질문을 먼저 받고 이후의 과정을 진행하는 방법. 이것이 무리가 되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하고 사후 질문, 그리고 연구자, 이후 발제-토론으로 이어가는 방법. 여러 소모임이나 강좌, 강독 전후의 질문들을 추려내고 모으고, 질문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대중강연을 바탕으로 그 궁금증과 속내를 질문으로 외화하여 그 질문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일들이 필요하겠다.


자본이 사회에서 생명력을 발휘한 것은 일상의 거래를 복식부기를 통한 기록이었다. 그것을 일상을 묶은 과학이자 발명이었다.  질문만이라도 남기고 기록하고 유통시키는 일은 마음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뱀발


0. 모임에 건네는 말.

 

1.  윤여일샘 문예아카데미 강연에 뒤늦게 참석한다.  일전 아카데미 책방에서 강독모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또 다른 제안을 건네 듣는다. 능력있는 연구자들은 대중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강연의 중심과 접점이 없어 밋밋한 소통이 아쉽다고 한다. 질문들을 먼저 받고, 또 다르게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때 모든 강연이 없는 것보다는 낫기는 하겠지만, 이후를 보증하지 못하고 삶과 일상에 접목되는 부분이 극히 드물게 될 것이다.


 

2.  장하성교수님과 관계자라 강연전 식사를 같이했다. 편안하고 부드럽다. 책 속의 이야기와 역대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한 코멘트도 듣게 된다. 강연을 들으면서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익숙한 질문들이기도 하고, 더 점화시켜야 할 질문들이기도 하다.  녹취와 일거수 일투족을 남기는 회의록은 무용하다. 없는 것보다 낫긴 하지만 앎의 나열은 의미가 적기도 하다. 간절함이나 깨달음에 근사하거나, 지속적으로 회자되어야 할 꼭지를 물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연습과 근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더 좋은 잡지, 더 좋은 물음, 더 나은 일상, 더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없다.

 

장하성 Capitalism in Korea 대전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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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북플을 감당할 수 없을 듯하여 프로그램을 삭제하였다.  생각도, 시선도, 글쓰기도 다 틀어질 것 같아 당분간 유보하기로 하였다. 저항의 깊이가 여문 뒤에나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뒤틀어져 기존의 호흡도 마음을 나누는 패턴도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끌려다니지 않는게 더 바람직한 것 같아서 그렇게 마음 먹었다. 끌고 다니는 것이 맞다. 칼끝이 아무생각없이 휘둘러지게 내버려두지 말고 칼자루를 잡고 의도대로 쓰는 것이 낫다.  앞 강연의 끝말이었기도 하지만 기술은 더 더군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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