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꿈가장자리다. 운동은 없다. 운동은 없었다라고 쓰고 지운다. 운동은 죽었다라고 쓰고 중간을 펜으로 그었다. 그렇게 긋고 쓰는 편이 더 빠르다고 다짐한다. 연연해하지 않고 다른 삶을 살아내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 빠르다고 쓴다. 민주화에 연연해하고 민족에 끌려다니고 가치에만 기웃거리고 자유에 목을 메이는 편을 택하지 않는다. 시민만을 탐하지 않으며 노동만을, 녹색만을, 환경만을 정도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나로 가는 길은 길이 아니다. 내편도 네편도 없다라고 다짐해낸다. 다짐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쓴다. 다른 삶을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려는 것이라고 쓴다. 상아탑처럼 올라가버린 학문들은 사람의 격이란 맷돌로 갈려야 한다. 갈린 모든 앎을 사람으로 삶으로 다시 소화되어야 한다. 일상과 사람으로 삶으로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모둠의 저항과 관성을 거부해낸다. 모둠의 색깔과 치적으로 가치를 부여안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낸 삶들로 평가받고 이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삶들의 걸음걸이만큼만, 삶들의 빼곡한 지문만큼만 시공간의 터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꿈의 끝자리 신경은 빠져나가는 듯 쇠약하다. 아직 꿈의 가장자리다.

 

 

볕뉘. 아무도 삶이 겹치지 않는다.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은 더 더욱 만나기가 어렵다. 공간도 일상도 삶도 겹칠 줄 알았으나 원심력은 점점 강해지고 점점 멀어진다. 유대인이 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주일에 싫든 좋든 보는 것이다라고 한다.  싫으면 싫어서 보지 않고, 좋으면 좋아하는 일만 하느라고 보지 못한다. 경험이 공유되지 않고 지평은 섞이지 않고 넓어지지 않는다. 네트워크의 만남, 유선상의 만남, 대면의 만남 사이 그 결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면이 갖고 있는 풍부한 감정들의 정보, 시공간에 드리는 여운을 잊은 듯하다. 지금까지 유대를 지탱해오는 것들이 그러한 것들이라는 것조차 건망한다. 지역은 지역을 말만하되 말하면서 만나지 않는다. 지역은 말하되 같은 말만 하고 다른 소리를 듣는 귀를 닫아버렸다. 사람들은 수시로 전하고 만나면서 감정을 남발하되 감정을 담지 못한다. 다른 삶과 굴곡을 여쭈지 않는다. 여쭙지 않으니 다름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못하니 일상에 다름이 휘감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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