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큰녀석 면회 외박으로 책이야기와 군생활이야기를 건넨다. 어떻게 이런 생활을 경험하겠느냐고 하며 잘 맞지 않는 동기와 관계도 이야기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니체와 고전에 관심이 생겨 찾아서 읽고 있다고 한다. 낙타처럼 더 무거운 짐을 지려하고, 또 다른 경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전한다. 일년 일상의 두께가 속살에 찔리지 않기를 바란다. 잘 견디고 잘 피워내길 바란다. 한 집에서 한 솥밥이 더 그리운 시간이었다. 창경궁 달빛 산책 한번 하자꾸나.
2. 편집자와 저자의 고충을 몸소 겪지는 못했다. 하지만 잡지 출간과정에서 편집일과 지난 흔적들을 추리면서 느낀다. 하나하나 예민하게 몸과 마음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덥썩 받은 청탁에 글을 쓰려니 마음에도 모임에도 신경이 쓰였다. 글 줄기나 은유도 뚜렷하지 않아 꿈결을 빌린다. 조금 조금 가닥을 꿈끝에서 공글리다보니 뫔이 무척 조바심을 내고 마음은 타들어간다. 잡글이 수준이 얼마나 달라지겠냐만 보이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각오를 해내고 감수할 일들이 들어왔다. 힘들다. 글쓴이들이 가슴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소진을 많이 하게 되는지 조금은 느끼겠다. 척척 써내기까지 그들의 근력과 감내란 참 대단하다 싶다.
3. 낯설게 시읽기의 몇대목이 잔상이 남는다. 김수영의 풀, 민초 민중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첫 연부터 이어지는 꼼꼼함을 살핀다면 좀더 확장된 시야가 필요하다고 한다. 정지용의 향수나 고향 역시 지난 모습만이 아니라 바라보고싶은 동경의 모습이 섞여있다고 한다.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의 아사달 아사녀의 비유는 다소 과하며 이분법에 경도되어 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세심함에 눈길이 간다.
4. 페북의 한친구의 우울을 목도하다. 그만 덜컥 전염이 될 것 같아 목이 죄인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반체험을 하는 듯이 불면이 가을과 부대낌에 살짝 들며 간다.
5. FRIGILE 展 - 전시회를 짬을 내어 본다. 밖에서 스치며 지나치듯 보는 것과 시공간 속에서 겪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별 것 아닌 전시로 여겼다가 소리, 동선과 공간에 좀더 색다른 감각이 전해진다. 허약한, 셈세한 이란 단어의 뜻을 이리 각인시키는 것이 알려고 의식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나를 찔러 알게한 것이다. 비의도가 어쩌면 스스로 더 변화시키는지도 모른다.
6. 기억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듯 싶어 책들과 암기할 것들을 반복해서 널어둔다. 한달이란 시간의 그릇에 기억 몇점을 꼭 스며들게 하는 연습을 해본다. 그래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면 네트워크에 기억을 의탁하는 일을 줄이려 한다. 너무 많이 기댄 것은 아닐까? 오토만 해서 수동기어를 넣지 못하거나, 네비만 기대 정작 지도를 그려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테크놀로지가 너무 수동화시키는 건 아닐까?
7. 글쓰는 일로 정신의 여유가 없었는데 보라는 듯이 책이 쌓인다. 강준만과 몇권의 책들... 조금 마음도 몸도 편한 책마실 몸마실이 필요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