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을 두려워하다

 

 

오는 사람이 아니라
안에 있는 사람들
잘나가는 교수들도
잘나가는 세상들도
부럽지 않다

 

 

헌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세상을 끌고 간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그 마음결이 두렵다

 

 

두려운 건
창끝같은 이론과 신념,
무지랑이들을 향한 열정이 아니라
바로
옳고옳은 확신.

 

 

그래서 내밀고 밀치고
단 한끝도 변함없으려는
그 밖으로 뻗는 힘.

 

 

바로 그 힘
이념이 이론으로
이론이 신념으로
신념이 또 다른 무지로
버티고 있는 그 힘.

 

 

오고가고
가고오고
그 사이 그 그릇안에는
마음의 먹물 한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볕뉘.

 

지적 사대는 어디에 있을까.  지식의 내용에 있는가. 지식의 공유에 있을까. 아닐지 몰라. 아마 내것만 옳다는 습속에 있는지 몰라. 진보를 자칭하면서 거봐, 저 부화뇌동하는 것들이라 손가락을 가르키며 사상의 삿대질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일까.  한 사람 바꾸기 힘든 앎의 뿌리는 위태롭지나 않을까. 아마 우리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습속이 오목한 그릇같던 것이라면, 푹 숙성시키는 제맛을 내는 것이라면...그런 사상의 발효그릇 같은 것이라면 아마 튀는 것에 대한 삿대질은 벌써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무지랭이 마음 속이나 몸 속으로 스며들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끝에 바람이 요란하다. 백성이나 민초나 만가지 성을 가진이들은 필요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잡고, 쓰고 본다. 없으면 없는데로 기대고 보는 건 아닐까.  못잡아 먹어 안달났는가. 유아독존의 무의식, 반의식은 쓰디쓴 건 아닐까.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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