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처마끝에 달빛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오늘의 아침이 오고 어제의 달빚이 오고 어스름이 오고 님이 오고 그제가 오고 또 님이 오고 여름도 오고 달빛도 스치고 오월도 다시 오고 사월도 반은 오고 사월은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로 부산을 떨고 봄은 꽃빛으로 맺히고 ᆞᆞᆞ여물지 못하는 시간들. 새어나간 눈빛들. 껴안지 못한 아픔도 슬픔들도 토닥거려볼텐데.

 

슬픔도 아픔도 꽃빛도 달빛도 처참을 너머 온 달력이 황망하여

 

오는 달력에 새겨넣는다. 꼭꼭 손등의 상처처럼 아련하게 둔다. 달빛도 이슬도 하늘도 님도 덜 서럽도록 어룬다.

 

초승달은 밤을 찌른 낫이다. 팔월이 죽다. 피하나 흘리지 않으면서 ᆞᆞ구월을 낳다.

 

 

볕뉘. 팔월 마지막밤 걸린 달을 마주하며 옮긴다. 바람이 하루를 식혀준다. 지난 만남들을 되새겨본다. 앞으로 만날 만남을 꼽아본다.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는 관심밖에 두어야겠다. 지난 주말 선약을 잡고 속내를 들어보고 속내를 건네본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취하고 몸도 취한다. 없던 일보다는 걸리는 생각들이 많아진다. 그래 구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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