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무살,  뒤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자꾸 지금 모습으로 그 스무살은 고개를 내민다. 가끔은 열정을 들이밀고, 가끔은 분노를 들이밀고, 아주 가끔은 살고 싶던 삶을 지금에 던져 놓는다. 그 땐 자식도, 이렇게 집, 일터도 없었다.  과외도 하나 이상은 하지 않았다. 그것도 사치였고, 한달 몇번하지 않고 받는 그 금액은 호사였다. 몇토막을 내어 선후배와 막걸리, 깍두기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 좋았다. 책 몇권~. 늦으면 버스안이나 건물에 신문지 덮고 자면 그뿐이었다. 신새벽이 어줍잖기는 했지만, 그런 아침도 젊음으로 바래지지 않았다.

2. 세상은 안타깝게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교련선생님이 국어선생님도 되고, 똑같은 틀로 교육받고, 쫄래쫄래 다니던 학원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 보수적이 된다. 자식을 낳으며, 현실의 벽을 경험하면서 다들 그렇게 열정과 분노와 살고싶은 삶의 예각을 무뎌지도록 갈아낸다. 한해 한해 그들은 무뎌진 날, 삶의 나이테, 어줍잖은 지식을 양념처럼 버무려 앞에 내놓곤 한다.  일터를 핑계로 그 스무살을 저당잡히고, 자식을 핑계로, 어쩌면 또 나머지 분노를 싼 값에 팔고, 살고싶은 삶마저 내놓는다.

 3. 어찌하다보니 이젠 입말좋아하는 사람은 믿지 않게 되었다. 어찌하다보니 번지르르한 논리의 늪도 시큰둥해졌다. 이*열같은 류의 아는 것만 그득채워놓은 부류도 싫어졌다. 어쩌다보니 세상에 절어 나 역시 그런놈이 되어있지만 가슴과 귀와 코, 맛의 촉각을 열어두고 싶다.

4. 많은 친구들이 머리를 되지도 않은 엉뚱한 곳에 심어놓고 산다.  그 돈냄새와 보수의 냄새에 썩은 내가 진동하지만, 썩은 내가 진동해 푹 삭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언제든지 잘나가는 놈, 못나가는 놈, 돈벌은 놈, 관료에 물들은 놈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 삶에 침잠해 나이먹은 헛소리를 해댈지 몰라도 추락의 날개는 끝이 없다.

5. 나이 스물, 스무살차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세상에 대한 열정과 분노도 나이의 경계에 흘렀으면 좋겠고,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듯, 세상에 익은 몸말, 신념, 태도도 나이에 반해 거꾸로 흘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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