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정색의 묵직한 차가 나온다. 의자에 앉자마자 공간감이 넓고 풍족하다. 엉덩이 밑으로 찬바람이 나온다. 운전석의 그가 달리자마자 차의 사양부터 얼마를 깎았다는 말을 쉴 새없이 한다. 포드차로 풀옵션인데 얼마인줄 아느냐고 말한다. 제네시스가 풀옵션이 6천만원이 넘는데, 이 차는 4천만원남짓에서 특별할인, 친구와 함께 사서 추가할인을 받아 3850만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옵션에 대해 하나고 남김없이 빠른 시간에 설명을 해내고야 말 기세다. 가령 차 키가 없다고 합시다. 운전석 문의 표면을 주욱 손가락으로 긋자 붉은 번호가 나온다. 여기에 비밀번호를 누르면 앞 뒷문, 트렁크까지 열리게 된다고 하는 말들에 신차를 소유한 뿌듯함이 배여있다. 이렇게 타고 2년반, 3년에 한번씩 바꾼다고 전한다.
2. 해군 중사출신, 인생의 몇번, 꼬장의 개인사를 말한다. 금호공고 출신, 럭키금성에 입사하여 자재일을 하다 유관부서 검수부서의 행태를 보고 격분, 2만개의 신주 나사를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하나 하나 숫자 확인하라고 한 일. 태국에 나가 팥앙꼬, 고추냉이부터 60여가지 식재료를 판매한 6년간의 고생, 다시 돌아와 악다구니하여 운반 일을 꿰어찬 일을 말한다. FM과 군대생활에서 배운 것 때문이라고 자평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언제든지 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비병력으로 등록해놓고, 군복은 따로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3. 태어난 마을 앞의 일터, 그는 덤프운전을 병행한다. 주5일, 일 2회전, 점심 끼니는 준비한 빵으로 때운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2회전할 짬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태국말을 하며 친구들 골프여행을 주선하고, 여행업의 생리를 알아 간간히 소일도 하는 것 같다. 태국에 여행업으로 체류하는 사람들로 범법자들이 많으며 3만명 가운데 만명정도만 정식비자가 있다고 한다. 군부쿠테타가 나고 정부와 관계로 문제 소지가 많을 것이라 한다.
뱀발. 일터일로 칠곡군 한 동네의 손님을 만난 것은 저녁이 밤으로 넘어가는 일곱시가 넘어서다. 열심히 운전을 해서 간신히 시간을 맞춘 것이 그 무렵, 저녁을 들고 간 우리에게 마땅한 얘기자리가 없다. 저녁을 하자는 말에 그의 자리로 옮겨타고 근처 복집으로 향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말이 무척이나 고픈듯이 말이다. 거르지 않고 몸으로 겪어낸 것으로 봐 달라는 듯이 다소 장황하게 얘기를 건네고 목소리 톤이 무척이나 컸는데 깡마른 체격과 대조되는 듯했다. 일의 매듭도 제대로 풀리지 않아 사려던 저녁을 그가 만류에도 계산한다.
그가 말한 한국사람들은 "무지 까탈스럽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접고 들어왔습니다. 한국사람 쉽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박힌다. 설렁설렁하는 일이 없어 사업하기 무진장 힘들고 반품 당한 것도 부지기 수 였습니다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육체적인 피로도 외에 무척 힘든 일은 아닌 듯 싶지만,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안다. 정치적인 사안에 보일 반응들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궁금하기 이전에 손익의 몸부림에 예민하고, 여러 몸에 박힌 반응장치에 그대로 감정이 숨김없이 드러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