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 걷다. 아무것도 내키지 않아 걷는다. 이른 아침인 줄 알았는데 나가보니 벌써 붉은 해가 지평선에 걸려있다. 가로수 길이 겹벚꽃인 줄 벌써 이렇게 툭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니 더 아프다. 삶의 그림자가 죽음이니, 죽음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삶을 간직한다는 것이리라. 부디 살아지는 삶이 없이 살아갈, 매인 삶이 아니라 서로 비비고 나누고 만드는 삶의 변곡점으로 들어섰으면 싶다. 어린 주검앞에 살아있는 비참보다 삶의 기쁨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산자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꽃은 피고 태양도 속절없이 비추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