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참여연대 늘푸른, 우승의 꿈을 이루다
오마이뉴스배 전국시민단체축구대회 참가기
텍스트만보기   장재완(jjang153) 기자   
▲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의 선방으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대전참여연대 늘푸른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05 금홍섭

▲ 우승컵을 받아들고 환호하고 있는 늘푸른 축구단 선수들.
ⓒ2005 금홍섭

꿈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4강의 꿈도 이루어졌지만, 대전 갑천변 모래바닥에서 공을 굴리며 꿈꾸던 오마이뉴스배 전국시민사회단체 축구대회 우승의 꿈도 이루어졌다.

지난 2001년 남해에서 열린 제1회 오마이컵 시민축구 전국대회 지역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급조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늘푸른축구단은 본선진출은 커녕 예선 토너먼트 첫 게임에서 5대0이라는 치욕적인 성적과 함께 태어났다.

다음번에는 본선에 꼭 가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연습해 온 지 5년째, 드디어 본선진출의 꿈은 물론, 당당히 우승의 꿈을 이룬 것이다.

8강전이 열리던 18일 우리는 두 대의 봉고차에 나누어 일산으로 향했다. 중원의 사령탑으로 자리해 오던 박성민 선수의 결장, 감독 겸 게임메이커 *** 선수의 부상, 퇴근 후 개별적으로 합류하기로 한 이광기 선수의 지각 소식 등은 경기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를 긴장시켰다.

게다가 일산 지리를 잘 몰라 헤매기까지 한 우리는 몸 풀 시간도 촉박하게 경기장에 도착해야 했다. 3시간을 달려 와서 바로 떨어지고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동료의 농담에 모두들 쓴웃음을 지으며 차에서 내리는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의 8강 상대인 경남 희망연대가 기권을 한 것이다. 우리는 부전승으로 가볍게 4강에 안착했다. 덕분에 몸 풀 시간도 벌고, 체력도 비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갑자기 모두에게 욕심이 생겨났다. 어차피 하는 것 우승까지 해 보자는 것이었다.

4강 상대는 같은 대전팀인 사회당대전시당. 사회당은 지역예선에서 우리가 2대0으로 이긴바 있는 팀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따지면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또 사회당도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였다.

우리의 공격루트를 너무 잘 아는 사회당은 원톱으로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 온 필자를 전담마크 했다. 때문에 번번이 공격은 차단되었고, 우리 팀은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그러던 전반 10분경 우리 팀의 유일한 20대 이동학선수가 왼쪽을 파고들었다. 수비수 한명을 젖히고 센터링을 올렸다. 이를 우리 팀 최단신 선수인 이재철 선수가 달려들며 헤딩 슛! 골이었다.

▲ 늘푸른 이재철 선수가 사회당대전시당과의 준결승전에서 헤딩으로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2005 금홍섭
이 골이 이날 우리 팀의 유일한 필드골이었다. 후반전에 들어서자 평균연령 40대 초반인 우리 팀은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전반전보다 훨씬 더 세차게 나오는 사회당의 공격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결국 경기를 끝내기 3분전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고, 침착하게 이를 성공시킨 사회당과 우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우리 팀은 승부차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를 대비한 지난 주 특별훈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일요일 우리 팀 선수들은 전원이 돌아가면서 승부차기 연습을 실시했다.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효과였을까? 우리선수들은 성공률 100%를 기록했고, 사회당의 2명의 선수가 실축하면서 우리는 결승에 올라가게 됐다.

사회당대전시당과의 4강전, 승부차기에서 3대2로 승리

결승은 경기분당청년모임 차두리 축구단, 막강실력을 자랑하던 오마이뉴스 B팀을 누르고 올라온 강팀이었다. 우리는 전반전에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사실 상대의 막강 공격에 저절로 수비위주의 플레이가 나오게 된 것. 정신없이 막아내다 보니 금세 전반이 끝이 났다.

후반을 못 뛰겠다며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는 선수가 속속 늘어났다. 후반전에는 그 동안 한번도 뛰지 않았던 최용동 선수를 비롯한 후보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그러다 보니 포지션도 엉망이고, 손발이 맞지 않아 전반전 보다 더 어려운 경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특유의 ‘파이팅’이 있었다. 선수들이 계속해서 ‘잘 했다’,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겨냈다. 특히 곽종섭 선수가 외친 “자~ 관중석까지 다 함께 늘푸른 파이팅!” 이 한마디는 우리 팀의 사기를 충천케 했다. 점점 우리의 플레이가 살아났고, 후반의 말미에는 일방적으로 우리 팀이 몰아 붙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고 0대0 무승부, 또 다시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 어깨동무를 한 채 결승전 승부차기를 응원하고 있는 선수들
ⓒ2005 금홍섭
이번에도 행운의 여신이 우리 편을 들어줄까? 하며 가슴 졸이던 순간, 우리 팀 1번 선수가 실축을 하고 말았다. ‘아~ 이렇게 끝나는 건가?‘하는 한 숨이 절로 나오던 순간, 한 선수가 “우리 다 일어서서 어깨 걸고 응원합시다”하고 제안했다.

우리는 모두 일어서 어깨동무를 하며 응원했다. 그래서였을까? 기가 죽은 듯 상대편이 실축을 하고 말았다. 다시 원점. 이제 착실히 넣고 하나만 막아내자며 우리 팀 모두는 간절히 빌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우리 팀 골키퍼 박길수 선수가 마지막 상대팀 슛을 막아냈다. 3대2 승리였다. 우승이었다. 우리는 운동장을 펄쩍펄쩍 뛰었다. 헹가래도 치고, 소리도 지르고, 사진도 찍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커다란 우승컵에 우리는 맥주를 담아 나누어 마셨다. 정말 꿀맛이었다.

또 다시 승부차기, 골키퍼의 선방으로 3대2 승리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우리의 꿈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돌아오는 길이 막혀도 하나도 짜증나지 않았고, 밤이 늦었어도 모두들 축하연에 참석, 꿈만 같은 현실을 얘기하고 또 얘기했다.

술자리에서 ‘용병술’, ‘그물수비’, ‘대진운’ 등 우리 팀의 우승 비결에 대해 서로 서로 분석이 자자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 팀의 우승비결은 ‘믿음‘이었다. 부정선수 한명 없이 순수하게 우리 회원들만으로 끝까지 참여했고, 실력이 모자라도 모두 한번씩은 뛰게 하자며 서로 양보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 보다는 동료를 믿어준, 그 믿음이 우리가 꿈꾸어 오던 그 꿈을 이루게 한 것이다.

이번 오마이뉴스배 전국시민단체축구대회는 우리회원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커다란 이벤트가 되었다. 전국대회우승이라는 벅찬 감격을 준 이벤트인 동시에 자발적인 참여가 만들어낸 작품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주는 교훈의 장이기도 했다. 벌써부터 내년 대회가 기다려진다.

늘푸른 우승 비결을 모두 밝힌다
대전참여연대 *** 감독의 우승비결 분석

제1회 오마이컵 전국시민축구대회 지역예선 5대0패배로부터 출발한 늘푸른축구단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리 팀 스스로도 믿기 힘든 이러한 쾌거는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지역예선에서 최약체로 분류되던 팀이 도깨비팀이라고 불리면서 1위를 하더니 마침내 전국대회 본선 우승을 일구어낸 그 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여기 그 해답이 있다.

늘푸른은 자율축구를 구사한다. 늘푸른은 흔하디흔한 전술판이 없다. 제 위치만 호명하고 그렇게 제 역할을 맡으면 혼을 실어 즐기면 된다. 의아하겠지만 앞으로도 전술판은 없을 것이다.

분권화된 축구. 늘푸른은 엘리트 축구를 배제한다. 소수 잘하는 몇몇 선수를 위한 축구가 아니다. 몇몇 엘리트 선수 위주로 중앙집중화된 축구와 달리 분권으로 점점 분산화된다. 눈감고 질끈 공주기를 하면 그뿐, 그 다음은 다음 선수 몫이다.

과도한 승부집착보다 과정을 즐긴다. 생활축구의 위협 가운데 하나는 부상이다. 과도한 승부욕은 부상에 대한 위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팀분위기에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역시 경기를 풀어가는데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팀분위기를 유지하게 되면, 선수 역시 공간을 넓게 보는 안목이 생기지 않는다. 공을 잘 차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경기를 치루고 이길 수 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결코 아니다. 이번 경기도 ‘맘비우기’ 작전이 승리에 당당히 한 몫을 하였다. 16강전, 8강전에 올라갈 부담에 누구도 꼭 이겨야한다는 사명감도, 과도한 승부욕도 없었다. 한차례 둥근 공과 즐긴다는 이심전심의 마음가짐이, 역시 경기 내내 완숙미를 보인 늘푸른이 되게 한 것 같다.

선수를 골고루 키운다. 늘푸른은 축구를 처음 배워도 훌륭하게 지도해내고 키워내고 있다. 회원가입에 공을 잘차는 것이 조건이 되지 않는다. 공차는 것을 좋아하고, 꾸준히 즐길 수 있다면 모든 조건이 구비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여 늘푸른의 자율축구에 익숙해지면 훌륭한 선수로 제 위치를 찾게 되는 것이다.

늘푸른에는 높은 골결정력이 있다. 많지 않은 공격! 이것이 늘푸른의 축구스타일이다. 그 많지 않은 공격에도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실전위주의 연습은 최저 50%이상의 득점율을 기록한다. 대전 지역예선전, 늘푸른 마저도 젊은 선수층이 두터운 YMCA의 승부를 점쳤다. 작전은 무승부, 전반 수비위주의 전술에서 힘을 얻은 늘푸른은 후반전, 단 두 차례의 공격으로 2점을 얻어 2:0 승리, 16강전 역시 5-6차례의 공격에 3골을 터뜨려 상대편을 3:0으로 아연하게 만들었다.

또한 수비위주의 플레이에서 나오는 기습공격이 있다. 흔히 아마추어 축구에서 간과하기 쉬운 공격위주 축구에서 벗어나고 있다. 유달리 수비진이 튼튼하다. 상대팀이 젊은 선수층일 경우 평균연령 40대 초반의 늘푸른이 체력전에서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방 체력이 강하면, 우리 역시 가장 빠른 선수를 과감히 수비진에 투입한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수비전술이다. 그물 수비. 늘푸른과 경기를 벌인 상대선수들. 늘푸른의 수비에 다들 한마디씩 목소리를 보탠다. 언제인지 모르게 엉성한 듯 빠져나간다고 여기지만, 잠시 후 늘푸른의 그물에 걸려있다. 그렇게 상대편 선수들은 조금씩 조금씩 지쳐간다. 흔히 돌파하기 쉬울 것이라고 여긴다. 빠르지 못한 주력, 엉성한 외인구단의 폼,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늘푸른은 제 위치에서 할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푸른도 이런 선수를 원한다. 아직도 기술스탭진의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자율 축구엔 창조성이 생명이다. 그라운드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조력과 아이디어로 흠뻑 덧칠을 하면, 더욱 더 생활축구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늘푸른. 위의 전술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젊은 신진 세대를 적극 환영한다. 언젠가 빠름을 바탕으로 시공감각적 축구를 구사해볼 꿈도 꾸어보면서 말이다. 늘푸른에 전해오는 깃발전법을 펼칠 젊은 후학들을 기대해본다. / ***
<대전참여연대 늘푸른축구단 출전선수명단>

단장 김주현
GK 박길수
DF 이창휘 최정우 안광필 곽종섭 이기동 최용동 금홍섭
MF 이광기 서진성 *** 이명수 양형직 박성민 김수현
FW 이재철 이동학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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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6-1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삐유웅..펑펑.. -> 폭죽 터지는 소리.. !$ㅕ#%$#^^&$^ -> 다양한 폭죽 모양).. ㅋㅋ
그리고.. 본의 아니게..여울마당님의 실명을 알아버렸다는...^^;

여울 2005-06-2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샤!!! 실명은 잊어버리셨죠. ㅎㅎ. 이런 실수를...ㅎㅎ

해콩 2005-06-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빠르게 작업하셨군요..ㅋㅋ 머리가 별로 좋질 못해서 금방 잊어버려요.. 여울마당 노 ** 님.. ㅎㅎ

가을산 2005-06-2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근데, 왜 사진에도 안계시지요?

여울 2005-06-2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전(자)선수라~ ㅎㅎ. 사실 허벅지 근육 부분 파열(오늘 알았습니다.)로 잠깐 출전하고 뛸 수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훌륭한 12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 ㅎㅎ 목이 터져라 외친 응원도 한몫 단단히 했죠. 덕분에 우리 편의 객관적 실력도 알게되고... 많이 배운 몇주였답니다. ㅎㅎ. (치료하려면 3-4주 고생해야 된데요.흑흑....)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