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ㄷ드들드ㄷ


새싹이 아른거린다. 찔레 새순이 아기손처럼 곱다. 노란 햇살도 둥둥 흘러다닌다. 숲그늘 사이로 잡히는 노랑과 연두를 따라가보다. 그 끝에 잡힌다. 말소리가 정자끝에 맺힌다. 노인이 마른 오징어와 소주잔을 번갈아들면서 "구청에 임시직이랴. 긍게 뭘할려구 해도 할 수 없능겨`"라는 꼬리표가 붙다. 그리고 세모녀의 둘째딸이 어른거린다. 숨 한모금이라도 더 들이켰으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앞에는 명예라는 것도 없지, 무슨 소용이라구. 신세지기 싫어하구 자존을 지키는 일이 명예로운 일이라구. 노랑햇살이 몸에 들어왔다가 맺힌다. 땀인지 눈물인지. 저녁 어스름 벗에게 토해낸다. 벗은 말한다. 절망의 늪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구. 그러면서 단술에 한숨을 섞어 말들을 비빈다. 바스락거린다. 그러다가 그만 놓아주기로 한다. 두손 모아 복을 빈다. 안녕. 절망하지 말아야지. 절망하지 말아야지. 노래가 흐르다가 맘에 걸려 맴돈다. 죽음을 되뇌인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회색같은 삶에 다른 색을 심고 키우는 일이다. 죽음을 아는 것은 살아있는 온도와 농도, 밀도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빨리 자주 심연을 헤아리는 일 역시 삶에 근력을 붙이는 일이기도 하다. 기차로 흐릿한 봄밤을 접다.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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