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의 높은 성벽, 학교의 문을 열자

 - 일반 민원인의 심정으로 생활인에 다가서야할 때...


1년에 대충까이거 2-3번 회의한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다. 그렇게 시작한 운영위원회는 아군의 절대적 열세에서 할 일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표결에 붙이면 11: 4(학부모위원 7명:교육위원 6명:지역위원 2명). 그나마 부위원장을 노리던 우리의 의도는 위원장, 부위원장 후보를 따로따로 뽑자는 그들의 의도에 휘말려 그마저 여지 없이 무너진다. 그렇게 시작한 운영위원의 일은 3일에 2번씩 회의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점점 올인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애초의 참여취지와 달라, 스스로 당혹스러웠다.


십여년 전에 만들어진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법률은 학교운영에 대해 더욱 공정하고, 학교측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같이 운영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최종결정권은 학교장에게 있으며, 교권이 무너진다는 핑계로 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만들어진 제도는 운영에 있어 현실과 판이하였다. 전년에 이뤄진 결정은 올해는 새롭게 시작해야된다는 핑계로 어겨지고, 준비된 자료는 비교할 것이 없는 달랑 10여분이면 작성할 수 있는 엉터리 안건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심의하라는 것인가? 둘러리 학교운영위원회는 표결이라는 명분으로 법취지를 다시 한번 죽이고 있었다.


 교육청이라는 블랙박스


그나마, 학부모임원과 학부모를 만나고, 사전자료를 취합하여 설득한 덕에, 처음으로 운영위원회에 학부모가 참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전 노력 덕분에 다행히 졸업앨범소위원회는 8:7로 구성할 수 있는 개가?를 올렸다. 그렇게 시작한 운영위원회 일은 아시다시피 지역주민 408명의 연명을 받아 감사원 위탁을 받아 감사중이다. 이 이전 한차례는 청와대,교육부, 부패방지위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그 민원은 제도권으로 흘러들어가 한 곳으로 모였다. 대전 서부 교육청, 한 장학사 앞으로 일이 떨어진 것이다. 회신, 단 한줄, “합리적으로 ....어쩌구 문제없음.” 우리의 열정과 분노와 지난 한 작업은 단 한줄로 똑 같은 통속인 교육청산한 민원담당인의 무표정한 처리로 끝난 것이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정작 통지를 받으니 어이가 없어졌다.  이어 우리는 이 건을 포함하여 국민감사청구를 진행하였다. 학부모님들,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단 이틀에 모든 연명작업을 끝냈다. 408명의 분노와 열정과 노력으로 학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2004년도 결산서, 졸업앨범 소위원회, 수련회 결산서...등 당연히 진행하여야하는 일들이 진행되는 것이다.


감사원이라는 블랙박스


또 한차례 감사원으로 제기한 민원은 또 다시 대전 교육청의 일이기 때문에 지자체로 이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거품사라지듯이 제도권으로 들어가면 모든 분노와 열정, 아픔은 눈녹듯이 사라지는 것인가? 사라져야만 하는가?


진행중이지만,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 국회위원, 쉼없는 압력전화로 그나마 위탁조사로 이어지고 있고, 어설프게 진행될 시,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년내내 기획, 대처하겠다고 하였다.


제도권을 바꾸기 위한 노력, 서민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이 일에 빠져들면서 시선이 묘하게도 일반 민원인이 겹쳐졌다. 제도권을 바꾸기 위해, 개인의 억울함으로 인한 무수한 민원들이 제도권에선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겠구나? 힘도 빽도 없는 생활인의 삶을 건, 무수한 민원과 분노들이 제도권이란 창구에 그렇게 눈녹듯이 허탈하게 소멸하고 있겠구나? 제도권을 바꿔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회활동과 지난한 작업이 필요한지? 서민정당으로 거듭태어나야할 민노당이, 유성지구당의 발전적 활동이 같이 겹쳐진다. 많이 가슴아프고, 지역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려야 하는지? 에 대한 당연한 질문이고 답이지만 다시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수고하고 있는, 수고할 정모운영위원을 비롯한 운영위원께 늘 감사하고 있다. 다 잘 되리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5-06-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늬만 학교운영위원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원했는데도 급식업체도 바꿔내지 못했구요.. 대부분 심의가 아닌 사후 승인 정도의 기능(?)에 그칩니다. 회의는 한학기에 두어번... 그나마 한 일이라곤.. 보충수업비 중 행정실에 내려보내기로 되어있는 수용비의 비율을 조금 줄였다는 것인데 말 그대로 '수용비 2~3% 그 까잇것'입니다... 자꾸 패배감만 들고..한 학기 정도의 임기만 남은 요즘 드는 생각이라곤 '힘 빼고 성과 없는 이런 짓, 다시는 안 해'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스러운... '무엇이든 이뤄내려면 그동안 만이라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걸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여울마당님의 활동을 보며 해봅니다. 홧팅입니다!!

여울 2005-06-1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닙니다. 해콩선생님. 제가 몸담고 있는 일터도 화물*대에 자유롭지 못하답니다. 행여 속맘처럼 행동한다면 벌써 댕강 ~...ㅎㅎ. 그런면에서 학부모로서 비제도권의 자유로움이라고 할까요?? 아이들에 대한 협박?만 감내할 수 있다면...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들이라는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차피 한몸으로 완결된 구조가 아니니, 여러 사회활동에 있는 처지에서 열심히 붙음살이할 수 밖에 없겠죠. 제도권내에서 정말 할 수 있는 것이라곤...극히 미미할 것 같아요. 암튼 해콩선생님도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