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이렇게 달라졌다.


초대 오마이뉴스 창립대회 지역예선전, 전패의 수모의 아픔을 품고 창립한 늘푸른축구회는 이렇게 달라져가고 있다.


1. 자율축구를 구사한다. 늘푸른은 흔하디 흔한 전술판이 없다. 제 위치만 호명하고 그렇게 제 역할을 맡으면 혼을 실어 즐기면 된다. 의아하겠지만 앞으로도 전술판은 없을 것이다.

2. 분권화된 축구. 엘리트 축구를 배제한다. 소수 잘하는 몇몇 선수를 위한 축구가 아니다. 몇몇 엘리트 선수 위주로 중앙집중화된 축구와 달리 분권으로 점점 분산화된다. 눈감고 질끈 공주기를 하면 그뿐, 그 다음은 다음 선수 몫이다.

3. 과도한 승부집착보다 과정을 즐긴다. 생활축구의 위협 가운데 하나는 부상이다.  과도한 승부욕은 부상에 대한 위험성을 높일 뿐아니라  팀분위기에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역시 경기를 풀어가는데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팀분위기를 유지하게 되면, 선수 역시 공간을 넓게 보는 안목이 생기지 않는다. 공을 잘 차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경기를 치루고 이길 수 있다. 축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결코 아니다. 이번 경기도 ‘맘비우기’ 작전이 승리에 당당히 한 몫을 하였다. 16강전, 8강전에 올라갈 부담에 누구도 꼭 이겨야한다는 사명감도, 과도한 승부욕도 없었다. 한차례 둥근 공과 즐긴다는 이심전심의 마음가짐이, 역시 경기내내 완숙미를 보인 늘푸른이 되게 한 것 같다.

4. 선수를 골고루 키운다. 늘푸른은 축구를 처음 배워도 훌륭하게 지도해내고 키워내고 있다. 회원가입에 공을 잘차는 것이 조건이 되지 않는다. 공차는 것을 좋아하고, 꾸준히 즐길 수 있다면 모든 조건이 구비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여 늘푸른의 자율축구에 익숙해지면 훌륭한 선수로 제위치를 찾게 되는 것이다.

5. 높은 골결정력이다. 많지 않은 공격! 이것이 늘푸른 축구이다. 그 많지 않은 공격에도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실전위주의 연습은 최저 50%이상의 득점율을 기록한다. 대전 지역예선전, 늘푸른 마저도 젊은 선수층이 두터운 YMCA의 승부를 점쳤다. 작전은 무승부, 전반 수비위주의 전술에서 힘을 얻은 늘푸른은 후반전, 단 두차례의 공격으로 2점을 얻어 2:0 승리, 16강전 역시 5-6차례의 공격에 3골을 터뜨려 상대편을 3:0으로 아연하게 만들었다.

6. 유연한 전술구사. 흔히 아마추어 축구에서 간과하기 쉬운 공격위주 축구에서 벗어나고 있다. 유달리 수비진이 튼튼하다. 이는 상대편의 체력을 고려를 많이한다. 젊은 선수층일 경우 평균연령 30대 후반의 늘푸른이 체력전에서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방 체력이 강하면, 우리 역시 가장 빠른 선수를 과감히 수비진에 투입한다.

7. 독특한 수비전술. 그물 수비. 늘푸른과 경기를 벌인 상대선수들. 늘푸른의 수비에 다들 한마디씩 목소리를 보탠다. 언제인지 모르게 엉성한 듯 빠져나간다고 여기지만, 잠시후 늘푸른의 그물에 걸려있다. 그렇게 상대편 선수들은 조금씩 조금씩 지쳐간다. 흔히 돌파하기 쉬울 것이라고 여긴다. 빠르지 못한 주력, 엉성한 외인구단의 폼,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늘푸른은 제 위치에서 할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엇박자의 묘미, 인상에 남는 대표선수들


괄목상대한 선수를 꼽자면 영순위, 안광필선수다. 처음 보면 폼이 엉성한 듯, 얕볼 수 있겠지만, 그러다 큰 코 다친다. 어떤 공격수가 오더라도 그에겐 어김없이 걸린다. 호흡과 발놀림이 상대선수와 반박자 다르다. 상대 공격수는 묘하게도 그 엇박자에 맥이 풀린다. 우리팀의 보배선수이다. 풀뿌리 축구와 훌륭한 위치 소화는 현재의 안광필선수를 만들어냈다.


또다른 선수, 장주영이라고 불리는 장재완선수, 최종 공격수인데, 우람한? 몸집에도 타고난 순발력은 박주영을 닮았다. 16강전에서도 반박자빠른 다루기로 멋지게 첫골을 터뜨린다. 장선수와 상대편 수비는 같이 서면 되지 않는다. 상대 수비가 장선수와 같은 선에 서 있는 한, 벌써 엇박자에 공은 문전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푸른도 이런 선수를 원한다.


아직도 기술스탭진의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자율 축구엔 창조성이 생명이다. 그라운드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조력과 아이디어로 흠뻑 덧칠을 하면, 더욱 더 생활축구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늘푸른. 위의 전술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젊은 신진 세대를 적극 환영한다. 언제가 빠름을 바탕으로 시공감각적 축구를 구사해볼 꿈도 꾸어보면서 말이다. 늘푸른에 전해오는 깃발전법을 펼칠 젊은 후학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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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6-1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참여연대, '분권형 축구'로 8강행!
전국시민사회단체축구대회 16강전 참가기
텍스트만보기   이광기(ykk21wuri2) 기자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늘푸른축구단과 전북 익산희망연대의 16강전. 후반 15분경 늘푸른의 장재완 선수가 이재철 선수의 센터링을 논스톱으로 골인 시키는 장면.
ⓒ2005 금홍섭
<오마이뉴스> 배 전국 시민사회단체 축구대회 16강전이 열린 지난 11일. 지역예선을 통과한 당당한 기세로 우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늘푸른 축구단은 경기 장소인 법무연수원으로 가기 위해 봉고차에 올랐다.

개인 사정과 직장 때문에 엔트리 멤버에 포함되고서도 함께 용인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동료의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뒤로한 채 우리는 2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간단한 점심식사 후에 도착한 법무연수원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멋있었다.

희망연대의 패기에 주눅 들다

하천변 흙바닥에서 먼지 마시며 공굴리던 우리들에게는 파란 잔디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특히 그 위에서 야생마처럼 질주하는 선수들은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형님들 경기장에 구경 온 것처럼 우리를 주눅 들게 했다.

더욱이 우리의 상태 팀인 익산희망연대(이하 희망연대)팀은 평균연령 30대 후반의 우리와는 세대차이가 날 만큼 젊고 패기 있어 보였다. 키도 우리보다 10cm는 더 커 보이고, 빡빡머리를 한 선수의 인상이란… 휴~~.

경기가 열리고 있는 옆 공간에서 우리는 열심히 몸을 풀었다. 그러나 눈과 마음은 건너편에서 연습 중인 상대편의 몸 풀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의 젊음을 바탕으로 센터링, 고공 헤딩슛, 미사일 같은 속도의 킥, 정교한 발리슛까지….

'도대체 무슨 작전을 펼쳐야 저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우리 팀 선수들은 심판의 휘슬과 함께 수비에 집중했다. 희망연대의 파상공격이 계속됐다. 정신없이 우리는 밖으로 차내기 바빴다. 왼쪽, 오른쪽 가릴 것 없이 공중 볼이 중앙으로 날아들고,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사정없는 슈팅이 우리 팀 문전을 위협했다. 하지만 우리 수비진 또한 악착같은 수비를 펼치며 그리 녹녹치 않은 방어능력으로 결정적인 찬스는 주지 않은 채 전반전을 잘 버티고 있었다.

첫 골! 역시 공은 둥글었다

그러던 전반 15분. 뻥뻥 내지르기만 하던 수비수의 공이 모처럼 미드필더인 필자에게 연결되고, 나는 잽싸게 우리 팀 최전방 공격수인 장재완 선수에게 헤딩으로 패스했다. 공을 차내기 위해 날라 차기에 나선 희망연대 수비수의 발을 가슴으로 막아내고 공을 치고 나간 장재완 선수가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날렸다.

골이었다.

한 번의 슈팅기회에서 한 골을 넣은 것이다. 역시 공은 둥글었다. 점수와 실력은 다른 것 같았다.

한 골을 넣자 조금씩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팀도 자신감을 얻었고, 또한 상대팀은 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조급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전반전을 끝내기 직전 우리 팀은 다시 한번의 기회를 얻어 슛을 날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그래도 훌륭한 전반전이었다. 비록 계속 밀렸지만 결과는 1:0. 우리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피어났다. 서로 서로 '벌떼전법' '깃발전법' '그물수비' '반박자전법' '분권형축구' 등 무수히도 많은 작전들을 쏟아냈고 있었다.

▲ 8강을 확정하고 찍은 기쁨의 기념사진.
ⓒ2005 금홍섭
곧 이어 마무리 작전으로 "지금까지 나온 작전은 다 잊어버리고 그냥 열심히 합시다"라는 이른바, '그냥작전'이 선수들의 박장대소 속에 대세를 이루어 '그냥 하는 것'으로 작전을 결정하고 후반전에 나섰다. 우리 팀은 그저 서로를 믿고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작전인 것이다.

골키퍼 선방으로 승기 잡아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상대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최종수비수까지 공격에 가담하면서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가해왔다. 희망연대 한 선수는 "1대 0으로 지나 2대 0으로 지나 지는 건 똑 같으니까 나와서 공격해"라고 소리 질렀다.

역시 젊은 패기로 밀어붙이니 우리는 정신이 없었다. 혼을 쏙 빼놓게 하는 상대팀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우리 팀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2골은 먹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멋진 골키퍼가 제 몫을 해주면서 우리는 승기를 잡아나갔다.

공격 일변도의 상대 플레이의 허점은 역시 수비. 우리 팀 수비의 긴 패스를 받아 장재완 선수가 30m를 치고 나갔다. 드디어 골키퍼와 1대 1 상황. 슛을 쏘는가 싶더니 장재완 선수가 반대편으로 땅볼 패스를 내줬다. 그러자 달려오던 우리 팀 막내 이동학 선수가 오른발로 멋지게 골을 성공시켰다. 결과도 결과지만 연결 과정이 너무 멋진 골이었다.

이때부터 상대팀인 희망연대는 전의를 상실한 듯 플레이가 느슨해졌다. 두 골을 만회하기에는 이미 체력도 바닥난 상태였다. 후반 10분 이후부터는 우리 팀의 공격이 빈번해 지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종료 5분여를 남기고 오른쪽 공격수 이재철 선수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센터링을 장재완 선수가 논스톱으로 골을 성공시키면서 경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우리팀의 스트라이커 장재완 선수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태에서 슛을 날리고 있다.
ⓒ2005 금홍섭

뜻밖에 3대 0 압승

후반전 4차례 공격에서 2골의 결정력, 전후반 통틀어서 6차례 공격에서 3골의 결정력을 보인 우리 팀이 결국 3:0으로 희망연대를 따돌리고 8강에 안착했다. 우리 팀도 놀라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놀란 경기였다.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고 기습적인 공격으로 압승을 이끌어낸 우리 팀 선수들은 기세등등하게 집으로 내려오는 봉고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신나게 떠들며 8강전에 대비한 작전이 또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우리 팀 부동의 작전은 '그냥 해' 작전이다. 서로를 믿고 격려해 주면서 실력 위주가 아니라 팀워크 위주로 똘똘 뭉친 것이 우리 팀이 8강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실제로 우리는 지역예선 때나 이번 경기에서 실력보다는, 함께 올라온 선수는 한번씩 다 뛰고 가자는 생각으로 선수교체를 통해 후보들에게도 기회를 줬었다. 이제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 일산 국민은행연수원으로 올라가게 될 우리 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리 팀 선수들에게는 이번 오마이뉴스배 축구대회가 월드컵 4강 신화 못지않은 멋진 이벤트가 되고 있다.

▲ '그냥 작전'으로 공격을 펼치고 있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늘푸른 축구단.
ⓒ2005 금홍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