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이곳은 하늘을 볼 수 없네. 볕도 비치지 않아. 열흘이 넘도록 습기머금은 눈은 멈추지 않아. 양극화란 얘기는 기후에도 낯설지 않아. 세상도 지구도 이렇게 한 통속이 된 건지 말야. 친구! 이렇게 글로 말 전하는게 얼마만인지. 하하. 월평사랑 소식지에 흔적들 남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 아 그때쯤이겠네. 1997년. 응답하지 않아도 돼 1997!! 아이엠에프의 칼바람이 우리 일터에도 불었지. 정리해고 대상자였고...대들어서 화를 면하기는 했지만,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짤렸으면 더 많고 좋은 일을 할수도 있을거라고 했지. 후후.  그때 많은 사람들이 순진했지. 모멸감, 수치심을 느꼈던 것 같아. 그래서 같이 대들자고 하려했는데..참 착한 사람들은 순순히 그만두었어. 정말. 세상도 일터도 그렇게 순진의 한단락은 끝났어.

 

오늘은 싸락눈이 날려. 아마 구룡포 항 둔덕에는 매화가 피어있을지도 몰라. 홍매화가 말야. 보고싶다. 아직 살지 않은 우리. 그러고보면 한집은 났을까? 미생. 살아남지 않은 우리. 안녕이와 장그래, 오상식 만화 속의 그들이 보고싶어지네. 오부장은 잘 살고 있을까? 안녕이는 직장생활 잘하고 말야. 장그래는 여기저기 일터를 전전하고 있지나 않을까 싶어서 말야. 보기라도 한다면 소주라도 한잔 해야 할텐데.

 

나무. 그래! 책권하는 이가 나고  책은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하는 우리, [미생]이야. 느낌 어떤지 전해주었으면 좋겠어. 이곳 포항에도 봄볕이 들게 말야. 양극화는 싫다고, 물린다고 같이 말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샛바람,갈바람, 하늬바람 방향따라 국수 간을 조절하는 구룡포구의 할머니와 이웃들도 따듯하게 같이 살 수 있는 궁리도 해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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