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그의 말을 그대로 찍어두고 싶어 신경을 바짝썼다. 만나본 인물들 가운데 그래도 선한디 선한, 순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은 키, 레미콘 판넬공을 하다가 눈썰미로 재료일을 배워 밥벌이를 하고 있다. 평소 정치성향을 삼가한터라 소주가 오르자 그는 "박근혜 공기업 개혁 해내지 않겠어요"라고 한다. 가족과 혈연과 죽은이의 부탁말씀과 모시고 있는 돈님의 사이가 엉성해보이지 않는다. 돈을 떼어내고, 정치를 떼어내고, 혈연을 떼어내고, 개인을 발라내어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무수히 많이 들었을 것이고 보았을 것이고, 그 사이 사이 돈님과 피의 끈적거림 사이를 뚫고 그의 마음까지 꽂히기에는 감내할 것이 무척이나 많아 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