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다. 별도 차다. 눈도 차다. 생각도 차다. 꽁꽁 여문 일들도 거리로 내몰려 있다. 찬 겨울 거리로 내몰려진 이들로 북적인다. 차디찬 한기는 옷깃으로 스며들며 살얼음처럼 언다. 관영매체는 더 이상 기사거리를 물지 않는다. 사실을 더 이상 보도하지 않는다. 지우개처럼 사실을 지우기에 혈안이 된 듯 백지투혼을 발휘한다. 만 남아있다. '우리 신문에는 더 이상 기사거리가 없습니다.' 나는 조중동애독자다. 매일 1면 톱기사를 헤아린다.(무슨 의도를 갖는 것인지,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얼마나 아무일이 없기를 바라는지 얼마나 아무일이 없도록 지우는지 데스크의 밥비루먹는 일을 보는 것도 신물이 난다.
마음이 차다. 어깨도 시리다. 거리에 나앉은 동료를 생각하니 안쓰럽다. 딸린 자식도 부모형제도 일가친척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가장들을 무조건 짜르기에 가지치기에 여념이 없다. 집행자들의 마음라인에는 인면수심도 염치라는 것도 깃들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집단에게 칼자루를 맡긴 것 같다.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 자식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도, 일가친척의 마음도 없는 것들에게 말이다.
사실에 재갈을 물린 자들. 갖고 싶은 것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얻으려는 자들. 몽둥이를 들고 싶다. 들고 도망갈 곳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