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발: 어제는 인간의 조건(20대 후반 사내의 바닥직업 전전긍긍기)을 마저 보았어요. 책장을 덮고 나서 오히려 유쾌하기도 하였는데...어제 저녁 시장 한귀퉁이 막걸리교실이라는 허름한 술집에서 요기 겸 간단한 안주를 시켜 한잔하는데....퍽퍽한 주변 손님들의 일상이 읽히고...책 속의 마음들에 걸려넘어져 혼이 났네요. 돈이 가두어 놓은 삶의 그물, 그 안에 잡힌 물고기처럼 파닥파닥거려도 죽을 때까지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런 곳들이...힘들고 험한 일들 사이 곳곳에 배여있는 것이겠죠. 근로기준법도 없고..한달에 두번만 쉬고...야근을 밥먹듯이 해야 밥이나 먹는 그런 곳들 말이죠. 그런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옭죄는 방식은 더 집요하고 잔인하다죠.

 

조지오웰 같이 키크고 꺼부정한 한승태란 작가는 오늘도 다른 직업을 전전하고 있을 겁니다. 그가 기성세대에 울부짖는 말이 걸렸어요. 몇 대목에 찔려 어쩌지도 못하고 있네요. 춥고 아픈 하루 였어요. 얼마나 화초처럼 살고 있는지도 거울에 비춰져 혼줄이 나구요. 쓸쓸한 가을이 접혀 겨울이네요. 몸도 맘도 따듯하길 바랍니다. 

 

 


 

444 어른을 공경하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55세 이상의 모든 성인 남자에게는 지하철 좌석을 양보할 게 아니라 벌금을 물려야 마땅하다. "어째서 세상을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했소?"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남자들은 어린 세대의 존경이라는 열차에 무임승차를 해왔는데 이제는 그들도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당연한 권리 행사라도 하듯 식구를 때리고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주고 후임병을 군홧발로 걷어찬 대가를.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한 대가를. 직원들에게 줘야 할 돈으로 새 아파트를 사고 자식들을 유학 보낸 대가를. 한 달에 이틀 휴일을 '허락'해주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믿은 대가를. 일 끝나고 돌아온 아내가 청소를 하고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는 동안 소파에 드러누워 스포츠 채널이나 뒤적거린 대가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했을 때 부끄러워하지 않은 대가를, 자기의 잘난 애새끼들이 아빠 흉내내기를 시작했을 때 바로 잡지 않은 대가를.

 

 

431 "아니, 아니! 그거말고 마지막에 한 말!" "갑자기 왜 그래요? 뭐요? 무슨 말이요? 남의 돈 벌기 어렵다는 거요? 그냥 다들 그런 얘기하찮아요? 그게 왜요?" "왜 그러냐고? 니가 하도 덜 떨어진 새끼라 그런다. 이 병신아! 그게 왜 남의 돈이야? 그게 어떻게 남의 돈이냐고! 한 달 일해 겨우 100만원 버는데도 그게 남의 돈이란 말이야? 100만 원 가지고 부동산 투기라도 하냐? 펀드라도 굴리냐? 씨발, 방세 내고 밥 먹고 교통카드 충전하고 나면 다 떨어질 돈 100만원, 그게 남의 돈이란 말이야? 사람답게 살 권리는 전부 타고나는 거야. 그러면 사람답게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도 타고 나야 맞는 거 아냐? 그런데도 내가 남의 돈을 번 거야? 그게 어떻게 남의 돈이란 말이야? 빌어먹을, 그건 내 꺼라고! 처음부터 그건 내 돈이었단 말이야! 난 여태껏 남의 돈 같은 거 벌어본 적 없어! 단 한번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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