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과 볕을 번갈아 거닐다. 볕과 그늘, 그 사이를 오고가다나니 그 온도의 질감이 두툼한 횟감같다. 몇번 볕과 그늘을 거닐다나니 그만 생선회를 꿀꺽 해치운 것 같다. 고추냉이 같은 하늘에 한점 한점 찍어 날름 해치운 것 같다. 그늘에 바람이 서성인다. 햇볕에 아직 여름이 남아있다. 바람엔 찬바람이 일렁인다. 볕엔 악다구니와 땀범벅이 아직 스며든다. 어쩌면 찰라같은 가을이 횟감이란 사치 가운데 엉거주춤 선다. 한기에 마른기침과 차니찬 얼음방이 두렵고, 외면하고싶은 여름마저 그리울 몸뚱아리의 살점들을 읽는다. 삶을 한겹, 한겹 떠서 내동댕이치는 겨울.  올가미에 걸려 바둥거리는 하루하루가 빨랫줄에 덜렁거리는 언 속옷들처럼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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