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 즉 대중도 과거의 진보적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다르게 변하고 있으며 향후 수십 년간은 더욱 그럴 것이다. 자본주의가 초래하고 있는 변화들, 그리고 그것이 야기하는 새롭고 광범위한 모순들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우리는 지난 두 세기 동안 거의 모든 혁명운동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광범위한 중산층을 설득하여 새로운 민중적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불만에 찬 소부르조아의 도움 없이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대체하는 시도는 일말의 가능성도 갖기 어렵다."(머레이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에서)
북친씨!!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할 말이 많을 듯한데요. 그렇지 않나요. 무척이나 말입니다. 지금 당신이 여기에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념을 수입하거나 빌려쓰는 일들, 낡은 틀에 얽매이거나 계급의 과중심성에 매몰되는 견해들, 환원사고에 익숙해서 세세한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텐데요. 처음 말씀하셨죠. 당신의 생각틀 가운데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중산층과 자영업자를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했죠. 자영업자나 중산층의 도움이 없이 어떤 가능성도 갖기 어렵다고 한 말요. 신념과 활동하는 이들이 이 밑줄에 흔들릴거라도 생각하시나요. 여긴 무척이나 작은 진보(가족사이도 마음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정견)임에도 그 사이 외부의 시선보다는 서로 다른 노선과 진영의 논리에 익숙하기만 한데요. 아니라구요.
이념이나 사상은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구요. 서로 뽐내거나 견주는 것이라구요. 왜 그렇게 말하시는 건가요? 우리는 너무도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구요. 알려고만 한다면 어떻게 사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고 하시는거라구요. 환원이 깔린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는 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하시는거죠. 진보가 이념과 추상성으로 시대를 끌고 가던 것은 더 이상 아니라구요. 하나 하나 구체적인 삶과 살림살이, 의식의 흐름들을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더 손에 잡을 듯이 그리고 잡아야 된다고 말하는거죠. 그래야 아주 조금 대안이라는 것이 그려지는 것이라구요. 계급의 눈으로 어느 계층의 눈으로 조금밖에 볼 수 없고, 저 높으신 신자유주의/자본주의만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적다는거죠. 자영업자 사장과 대기업정규직, 협력업체, 은퇴자 모두 삶을 구체적으로 헤아리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거죠. 그 대안이라는 것도 주장하고 따르라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균형, 형평감각이 녹아 있어야 되는 것이죠. 바꾸어야 한다. 바꾸자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고 저쩌구 수다가 개입할 수 있는 느낌있는 현실적인 안이라야 되는거죠.
과도한 추상성때문에, 현실감각 없는 논변때문에 대중이 부지불식간에 남이 되어버렸던거죠. 현실에 대한 연구과 공유, 그 대안들이 너무도 생생한 삶에 떨어져 있는거죠. 그런데 북친씨!! 생각있는 진보가 과연 수긍을 할까요? 이땅에는 월급이 얼마인지 가족간에도 얘기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아이들의 삶을 대신살아주며 번돈을 퍼붓고 있는 상황인데요. 비정규직 해법 하나만도 벅찬데요. 당신말씀을 번복하는 방법도 수만가지일텐데요. 천만번 양보해서 얻고 싶은 건 많고 준비한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당신의 질책을 가져갈까요. 생각의 주춧돌로 잡고 있는 그 기둥이 썪어있을 줄도 모른다는 사실을 수긍할까요? 튼튼하던 치아가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