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창조적 업적의 상당 부분은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과학 및 연구 부문의 업적은 대개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남는 시간에 성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학자들은 교직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한 이러한 관행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그나마 과학과 교직은 결합하기가 쉽기 때문에 오늘날 과학 분야는 활기를 띠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는 연주를 병행하는 작곡가가 비슷한 이점을 누리지만, 연주자가 아닌 음악가는 부자이거나 대중의 취향에 냉큼 영합하지 않는 한 곤궁할 수밖에 없다. 요즘 세상에는 순수 예술 분야에서 순전히 훌륭한 작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창작 시간을 넉넉히 보장하는 부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는 유일한 이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날 예술이 과학보다 덜 융성한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버트란드러셀 자유로가는 길에서)
러셀씨,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네요. 더구나 이 땅은 말에요. 과학과 교직의 연관성도 거리가 멀어지고, 연구원들의 삶이 너무 피폐해졌죠. 창조적 업적 역시 생계에 저당잡히거나 잡힐 수밖에 없는 여건들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과학기술이라는 것도 거대과학에 자리를 내어주어 스스로 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도 불감하기 마련이네요. 하지만 러셀씨 말씀처럼 거대한 자본의 흐름과 맞닿아있는 것은 사실이네요. 반면 예술은 곤궁하기 이를데 없다는 대목엔 왕공감합니다. 창작시간을 넉넉히 보장하는 부업도 그러하며 지원이라고 과학기술에 비하면 눈꼽만큼도 안될 지경이죠. 예술이 과학만큼 융성해야할 수십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학이란 녀석이 돈에 시녀역할만 하는 근시안때문에 창의성 역시 사회적약자나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보다는 자본과 성장만에 족쇄처럼 묶여있는 건 아닐까요? 예술이 그 묶여있는 술래의 눈가리개를 풀어줄 수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