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일부를 찍었는데 작품명은 [소소], 소소한 것을 다시 들여다보니 하나하나 다르고 실눈처럼 구획이 있다. 평생교육의 입장, 공공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대전시민대학의 개교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정치성과 사회성에선 유럽과 선진지의 고민을 형상화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대학측이 스스로 많은 부분 차용했다고 하는 독일 모델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따르는 민주시민으로 불요불급한 정치교육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일방으로 흘러 소비자에 머무르게 하는 교육방식은 사회적 자본조차 형성되기 어려운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보충성의 원리가 관철되지 못해 하급단위와 중복사업의 우려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소소하다고 해서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역할을 바꾸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라게하여 나무아래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찾아오게 하면 어떨까? 외국건물 양식만 빌려오는 것은 별반 의미가 적다. 방법과 그들이 지키려한 원칙의 뿌리를 곱씹어야 되지 않을까? 보충성의 원리와 보이텔스바흐 협약, 프랑스,영국의 U3A를 다시 곰곰히 새겨보자. 대전시를 탓하고 싶지 않다 공공성과 다양성, 사회적자본의 지향성이 뿌리내리길 바라기때문에 숙고해봤으면 한다.

 

 


 

 

1.보충성의 원리

 

기본적으로 연방정치교육원의 중립성은 정치적으로 결코 중립적이지 않은 노조, 정치재단, 교회, NGO들을 지원하여 정치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함으로써 지켜진다. 예를 들어, 정당과 노선을 같이 하는 정치재단들은 각 정당의 국회 내 의석수에 비례하는 자금을 지원받아 정치교육을 실시한다*.이러한 제도 덕분에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수파 정당의 정당재단들까지도 국내외에 수십여 개의 지부를 운영하면서 유의미한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조성된 공존과 경쟁의 환경 속에서 독일의 민주주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정치재단의 경우 각자의 정당들로부터 일정하게 독립성을 갖고 있다. 당지도부가 재단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단의 역할과 활동영역, 당의 역할과 활동영역은 명백하게 분리되어 있다. 대표적인 정당과 정치재단을 연결시켜보면 다음과 같다. 사민당SPD / 프리드리히 에버츠재단Friedrich­Erberts­Stiftung, 녹색당Grüne / 하인리히 뵐 재단Heinrich­Böll­Stiftung, 기민련CDU / 콘라드 아데나우어 재단Konrad­Adenauer­Stiftung. 

 

연방정치교육원의 이러한 운영방식은 독일의 중요한 사회운영원리 중 하나인 보충성의 원칙Subsidiaritätsprinzip’에 따른 것이다. ‘보충성의 원칙이란 시민단체나 교회공동체 등이 사회의 하부단위에서 행하는 일을 국가와 상부단위에서 중복해서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대신 이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아래로부터의 시민참여와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 등에 대한 독일식 해답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원칙은 또한 국가의 최소단위인 국민 개개인의 자기결정능력과 자기책임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능력과 책임감을 강화한다.

 

연방정치교육원은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또한 갖추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기구가 교육관련 기본내용을 결정하는 전문위원회와 교육원 사업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독하는 감독위원회이다. 이들의 결정이나 감독의 기준이 되는 것은 역시 보이텔스바흐협약이다.

 

2. 보이텔스바흐 합의

 

첫째로 교화 또는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생각에 따라 학생들을 조정함으로써 이들이 자주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방해해서는 안도니다. 바로 여기에서 정치교육과 교화사이의 경계선이 그러인다. 교화는 민주사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 그리고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교육목표인 학생의 자율성과 대치된다.

 

둘째로 정치적 논쟁과 학문적 논쟁을 지속한다.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 있어서도 역시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 요구사항은 앞의 내용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왜냐하면 상이한 입장들이 드러나지 못하는 경우 선택가능성이 낮고, 대안들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교화 또는 주입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셋째로 정치적 관심사의 관철과 해결 능력을 배양한다. 학생은 어떤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이익 또는 이해관계 상황을 고려할 수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당면한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사회성 소비에서 참여나 만듦으로

 

3.1 시부야대학 기획이 끝난 뒤 코디가 강사섭외부터 마무리까지(코디에겐 기존 경력자 후견인이 밀착):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배우려는 사람이 강좌기획, 강좌를 통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궁극적 목적

 

3.2 Community Learning Champions(이하 CLC) : Learning champions는 자원활동가들로 친구, 이웃, 완전히 낯선 사람들에게 평생학습의 좋은 점을 홍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평생학습자로서 주위의 롤모델이 되기도 함. 20113월 통계에 따르면, 2,000명이 챔피언으로 등록되었고, 그들의 활동을 통해 약 100,000명의 사람들이 학습기회를 소개 받음. 10만명 중 약 70%는 무직자였음.

 

3.3 Tent City University는 글자 그대로 텐트에서 하는 공부다. ‘Occupy London’ 시위를 위해 텐트 아래 모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학습 공동체다. Tent City University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온라인 캘린더는 등록된 워크숍 일정으로 꽉꽉 채워졌다. 시위가 진행되는 몇 개월 동안 일련의 저명 작가, 사회활동가, 언론인, 교수 등이 워크숍을 열었고, 쇼핑 나온 사람, 학생, 사회활동가, 관광객 등 관련 주제에 대한 소위 전문가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워크숍에 참석했다. 금융위기, 아랍의 봄, 신학, 신용협동조합 설립하기 등 다루는 주제도 매우 광범위했다. 각계각층,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에너지 넘치는 의견 교환과 질문을 통해 정치·사회·교육적 통념에 대해 날카롭게 도전했다.

 

Tent City University의 웹사이트 메인 메뉴 중 ‘Economics’라는 탭을 클릭하여, ‘Occupied Economics’라는 온라인 학습과정을 수강해 보자. , 20분 또는 5분만 투자하면 ‘Diploma in Occupied Economics’ 또는 ‘Certificate in Occupied Economics’ 증명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자칫 비장할 수도 있는 주제를 이렇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경쾌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3.4 어떤 의무감이나 뒤쳐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으로 무언가를 배워왔던 나에게, 배움 자체에 대한 열정과 환희,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공유의 기쁨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엔 무언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이 있었다

 

U3A Learning Co-op(학습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군가는 그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함께 참여하여 서로 배우고 동시에 서로 가르치는 순환적 학습의 장입니다. 수업에 들어와 그냥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함께 만들어 가야죠." Pam Jones(U3ASouth East 지역 이사)씨와의 인터뷰 중에서

 

Camden Town Shed는 나 개인의 공간도, 특정 기관이 소유한 공간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멤버모두의 공간입니다. 지역 내 기반을 두고(community initiated), 멤버 간 스스로 서로 돕는(self-help) 형태의 조직이 가장 지속력 있는 강력한 조직입니다.”Mike Jenn(Camden Town Sehd의 회장)씨와의 인터뷰 중에서

 

선생과 학생 구분은 NO.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수업

 

U3A는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University라는 이름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에서는 좀 더 학문적 수업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one-way 방식 같은 형태 말이다. 그러던 것이 1982년에 영국에 전해져 영국 방식의 U3A가 발전하게 되었다. 선생과 학생 간 구분이 있는 강의 식 보다는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two-way 방식. U3A에서는 선생이라는 말 대신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말을 쓴다. 회원들 중 특정 내용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회원이 코디네이터가 되어 수업의 진행을 도울 뿐이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참여와 서로간 지식의 나눔이 수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코디네이터가 혼자 모든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수업을 준비한다. 수업에 들어와 잠자코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3.5 Take part approach의 주요 특색 중 하나는 참여자 중심이다. 어떤 위대한 사람의 성공 비결 및 사례를 쫓아 그대로 모방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프로그램 참여자들, 특정 공동체 멤버들의 특수한 상황, 이슈, 특성, 역량 등 그들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함께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에 있어서도 이론 습득 위주의 교육보다는 현장 경험을 통한 학습, 자기 성찰에 기반한 배움, 실제 구체적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중시한다. 이러한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사들은 지원적, 협력적, 안정적 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의 참여를 통해 주민들은 지역사회 내 의사결정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지식, 스킬,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지자체들도 Take Part 프로그램 운영에의 참여를 통해 지역 주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들의 영향력 행사에 방어적이 아닌 좀 더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3.6 평생교육정책 신자유주의 기획에서 시민주체화로 (정민승,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운동의 구조화: 평생학습이 사람들의 삶과 인식에 구조 접속되는 부분은 지속적인 만남과 그 만남을 통한 학습의 기회를 갖게 될 때이다. 일회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차원이 아니라 학습동아리의 구성원이 된다거나, 자원봉사단으로 활동하게 될 때, 사람들은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되고,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학습도시 사업을 사회의 재구조화 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는 고리가 여기에 있다. 학습도시가 비학습도시와 유의미한 차이를 가지게 되기 위해서는 학습을 매개로 새로운 생활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뱀발. 한달전 뒤풀이에서 시민교육에 대한 코멘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자료를 모으다 보니 두가지 보충성의 원리와 보이텔스바흐 협약에서 걸려 품는다. 품다가 교육이 소비가 아니라 참여하고 만들어지는 사례도 풍부해보인다. 모임에 정치교육의 원칙과 사례를 품고 섞어보면 재미있겠다 싶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1976년에 시작했고 독일 통일 동독시민에게 많은 역할을 해보인 듯 싶다. 사회성 관련해서 시부야, U등 응용해보았으면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어 솔깃하다. 좀더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는 교육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듯싶다. 가벼운 스케치로 좀더 세밀한 묘사의 문턱으로 삼을 요량으로 흔적을 남긴다.  The U의 기사는 아래 콕!

시민참여교육 

 

[해외동향] 제1탄 영국, 다섯번째 이야기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s)이 필요하다.

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와"에서는 전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대안교육운동부터 각 나라의 평생학습 정책을 대표하는 단체와 프로그램까지. 정해진 틀은 없다.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의 평생학습 체계와 내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기대할 뿐이다.

첫번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OECD의 '학습과 일터를 연계한 개인의 발달을 도모하여 평생교용의 가능성을 증진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상정하는 시장중심형 학습사회론'을 추구한다. 평생교육정책에서 인력자원의 개발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런 평생교육정책은 책무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를 형성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반대 급부로 시민단체 등 제3섹터 그룹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교육운동과 프로그램이 개발·운영되고 있다.

지난 6호부터는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학습관에서 영국 현지를 직접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고 경험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싣고 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영국. 영국을 다녀왔다.<편집자 주>

지난 호 해외동향 제1탄 영국 편 네번째 이야기,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에서는 시민참여 활성화 프로그램인 "Take Part"를 소개했었다. 이번 호에서는 "Take Part"와는 다른 시각에서 시민참여를 바라보고 있는 "The U"라는 평생학습 사례를 통해 시민참여를 정의·구현하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다.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정다운 이웃, 서로 돕는 이웃, 마을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이웃이란 말은 옛 말이다.

 

장면1.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함께 타기라도 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떡하나 싶어 엘리베이터 전광판만 뚫어져라 응시한다. 말이라도 걸어오면 어떡하나 싶어 휴대폰을 꺼내 들어 열중 모드로 전환한다. 마침 밤이라면 정체도 모르는 이 이웃이 언제 돌변할지 몰라 무섭기 짝이 없다.

 

장면2. 우리 옆 집은 가내 목공소라도 차린 걸까? 가수 지망생이라도 사는 걸까? 옆 집 애들은 하나같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 무 개념 인간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꼭 붙어 살건만, 이웃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자기 가족 밖에 모르는 꼴 보기 싫은 인간들. 이웃이 아니라 웬수라 부르고 싶다.

 

장면3. 교복을 간지 나게 차려 입은 고딩들. 아니 중딩인가?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신다. , 그 중 한 녀석은 같은 패거리가 아닌가 보다. 삥 뜯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마을의 어른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일까?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 웬만한 성인 조폭보다 더 무섭다. 저 아이들의 표정을 보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긴다. 괜히 애들 눈에 띄지나 말고 조용히 나 가던 길이나 가자. 내가 배트맨 의상으로 짠 갈아입고 우리 동네 범죄를 다 소탕할 수도 없는 일. 동네 경찰은 뭐 폼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들 하겠지. 나는 내 일이나 잘 하면 된다. 내 코가 석자인데, 주제에 누굴 간섭하겠나.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는?

'시민참여를 통한 공동체 회복.' 요즘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궁시렁 궁시렁 투덜거리지만 말고 직접 나서란다. 민주주의 사회는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거란다.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참여하여 해결하란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몸 담고 있는 공동체는 내가 참여하는 만큼 변한단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단다. 맞는 말인 거 같다. 하지만 현실은?

 

영국의 대표적 사회혁신 단체인 "The Young Foundation"의 벤처 프로젝트 중 하나인 "The U"는 현재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을 실험 중이다. "The U"의 조사에 의하면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 즉 참여핵심(Civic Core)이라고 부를 수 있는 비율은 어느 지역 사회를 막론하고 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적극적 시민 참여를 부르짖어 봤자 이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참여 시민의 저변이 확대되기 보다는 Civic Core의 참여 강도만 더 높아질 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민 참여 및 지역 사회 내 구성원 간의 유대 관계 형성이 좋은 것이라는 데에 이성적, 당위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참여하기를 꺼린다. 끈끈한 이웃 관계에서 기인한 과도한 간섭,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그들은 부담스러워 한다.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 긴 출퇴근 시간, 가족 대소사 만으로도 현대인들은 이미 충분히 바쁘다. 그리고 힘들다. 지역 이슈에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직접 참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The U"가 실시한 대 시민 설문조사 및 인터뷰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이웃과의 연대, 참여의 정도는 내 이웃의 얼굴을 아는 정도, 그들의 이름을 아는 정도, 조금 더 나아가 이웃 집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정도라고 한다. 이웃들로 구성된 특정 모임에 참여한다던 지, 동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웃들을 모아 비공식 모임을 조직한다던 지 하는 정도의 관계는 그들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시민들은 동네 상점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 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문제점이라든지 중소 자영업자 살리기 등의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인간적 관계의 필요성에 대한 관점에서 말이다. 지역 사회 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즉 내 이웃이 운영하는 상점에 가면 주인이 나를 알아본다. 서로 눈인사를 한다. 조금 친해진 주인장과는 가끔 몇 마디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 어제 동네에서 있었던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는 없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친구 사이가 될 필요도 없다. 그저 안면이 있는,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끈끈한 연대, 긴밀한 공동체가 아니다.

 

Weak Ties(약한 유대)

"The U"가 꿈꾸는 공동체는 'Weak Ties(약한 유대)'가 활발히 작동하는 사회다. "The Strength of Weak Ties"의 저자 Mark Granovetter에 따르면 'Weak Ties'란 이웃과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관계, 동네 단골 노점상 주인에게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정도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Weak Ties,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거나, 집단의 가치나 규율에 따르거나, 집단의 행동규범에서 벗어났을 때 눈총이나 지탄을 받거나 하는 등 강한 연대 형성에 필요한 요구들을 따라야 하는 부담 없이 사람들 간 형성할 수 있는 첫 단계의 연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은연 중에 끈끈한 유대에 기반한 공동체가 '옳은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이고, 다양성이 점점 심화되는 사회이다. , 현재를 살아가는 공동체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 중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이다. 하지만 강한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는 편안함, 예측 가능함,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적 성향을 띠게 마련이고,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변화를 배척하기 마련이다. , 현대 사회는 강한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가 작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반면, 'Weak Ties' 약한 유대는 바쁘고,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부담을 꺼리는 특성을 충분히 포용할 만큼 유연성이 높다. 이 뿐 아니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충분한 책임을 느낄 만큼의 압박을 가하기도 하는 강압적 관계다. 미미한 연대인 것 같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기대치 않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또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현 시대에, Weak Ties는 사회 구성원들 간 광범위하게 지식과 정보가 흘러갈 수 있는 채널로 작동하게 되어 새로운 사회적 약자인 네트워크 소외 계층의 양산을 막을 수도 있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90분간의 경험

이러한 Weak Ties 형성을 돕기 위해 "The U"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험 중에 있다. 201010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고민은 20116월에서야 첫 교육 프로그램 실시로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The U" 교육의 가장 기본 목적은 단순하다. 그저 참여한 학습자들이 서로 말문을 트기를, 서로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각 교육은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재미있게 진행된다. , 책상 앞에 앉아있기 보다는 활동량이 많고, 뭔가를 쓰거나 읽을 필요도 없고,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 시청을 하는 식이다. 또한, 고정된 교육 장소에서 세션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학습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심의 쇼핑몰 내 빈 공간에 팝업(pop-up) 교육 장소를 설치하는 등 학습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이러한 짧고 재미있고 이동하는 일회성 교육은 학습자의 심리적, 물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교육 재 시청률도 꽤 높다. 30% 정도가 "The U" 교육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교육 주제는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내용들로 구성된다. 첫 번째 예는 화재, 뇌졸중, 호흡곤란 등 응급 의료 상황에 대처하기. 특히 이런 교육은 응급 상황 대처 기술을 배울 뿐 아니라, 서로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게 되어 참여자 간 친밀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예는 시끄러운 이웃에 대처하는 법, 길을 막고 무리 지어 지나가는 학생들의 속 내 이해하기 등 이웃과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소위 'How To Talk To People(이웃들과 말문 트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지만 너무 기본적이라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스킬들에 대해 배우는 거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비법, 협상 및 설득의 기술 등 난이도가 높은 커뮤니케이션 교육들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전문강사가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Volunteer들이 하루 정도 교육을 받고 Facilitator(조력/협력/촉진자)로 참여한다. 학생과 선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운다는 컨셉이고, 전문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습자 중 약 10% 정도가 Volunteer로 다시 교육에 참여한다고 한다.

 

"The U"가 궁금하신 분은 그들의 발랄한 홈페이지도 한 번 방문해 보시길.

결국, 소소한 것들이 차이를 만든다.

"The U" 프로젝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시민 참여 활성화 노력의 필요성이나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Civic Core의 중요성을 폄하하고자 함은 아니다. Civic core의 필요성과 더불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Weak Ties의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 가끔 우리는 지역 사회의 소위 '우선 순위가 높은, 중요한' 이슈에 몰두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지켜가야 할 소소한 것들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자원봉사, Participatory Budgeting(주민참여예산), 주민자치위원회 활동 등 적극적 지역사회 참여가 어렵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활동은 목적이나 활동 계획 등이 구체적인 편이라 참여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나 역할도 명확한 편이다. 하지만 이웃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이웃들과 눈인사 나누기, 이웃들과 말문 트기 등은 사소한 것일 수는 있지만, 일상적으로 항상 실천한다는 것은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The U"의 교육 프로그램이 쉽고,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벼이 여길 내용은 아니라는 것.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작고, 사소한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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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30706 감포항에서 미룬 얘기들을 나눠보다
    from 木筆 2013-07-07 15:11 
    감포항에서대전시민대학 자료를 훑어보는 익*샘이 대단하다는 반응이다. 무엇이 대단할까? 대전시민대학이 아니면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이 대단하다는 이야길까? 말과 말 사이 다시 말해본다. 민주시민교육의 방향과, 개선포인트에 대한 요점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닌가하고 건넨다. 소통이 될 듯 되지 않은 느낌이 있어 직구를 던진다. 대전시민대학이 대단하다는 건가? 그렇다고 한다. 인문사회 파트를 대전시민아**가 접수를 하거나 그 공간을 보완해서 쓰는 방법,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