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것 저것 일을 마치고 갑천고속화도로 대화출입구를 건너보며 맞바람을 맞고 달린다. 간간이 사람 한둘 어둠이 베여있지만 갑천에 비치는 조명이 아름답다.  불쑥 밀려오는 생각, 일에 대한 생각이 좁혀진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뭔가 허전한 듯한, 나에게 늘 일이란 뭔가 성과물을 남기기 위한 것들은 아니었는지? 모임도 뭔가 얻어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난 않았는지? 이런저런 생각자락을 쫓아가다보니 봄바람 강바람이 제법 세어진다. 어쩌면 이렇게 달리는 것도 제법 즐길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아래에 KBS 전광탑에 있는 시계에 연신 시선이 가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면 정말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로 좋아하는 것과 몸으로 좋아하는 그 간격과 틈이 벌어졌다 좁혀졌다. 마음의 갈등만큼이나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몸이 바쁘고 상황에 쫓기다 보면, 재미도 즐거움도 멀어져버리고, 과정보다 결과를 먼저 다그치고 있는 자신을 본다. "놀이": 늘 새롭고 기대에 부푼,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미끄러지듯이 서로 일을 풀어갈 수 있음에도 너무 진지한 것은 아닐까? 

일의 과잉에는 장사가 없는 것을 아닐까? 어는 한친구의 사회단체 실무자도 일을 줄이자라고 하는 외침이, 일이 너무 많아 늘 틀속에 갇혀사는 것은 아닐까? 재미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늘 소중한? 결과만 지향하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2.

엑스포 무지개다리를 지나 KBS 전광판이다. 7:27에 시작한 응시는 연신 시야를 벗어난 7:3*까지 줄 곳 응시했던 야경이다.  3일째 금주다.  모임자리에서 뒤풀이에서 술을 마다하지 않고 남들보다 조금빨리 마시는 습성이라 가끔은 담소의 도구가 아니라 아주 가끔 술이 나를 마시는 경우가 있다. 술이 음식이라곤 하지만 유난히 잦은 모임들 속에, 부지불식간 이야기를 마시고 있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상쾌해질 때, 가벼워질 때 느낌이 온다. 술자리가 뜸하고 절제된 생활의 범위내에서 몸은 유쾌하고, 사실 그 분위기를 오래 가져가고 싶다. 하지만 만만치 않게 모임을 좋아하는 습성이라 두가지 다 즐기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술 한모금 마시지 않는 분을 보면 야박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반추해보면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스스로 가능했음에도 속도라는 관성에, 호시절 관성으로 가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간 술한모금에 이야기한말, 사람 한말을 담지 못하고 술한모금에 맹탕한그릇만 안주로 삼고 있게 되었는지? 반성할 지어다.

 

3.

대덕대교를 지나 과학원 앞길이다.  어쩌다 바람에 심하게 흔들려 노출아닌 노출이 되어버린다.  바람이 조금 새지만 손시럽지 않고, 강물 어여삐 출렁이고 잔디 탄냄새가 구수하다.  춘삼월 찰나같은 몇주 나의 달림을 기쁘게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나 좋고 갑천 좋고 춘삼월 너도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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