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arine > 독서 일기 2

어제 저녁에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앞부분을 읽었다 꽤나 오래 전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18세기에 영국에서 태어났고, 국회의원도 지냈다고 한다 통풍과 음낭수종이 악화되면서 56세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게 축약본인 관계로 앞장에 에드워드 기번에 관한 자세한 글이 나온다

7남매 중의 첫째였는데 밑의 여섯 형제는 모두 유년기 때 죽었고, 어머니도 잦은 출산의 후유증으로 일찍 죽었다 이런 거 보면 아이를 많이 낳을 수 밖에 없던 사정을 알 것 같다 농경 사회에서는 자식이 노동력이 된다는 말을 둘째치고, 일단 애들이 곧잘 어려서 죽어 버리니, 많이 낳아 놓고 볼 일이다 임금의 자식들도 유아기 넘기기가 힘들었던 걸 보면 의학 발달 이전의 사회가 얼마나 질병 앞에 취약했는지 새삼 느껴진다 확실히 현대 의학의 발달은 유아 수명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기번은 전형적인 영국 신사였고 자신이 선진국에서 부자의 아들로 태어난 걸 늘 감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주 상류층 귀족은 아니고 자수성가한 부자, 즉 부르주아 계급 정도 된 것 같다 이 사람은 학구열이 대단해 고전 읽는 게 취미였다 완벽한 프랑스어 습득을 위해 일단 라틴어 고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후 다시 라틴어로 재번역 하여 원전과 대조했다고 하니, 가히 공부의 화신이라 할 만 하다 또 책을 읽기 전 그 주제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기록한 후, 책을 읽으면서 요약 정리한 것과 대조해 보므로써 얼마나 알게 됐는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사람이 공부를 취미로 하는 사람 같다

로마 제국 쇠망사를 쓴 건 그야말로 취미 생활이었고, 원래 직업은 당시 부유한 신사들이 흔히 그랬던 것처럼 국회의원을 8년 동안 했고, 미국에 식민지가 생기면서 무역식민부 관리로 일했다고 한다 미국이 독립하면서 무역식민부가 폐쇄되자 있는 재산으로 친구와 함께 편안한 노후를 보냈다 56세에 죽었으니, 늙기도 전에 죽은 셈이지만 말이다 의사가 음낭수종을 수술하자고 했으나 끝내 거부했고 결국 괴사되서 합병증 발생으로 죽었다 젊었을 때 약혼하려 했으나 아버지 반대로 무산된 후 평생 혼자 살았고 젊었을 때는 군대 장교로도 일했다

아버지는 영국 국교도였는데 프랑스에서 살면서 고전 공부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학문적 관심이 종교적으로 승화해 몰래 카톨릭 세례를 받은 게 들통나 재산 상속을 못 받을 뻔 하기도 했다 로마 제국 쇠망사를 쓴 계기는 이탈리아에서 로마의 유적지를 보고 감탄한 게 계기라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기번은 최소한 20세기의 역사학자인데, 그의 이력을 보니 정말 뜻밖이다 군인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국회의원이었다는 것도 그렇다 물론 그 당시만 해도 반드시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라는 것도 놀랍다 개인적인 관심사로 이렇게 유명한 역사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로마 제국 쇠망사를 다룬 것이라, 어떻게 번영했는가 보다는 어떻게 망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 이후 로마가 제정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관직 이름이 하도 복잡하고 인물들의 이름이 익숙치 않아 읽는데 꽤 애를 먹고 있다 노트에 기록해 가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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