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
세상알박기
그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고 한다. 세상을 알 것 같다고 한다. 세상은 알고 느껴도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에 좌절하기도 한다라고 건넨다. 뿌옇고 흐릿해도 가야하는 것이고 갈 수밖에 없노라고 한다. 늘 의도를 피해가는 것들이 일들이라 허황되기도 하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우연도 없기에 그리로 간다고 한다.
예의
의탁하지 말아야 한다. 내 색깔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 고민하고나서 만나야 한다. 사람들 사이 서열없이 만나야 하고, 그 대면을 존중해야 한다.
미리보기
결과를 미리 헤아린다. 설득도 헤아림도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감안한다. 서열을 두려는 의도의 잠금장치도 고려한다. 그렇게 어림을 잡고 현실의 시간에 대한 할증을 준다. 손에 잡히는 시나리오를 서너개 두자. 그런 다음에 그 주어진 길로 가지 않으려면 어떡할까? 위악이거나 위선일까? 아니면 일찍감치 부지런을 떨고 다른 밑그림 감을 잡아두어야 할까?
만남
낯설다. 서투르다. 친함을 비워둔다. 어떻게 마음에 새겨둘까? 문화적인 이질감이 없이는 새것도 없다. 생각도 고민도 섞지 못하는 만남들 사이, 그저 옛것만 우려 먹는다. 무수한 되돌이표의 범람속에 다른 너를 만날 수 없다. 그래서 관계맺을 수 없다. 그저 흘러갈 뿐, 너의 손을 잡을 길이 없다.
몸말.
여러 준비로 나말고 바쁘다. 너나할 것 온전히 몸과 시간을 내놓고 빈 틈들을 채운다. 빈자리나 생각지 않은 일들도 많다. 삭히고 너무나 많이 주장하지 않고, 모서리가 닳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듬고 매만지고, 또 나서고 굽히지 않는다. 조금 더 티격태격할 여유가 있다. 그런 근력이 좀더 앞으로 일들을 쉽게 할 수 있기에 숨기지 않고 참지 않는다. 생채기가 생겨 딱지가 앉는다. 밤을 지새워 생각을 글로 다듬는다. 슬로건이 낯설다. 익숙한 말과 레토릭을 위해 모임 숲길을 먼지가 나도록 다녀본다.
한 호흡의 고개에 올라 갈 길을 더 살펴본다. 고개 산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숲들도 헤아려본다. 저기 쯤에서 아마, 늦어 무르춤한 이가 다시 손짓을 할테니, 조금 쉬어가는 것이 좋을거야. 아니 뜬금없이 나타나는 이도 많을 거야. 미쳐 준비가 더 되면 좋을 작은 모임들도 생각이 나. 많은 고개를 넘었어. 더는 혼자 밤을 지새울 필요는 없잖아. 아쉬움이나 미련들도 잡을 수 있게 가는 길 좀 다시 살폈으면 해. 뜻대로 안되는 이율배반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을거야. 꼼꼼히 살펴봐. 미리 손 좀 써볼 수 있게 말야.
뱀발. 책마실을 다녀본다. 김민하샘의 몰입이 참 좋아보인다. 하지만 그 즐거움과 신선한 방법이 왜 더 작은 그릇인 이념과 종파의 그릇 안으로 구겨넣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책속에서 보는 인상이 그렇다는 느낌이다. 물구나무서면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밴드 듣고 싶다. 도서관 산책자는 조곤조곤 햇살에 그윽한 독서를 하는 느낌이다. 시, SF도서관....산책, 꾸벅 졸더라도 봄바람, 봄햇살에 도서관 구경이라 괜찮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