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현림

 

굵다

그만 그루터기인줄
그만 소나무인줄
네 몸에 기댈뻔하다

 

굽다

그만 낙락장송인듯
그만 땅을 딛고 뿌리내린
네 수고에 놀라웁다

 

틀다

바람에 뒤척이고
추위에 담금질하고
눈비로 잠들지 않아

 

품다

하늘을 보되 몸은 틀어 땅을 향하고
팔을 틀되 넓게 벌리자
팔뚝에 상처난 근육이 아문다

 

 

주렁주렁
가을이 한품에 열리고
붉디붉은 님을 한몸에 상상한다

 

뱀발. 오고가는 길, 주왕산자락의 겨울사과밭이 마음에 든다. 굵디굵은 사과나무는 시간의 이력을 말해준다.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마음 속에 남아있는 바람없는 고즈넉한 과수밭은 상상만해도 아연하다.

 

 

 

사진:신현림, [사과밭의 사진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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