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시 심사평 “시는 자신을 비워줄 때 조금씩 다가오는것”

문학평론가 황현산·시인 박주택

 

모든 것이 그렇듯이 시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여 기예를 넘어 정신의 한 경지를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다운 시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온힘을 다하여 시에 헌신하고 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비워줄 때 시는 온전한 모습으로 조금씩 다가온다. 시는 결코 설익은 자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신춘문예 시 부문을 심사하고 있는 박주택 시인(왼쪽)과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 김문석 기자

 

최종에 오른 네 편의 시 가운데 ‘그 여자의 거실에는 기차가 달려가지’ 외 4편을 응모한 서진배의 시는 발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산문적 진술에 기대고 있고 급격히 장면을 전치시키거나 전복시켜 시를 읽는 데 재미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침묵의 불법 점거에 대한 진술서’ 외 4편의 김희정의 시는 소음과 환청, 자본주의와 물신과 같은 도시적 생태를 다루고 있으면서 눅눅한 서정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시의 관절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쉽게 선외로 밀렸다. ‘귀갓길’ 외 4편의 김창훈의 시는 “그림자에도 단내가 난다” “노을에도 마블링이 있다”와 같이 선후 문맥을 잇는 뛰어난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력이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녹번동’ 외 4편을 응모한 이해존의 시는 그간의 적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어 당선작으로 합의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을 구조(構造)하고 있는 안과 밖의 경계에 대해 사유와 감각을 적절하게 가로지르며 생의 경험이 곧 시의 경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다른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시는 시여야 한다는 기원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조차 모른다면 시는 언제 찾아올 것인가? 당선자의 대성을 기대해본다.

 

 

 

뱀발. 

 

1. 시인을 지근 거리에서 지켜본다는 일은 어쩌면 자꾸 더 아픈 일인지도 모른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며 피는 생살의 꽃. 또 다른 살은 빨갛게 그렇게 두드러기처럼 마음 속에 인다. 많은 시간들이 긴장을 멈추지 않고 푸릇해지거나 서슬퍼렇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서시인에 대한 호불호와 지청구를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평에서처럼 수련에 수련, 헌신에 헌신은 늘 지켜보던 모습이기에 더 더욱 뫔이 짠하다. 어쩌면 지켜보는 이에겐 당선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니 각자 기차여행에서 돌아오고, 대흥동 한적한 북카페에서 카프카를 얘기하고, 내집에서 증약막걸리를 비울 즈음에 이 기사가 올라왔던거다.

 

2. 사랑은 단념이다. 절제다.  가장 아끼는 것을 비워내야 비로소 다가오는 것이란다.

 

3. 가장 아끼는 것을 버린다. 그래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비단 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시 대신 괄호를 넣는다.  올 한해도 그렇게 슬며시 넣어본다. 나 곁에 나, 나 곁에 너...너 곁에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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