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밤, 두 통의 전화 - 두통의 사연
1. "이번에 정리되었어"
휴대전화로 낮익은 이름이 뜬다. c팀장이다. 일주일전 과제평가시 흔적이 없던 그다. 아 그날 저녁 남부권부터 훑고 올라왔다는 냄새풍기는 임원의 송년회자리 출현. 그리고 후배들의 일선 후퇴 소식이 들렸다. 그 다음날 이야기들은 것이 있냐는 일의 신민이 가로되, 한해 수명연장을 명받은 그에게 c팀장도 대상자라는 소리를 듣다. ....그러길 며칠 전화도 하지 못하고 분하고 억울한 생각들만 가득한데, 통화 속의 목소리가 너무 밝다. 제대 먼저했어. 걱정마. 다 똑같지. 머뭇머뭇 제대로 위로의 말도 할 수 없다.
0. "뒷담화, 골수 야당이래"
일터 심사다. 단 한시간도 이땅에 숨쉬기 어렵다는 심사원은 포스트모던한가 싶더니 그 선을 넘어선다. 진보연 하는 행태가, 아 그래서 욕먹는 것이구나. 왕년하나 가지고 이렇게 펑펑 욕해대고 세속과 속물의 구린내는 더 나고해서 주변 사람들이 갈피를 못잡겠구나. 진보 욕은 그렇게 변두리부터 오는 것이겠구나 싶다. 진**무슨당 가입했다고 그게 진보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발설하는 문자와 사실관계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싶다. 이 바닥에서는 소문난 행태와 습속, 가지고 있는 삶의 영역에 대한 자성은 말들 가운데 섞여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좌판처럼 벌려진 습속들. 진보색깔을 칠하고 말만하는 장난감들. 진보는 좋다졸다쪼다다라구.
2. "이번에 다 정리되었어"
"형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미리 얘기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하도 속이 상해 이틀동안 생각하다 전화거는 겁니다. 후원회비 가운데 전임국장 퇴*금으로 들어가면 그만둡니다.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약한 사람 이용해 자기 속만 차리는 거 아닙니까? 저한테 *먹이는 겁니다. 뒤치닥거리하고, 컨트롤타워역할 맡기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겁니까? "
뱀발.
2,1 "그래 전임국장이 형편이 어렵다고 문자보냈지? 취직하고 애낳고 힘들겠지? 그런데 그만두면서 퇴직금에 대한 이야기를 사전에 한 적이 없었지? 그리고 총회날 뒤풀이자리에서 퇴직금 어떻게 할거냐구 언성을 높였지. 그래 난 바보처럼 묻지도 않았고, 서운함을 내색도 하지 않았어. 지금도 모임이 얼마나 힘드냐고 되묻지도 않는 서운함을 비추지도 않았어. 운*위도 정말 일이 많아 바빠서 그런 줄 알고 있어. 그래 그렇지 바보같이 몸빵하는 사람도 모임에 있어야겠지. 누가 해. 그게 싫다는 거예요. 다시 여기까지 영향이 미치는거잖아요. 빤히 그꼴 보고 약한 고리 건드려 한 거라구요. 그래 난 어느 한 놈도 버릴 수 없어. 바보처럼 몸 데주는거야. 바보라고 해도 상관없어. 모임에 바보 한둘은 있어야지. 똑똑한 채 하지 않는 사람 있어야 하는거야. 사람들은 바보들이 다들 모를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다 느끼거든. "
2.2 '정리되었어. 누가 짐을 먼저 털었는지? 속내가 어떤 것인지는 조금만 더 지나면 알 수 있어. 바쁜건지. 모임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분노인지 증오였는지. 죽기살기였는지. 착한척하기 싫고 바보짓하기 싫은데 그러다보면 바보그물에 걸리는 녀석들이 있을거야. 약삭빠르게 이용해먹는 기술을 가진 친구들도 걸러낼거야. 똑똑해. 똑똑해. 아마 똑똑할거야. 바보처럼 말야.'
1.1 일터 동료가 일선에서 물러난다. 짤린거다. 동기이자 속심지 깊은 아이셋의 가장이다. 객지에서 주말부부. 문득 다가선 소식. 어이가 없다. 인사관행. 그렇게 추려내는거지. 건강한건지 일의신민을 만들어내는건지. 돈의신민을 만들어내는건지. 그렇게 악다구니 속으로 일상을 밀어넣는거다. 이선이 있다는 이유로, 외부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그 제도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제대 먼저한다는 친구의 말. 일주일 내내 다른 일들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나 아프다. 분하고 화도 치민다. 내색할 수도 내색해도 새기거나 삼킬 공감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없다.
0. 생협 매장엔 별의 별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손님이기보다는 소비자다. 왕이다. 상품을 구하러 오는이들. 호칭도 부르는 언어도 다르지 않다. 소비만 있을 뿐 또 다른 결의 지대가 없다. 소비자인 이상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돌이켜야 할 부분들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아침 건네들은 이야기에 보탠다.
0.1 일터일 와중 뒤풀이 자리를 동료들이 겨워낸다. 불편도 참지 못하고, 그쳐 자신의 느낌에 맞는 사실들만 골라 입은 이들이 토로한다. 저 심사원 안되겠다고 말이다. 진보의 문화적 자산와 생활의 자산은 딱 거기에 멈춘다. 저수조에 물은 넘치지 못한다. 딱 그만큼이다. 딴지걸지 않고, 문제삼지 않고, 언어의 세련만 닥달해 딱 거기까지다.
3.
한겨레21 부록으로 손바닥문학상 우수작모음집이 있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논픽션의 세상이다. 그것을 건져올린 논픽션들이 그냥 버리기에 아쉽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간의 자장에 강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금강길 구비구비 도는 내내 여울 이야기 가득하다. 좋아하는 여울.
여울은 두려움과 즐거움이 공존한다. 여울은 기분 좋은 고통이다. 여울은 편안하다. 여울은 중독성이 있다. 여울에는 생명이 있다. 여울에서 자연의 순응을 배운다. 여울은 사람을 협동하게 한다. 여울에서 옛사람들을 생각한다. 여울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여울트레킹의 매력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