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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스가야 아키코 지음, 이진영 외 옮김 / 지식여행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발견하고 꼭 읽고 싶던 책이다
나는 요즘 도서관에게 엄청난 애정을 쏟고 있는지라 도서관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었다
책사랑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도 도서관 사랑에 관한 책은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 책 역시 도서관에 대한 개인적인 에세이는 아니다
제목에서 말해 주듯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 뭐 이 정도다
약간 실망스러웠던 것은 일본인이 뉴욕 공공도서관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점이다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라든가, 도서관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라든가, 여러 도서관 시스템의 비교 등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을 것 같은데 단순히 가장 앞선 모델을 소개하는데 그친 것 같아 기대에는 못 미쳤다
선진국의 문화에 관한 책을 쓸 때는 이게 문제다
자기도 모르게 그 문화에 경도되어 찬양 일색이 되기 일쑤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다양한 기능들은 충분히 감탄할만 하지만, 부러움 수준을 넘어 보다 깊이있는 분석을 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지만 미국 도서관의 소개만으로도 의의는 충분하다
솔직히 나도 너무 부럽다!!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의 기능은 기껏해야 자료 대출 아니면 공부방 정도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의 문화 행사들을 보면 좀 낯설게 느껴지고 실제로 이용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한다고 한다
제일 대표적인 예가 지난 9.11 테러 때였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뉴욕 공공도서관이 해냈다
테러가 발생한 후 언론 매체는 선정적인 보도만 할 뿐 실제로 뉴욕 시민들에게 도움될 내용은 없었다
그러자 사서들이 도서관 홈페이지에 의료기관 전화번호라든가 생존자 확인 방법 등 구체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을 올렸다
인터넷의 장점을 잘 이용해 매 두 시간마다 정보들이 업데이트 됐다
또 이슬람 문화라든가, 위기 대처 방법 등에 관한 책 목록을 편집해서 올리고 테러 공포로 시달리는 시민을 위해 상담 치료도 시작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죽은 끔찍한 테러 바로 다음 날 이 정도의 실제적인 정보를 즉시 제공해 줄 수 있는 도서관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도서관이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인드 자체가 놀랍고 부럽기 그지 없다
테러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사를 가면 병원이나 슈퍼 등 실제적인 지역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으로 갈 정도라고 하니,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만 하다
영화 "로렌조 오일" 을 보면 불치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의학 정보들을 검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많은 의학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의료 정보가 개방되면서 더 이상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의사에게 일임하지 않고 스스로 치료 과정에 동참하길 원한다
또 의사들 역시 환자가 질병과 치료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길 바란다
이 때 환자들에게 올바른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책임감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도서관은 치료는 물론 예방의학적 관점에서도 많은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병원은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도서관에 기부금을 내기도 하고, 일반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의학 도서관을 따로 둔다고 한다
또 건강 강좌도 자주 열고 사서들이 원하는 건강 정보를 찾아주기도 한다
도서관이 예방의학 기능을 수행하리라곤 생각조차 못해 봤다
더욱 부러웠던 것은 도서관의 헬퍼 기능이다
뉴욕 어린이들 역시 열쇠만 맡겨진 채 방치되기 일쑤이므로 방과 후 숙제를 도서관의 헬퍼들이 도와준다
도서관에 인터넷과 자료들이 비치되어 있고 헬퍼들이 배치되어 학생들의 숙제를 지도해 주고 다른 취미 활동도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학원이 하는 기능을 도서관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기른다는 말이 생각난다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내몰리는 젊은 엄마들에게 도서관은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준다
아이들이 학원 대신 도서관에서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서관은 비단 어린이들만 도와 주는 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시니어 어시스던트를 채용해 노인 스스로 다른 노인을 도울 기회를 제공한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 빌려 주고 공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역 사회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 취미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장소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로 저자는 도서관이 민주적인 정보의 장이라고 정의한다
빌 게이츠가 자신을 키운 것은 도서관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 도서관들도 지역 사회에 좀 더 가까이 다가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