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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박봉 씨 - 경계시선 14 ㅣ 문학과경계 시선 14
성선경 지음 / 문경(문학과경계)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모임앞서 짬이나 동네서점에 들렀다가 "박봉"이란 단어가 눈에 띄어 골랐다.
제1부 경상도 사투리, 보리한톨, 수박을 먹으며, 보리개떡을 먹으며, 비빔밥을 먹으려 -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삶을 실어놓으면서도 비빔밥처럼 맛갈나고 향이 우러난다. 장기판 졸과 같은 존재인 보리한톨이 척박한 어디에선가 살아 썩어져 시퍼렇게 눈을 뜰 보리한톨. 한여름 평상에 앉아 오물오물 수박을 베어물며 아홉시 뉴스에 나오는 세상을 조막조막 수박씨처럼 뱉어낸다. 도시락이 없어 보리개떡을 마른 버짐 번진 플라타너스 뒤편 급수대에서 벌컥벌컥 들이키는 어린이의 모습은 과거가 아닌 늘 우리곁에 있는 결식어린이가 겹쳐진다. 어쩌면 세상이 붉다하는 고추장이나 온톤 쉬어빠졌다고 하는 김치쪼가리나, 그저 떠도는 밥풀같은 우리들이 큼직한 놋숟갈로 비벼질 때 제맛이 나는 것처럼 시인의 맘은 우리의 맘은 똑같을 지 모르겠다. 쥐뿔도 없는 우리들이 살아갈 방편인지도 모르겟다. 제2부 서른 살의 박봉씨는 맘을 울컥거리게 만든다. 자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