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다큐멘터리 영화를 7월 11일 20:00 - 보았습니다. 추운겨울 새벽, 살수차 여러대가 망루를 향해 일제히 물을 퍼붓습니다. 망루의 작은 창문 하나. 둘. 그 망루의 창문 사이로 인기척이 보이고, 또 다른 창문으로는 인화물질 통들이 굴러 떨어집니다.연신 내던집니다. ... ... 찰라의 순간, 망루전체는 갑자기 환해지더니 겉잡을 수 없는 화염이 솟구쳐 오릅니다. 그리고 그 감독의 시선에 따라 그 통으로 보여준 시간들은 하나하나 잘게 분해되고 되감깁니다. ... ... 2009년 1월 20일 06:06 ... ..시간을 물리지도 못하고, 시선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고스란히 떨리며 떨어지는 감정의 결까지 세면서 [두우 개애 의 문] 마지막 자막을 팔딱거리는 심장 한 끝에 문신처럼 새겨야 했습니다.
상영관을 빠져나오는 길, 대전중앙로. 동구로 향하며 쏘는 택시와 버스, 총총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가벼운 소음. 도시의 반조명에 비친 목척교는 하늘의 별자리를 올망졸망 담을 듯 숭숭 뚫린 뭉게구름같더군요. 통통 걷는 촉감이 배이는 다리를 건너고 대흥동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길과 상가들은 본듯하지만 낯설고, 낯설지만 익숙합니다.
진*샘, 그 골목길을 돌아설 때 샘이 입원실에서 건넨 강풀의 만화 [타이밍]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간난아이의 방긋웃는 얼굴이 삼삼한 애기아빠는 이른 아침 출장을 가려고 문밖으로 나섭니다. ... ... 펑 !!!!!!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깐 스친 가스 새는 소리를 기억하자마자 뒤돌아보는 빌라 3층집 창문밖으로 아이와 아내는 내동댕이처집니다. 하지만 그 아빠는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초능력자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되돌립니다. 20, 19, 18.... .....아이를 받아내기 위해 한번, 두 번, 세 번, 스무 번.... 혼신의
힘을 다해 시선을 맞추는 아내의 눈길을 피해 아이에게로 향합니다. ... ... 점점 가까이 가기는 하지만 그는 아이를 구해내지 못합니다.
진*샘, 그 장면이 겹쳐 불편했습니다. 잔인한 장면도 그러했지만, 자꾸 시간을 나누어 되새겨야 하는 일이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한번 두 번 세 번 경찰특공대의 진술서와 화염병과 문을 부수는 해머 소리는 점점 더 참사현장으로 내몰더군요. 눈을 감지말고 봐라, 봐라 강권하면서 말입니다.
5월 5일, 김*주 시인와 만남 때였죠. 데자뷰 - 기시감과 미시감의 사전적인 정의부터, 시어의 결까지 다룬 질문과 대답이 겹칩니다. [타이밍]에서 이 기시감, 데자뷰를 다룹니다. 뭔가 본 듯한 느낌, 그 순간을 시간을 정지시킨 이들이 다시 현실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공백으로 묘사합니다. 시간능력자들이 생사를 번갈아 고투하면서 벌이는 사생결단이란 시간들의 켜입니다. 닥치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알려주려는 간절함이 배여있습니다.
[타이밍]에는 시간을 정지시키는 이와, 시간의 미세한 떨림을 읽는 이, 꿈속에서 미래를 보는 이들을 비롯해 시간을 다루는 초능력자들이 나옵니다. 녹음테이프 같은 것이죠. 빠르게 돌리고 느리게 재생하고 되감기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강풀이 그리는 시간 능력자들은 슈퍼맨의 캐릭터들과 달리 한결같이 현실의 간극을 알아도 한끝도 바꿔내지 못합니다. 알아도 느껴도 하나도 바꿔낼 수 없습니다. 현실은 점점 더 악화됩니다.
단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님의 시선을 단 1도 돌리기 위해 탈진을 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너와 나, 나-너의 일상의 1초가 그 수많은 시간 능력자들이 간절히 바라고 싶고, 절실하던 한순간이었다.
점점 잔학무도해지는 현실의 아픔들, 그 강도와 피맺힘은 절규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어집니다.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시간을 거스르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시간의 결들로 파고 들어가 대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들 보고싶은 정해진 시공간의 동선만 따라갑니다. 그 속도만큼 회피하고 싶어하는 현실의 우범지대는 점점 더 늘어가기만 합니다. 응시하고 싶어하는 시간의 길은 점점 좁아집니다.
어떻게 지옥의 묵시록같이, 에퀴*스의 추천책같이 그려낸단 말인가? 반감도 듭니다. 잔혹함과 잔인함, 극악무도한 현실을 대면하게 해서 그는 현실을 핥지않고 현실의 생살을 찟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바닥에 다다르고 나서야 상처 가운데 겨우 생살이 올라오듯 화자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문, 사람의 무늬, 휴머니즘은 절망, 체념, 아픔, 불편함을 들려다보고 만져보고 감내하고 너에게로 번지는 것이라는 소심한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그리고나서야 겨우 나만의 아픔에서 너까지아픔으로 번지면서 치유되는 통과의례같은 것이라고 주제넘어 봅니다.
진*샘,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죠. 저도 그러합니다. 시간은 화살이다. 시간은 돈이다. 다 귀신 신나락까먹는 소리죠. 아주 가끔 시간을 핑계로 다른 것을 앗아가는 이들이 써먹는 수법이죠. 서시인님. 시간은 뭐죠. 현실과 꿈이 넘나드는 일상입니다. 일상의 틈을 벌리기 위해,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시간을 톡톡 건드립니다. 아마 당신이 그 시간을 받아들인다면 그 곳이 빠알갛게 달아 오르고 너로 향하는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타이밍]맞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이 마음도 전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간들을 만들거나 이을 수 있다“
일상의 평범함 사이로 얼마나 위태로움이 서로 교차하고 지나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강풀은 나-너-나-너- - - - 밀도 있게 이어 놓습니다. 마치 인문人紋은 한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나, 서사적 나임을 시간능력자들의 손잡음으로 보여줍니다. 진*샘 지금 몇시인지 아세요. [타이밍]으로 접속되는 기념시간은 (7월 15일) 07:04입니다. 미시감으로 잇죠. 아 뭔가 써먹은 듯한 이 느낌. 데자뷰에요. [타이밍] 맞춰 기웃거리는 이들이 많군요. 너-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