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란 결코 생선가게의 좌판 위에 놓인 생선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이란 때때로 근접할 수도 없는 넓은 바다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것이다. 36
역사가의 지식은 개인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여러 나라에서 그 축적에 참여한 것이다. 그리고 역사가, 즉 그 행위를 연구하는 당사자들만 하더라도 진공 속에서 행위한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과거 어느 사회의 관계 속에서, 또 그것에 충동을 받아 행동했던 것이다. 55 2장 사회와 개인 중에서
인간은 생물학의 경우처럼 자신의 생리적 구조나, 생리적 반작용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사회학자, 경제학자, 역사가는 의지가 작용하는 인간 행동의 여러 형태를 꿰뚫어보고 그 연구 대상인 인간이 왜 그런 행동의 여러 형태를 꿰뚫어보고 그 연구 대상인 인간이 왜 그런 행동을 하려 했는지 밝혀야 할 필요가 생긴다. 따라서 역사와 사회과학에서만 특유한 관찰자와 피관찰자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108 3장 역사와 과학, 그리고 도덕 가운데서
베이컨이 [혁신에 대해서]라는 에세이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관습의 완강한 지속력은 혁신과 마찬가지로 난폭한 것'이다. 지금까지 누려온 특권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혁신의 대가가 압박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특권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보수의 대가가 무겁게 짓누른다. 121 3장 역사와 과학, 그리고 도덕 가운데서
과학자, 사회과학자 및 역사가는 모두가 같은 연구의 서로 다른 부문에 속하고 있다. 즉 어느 것이든 인간과 그 환경, 환경에 대한 인간의 작용, 인간에 대한 환경의 작용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연구의 목적은 동일하다. 곧 자기의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력과 지배력을 늘리는 것이다. ...다른 모든 과학자도 그렇지만, 역사가도 줄곧 '왜?'하고 묻는 동물이다.130-131 3장
내가 생각하기에 뛰어난 역사가들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미래에 대해 깊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역사가는 '왜?'라는 질문 외에도 '어디로?'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167 4장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가운데서
역사에 있어서의 진보에 명료하게 규정할 수 있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는 생각은, 19세기의 사상가들이 그렇게 가정한 것이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도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 진보에 대한 믿음은 결코 자동적이거나 불가피한 과정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을 믿는다는 뜻이다. 185 5장 진보로서의 역사 가운데서
지난번 강연 때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역사란 과거의 여러 사건과 점차 나타나는 미래의 여러 목적간의 대화라고 불렀어야 옳을 것이다. ...정치적 및 입헌적인 목적에 대한 관심보다 경제적 및 사회적인 목적에 대한 관심이 인류 발전의 더 넓고 진보된 단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의 경제적 및 사회적인 해석은 정치적 차원의 해석에 비해서 한층 발전된 단계를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낡은 해석이 부정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새로운 해석에 의하여 포섭되고 대치된 것이다. 192-3 5장 진보로서의 역사
뱀발. 뒷북 독서다. 역사학의 역사. 역사를 왜 배우는가를 교과서 안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역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역사학의 역사를 짚는 맥락의 이해가 더 중요하다. 이제서야 꼼꼼 행간의 밖을 살핀다.